[신년 대담] “한국 교회, 권위를 벗고 사회와 소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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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대담] “한국 교회, 권위를 벗고 사회와 소통하라”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1.12.28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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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목회포럼 대표 정성진 목사

한국 교회 개혁을 위한 직설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았던 정성진 목사. 무엇보다 새해를 맞는 한국 교회의 변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정 목사는 권위가 무너지고 해제된 탈 권위의 시대에 아직도 교회와 목회자들은 자신만의 성을 쌓고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립된 교회의 불운한 현실을 꼬집었다. 그동안 목회 일선에서 건강하게 목회하면서 한국 교회의 자정과 바로 섬을 위해 기도해왔던 정성진 목사를 만나 2012년 새해에 한국 교회가 나아갈 방향과 과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미래목회포럼 대표 정성진 목사
대담: 장형준 편집국장

▶미래목회포럼 대표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미래목회포럼 대표로, 한국 교회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쁜 한 해를 보내셨습니다. 2011년을 정리해 주시고 2012년 한국 교회에 대한 전망도 함께 해 주십시오.

한국 교회가 부흥과 성장을 위해 열심히 뛰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향을 읽어내 바른 길로 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2011년은 한국 기독교가 신사참배 이후 바닥을 친 부끄러운 한 해였습니다.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한기총이 법정 관리인의 관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개 교회에서는 목회자와 목회자가, 성도와 성도가 충돌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교회가 방향을 잃어버리고 갈팡질팡, 우왕좌왕하는 혼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2012년에는 한국 교회가 말씀을 육화하고 삶 속에서 실천하려는 노력들을 하며, 세상에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감당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대선과 총선 정국과 맞물려서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고 부정부패를 감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를 바랍니다. 강단이 보수로 치우친다거나 진보쪽으로 가도록 성도들을 편 몰이를 해서는 안됩니다. 칼날 위에 선, 벼랑 끝에 선 2012년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 기도해야 합니다.

▶교회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도를 넘어서고 안티 기독교의 활동이 격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소통의 부재로 인한 사회 분열이 심각한 실정입니다. 분열되고 상처받은 사회를 통합시키고 한마음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교회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교회가 세상 속에 있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됩니다. 세상의 흐름이 교회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과거 교회는 사회를 지도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회만큼 결속력을 가지고 깨어 있었던 집단이 없었고 교회 주일학교만큼 깨어있고 재미있는 단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교회가 훨씬 세상에 뒤져있습니다. 교회의 볼륨이 세상의 볼륨만 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소통 부재가 그 원인이었습니다. 교회가 사회와 소통하고 신뢰받기 위해서는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려는 통로가 되는 노력 또한 기울여야 합니다.

교회가 하루빨리 사회와 소통해야 합니다. 권위를 해제해야 합니다. 안티 기독교가 교회에 대해 안티할 수 없을 정도로 옷을 벗어버려야 합니다. 교회가 안티 세력들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교회가 구약으로 회귀해서는 안됩니다. 왜 가톨릭으로 넘어가고 종교개혁 이전으로 돌아갑니까. 교회가 권위를 탈피, 해제하고 비판 세력들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합니다.

▶미래목회포럼은 지난 2010년 ‘목회자 자정선언’을 발표하면서 11가지 부문의 개혁과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정성진 목사님은 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개혁적 이미지가 강한 분으로 기억되고 있는데, 목사님께서 보시는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는 무엇일까요?

‘공교회성의 회복’이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교회의 주인이 목사도, 장로도, 나도 아닌 ‘우리 주님’이 돼야 합니다. 그것이 공교회의 거룩성을 회복하는 길입니다. 공교회성이 회복되면 사유화나 세습의 문제가 해결됩니다. 이것을 내려놓고 거룩한 공동체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개혁운동의 과제입니다. 그리고 지도자들 사이에 감투 안 쓰기 운동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미래목회포럼만 해도 과거에는 총회장에 출마하기 위한 이력으로 활용되곤 했지만 몇 년 전부터 교단 임원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은 2년 전에 그만두게 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감투를 쓰지 않으려는 운동을 벌여야 하겠습니다. 한국 교회가, 목회자들이 진리에 줄을 서지 않고 권력에 줄을 서고 감투에 줄을 서니까 바른 소리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목회자를 기르는 운동을 해야 합니다. 선배 목회자들이 후배 목회자들을 맨티로 삼아 목회에 필요한 훈련을 시키고, 목회학당을 만들어 그들을 가르치고 함께 대화하면서 목회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들을 해야 합니다. 목회자들이 설교를 준비하게 하고, 심방하게 하고 공부하게 해야 합니다. 목회를 살리는 목회운동을 해야 합니다.

▶지난 해 미래목회포럼은 한기총의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기총이 자정과 개혁의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또한 한기총을 해체하고 현직 교단장 중심의 새로운 조직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하셨는데요, 한기총 해체와 대안 기구 설립이 교회 개혁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권력과 명예를 지향하는 조직이 된 한기총으로는 이제 더 이상 한국 교회의 미래를 열지 못합니다. 한기총의 금권 타락 선거와 권력에 탐닉하는 모습은 이미 사회의 웃음거리가 됐고, 한국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모멸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한기총의 개혁은 필수적이었고 그 구성원들은 개방과 자정으로 나아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한기총은 이런 개혁의 염원을 외면했습니다. 이것은 한기총의 불행이며 개혁과는 점점 멀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교회 구성원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한기총은 해체돼야 합니다. 한기총이 개혁되지 않는 한, 자정의 길을 가지 않는 한 대결구도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기총 해체에 대한 대안은 ‘교단장협의회’입니다. 교단장들은 매 해 선출되며 한 해가 지나면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권력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교단이 돌아가면서 대표를 맡게 되면 문제는 해결됩니다. 이제 교단장들이 한국 교회 대표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현직 교단 총회장을 중심으로 하고 부총회장들이 함께 참여해 지역협의회를 포괄하는 교단장협의회를 제안하게 된 것입니다.

▶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 문제로 개인과 개인, 교단과 교단, 기관과 기관의 대립이 격해지고 있습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협력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한국 교회 연합기관은 개 교회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연합운동의 목표입니다. 그런데 그 연합기관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지 못하고 상대가 개최하는 잔치를 방해하게 되면 하나된 한국 교회의 모습은 요원하기만 할 뿐입니다. 사탄은 분열시키고 갈등하게 하지만 성령의 은혜는 나누어진 것도 하나가 되도록 합니다. WCC 부산 총회나 WEA 한국 총회 모두 한국 교회를 알리는 국제적인 행사입니다. 한국 교회 구성원 모두가 이 두 행사가 잘 치러지기를 바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미래목회포럼은 이 두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도록 완충역할을 감당할 것입니다.

한국 교회 보수 교단들은 ‘레드 컴플렉스’를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WCC는 선교나 복음에 관해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만이 오직 유일한 우리의 구주라는 고백도 다함께 합니다. 마음을 넓히고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교회와 교단이라는 섬에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2012년 올해는 총선과 대선 모두가 실시되는 중요한 해입니다. 하지만 선거를 두고 보수와 진보, 세대간의 갈등이 선거를 통해 더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기독교 정당도 선거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 상황에서 한국 교회와 성도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강단이 오염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목회자들이 내는 진보나 보수의 목소리는 일부 언론들에 의해 형성된 것이지 성경에 의해 형성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게 진리라고 생각하고 강단에서 외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목회자들의 이런 행동이 의식 있는 교인들은 내쫓는 해가 돼서는 안됩니다. 한국 교회는 올해 선거 때문에 지식인들, 청년들,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교인들을 많이 잃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일은 강단의 오염에서 비롯됩니다. 빨리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강단에서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돈 쓰는 사람, 지역감정 조장하는 사람, 줄에 서서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들은 찍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적인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기독교 정당도 문제입니다. 기독교 정당으로 인해 얻는 게 1이라면 잃는 건 100입니다. 미래목회포럼은 기독교 정당의 출현에 대해 반대합니다. 결코 ‘기독교’ 간판을 단 정당의 출현에 동의한 적이 없습니다.

▶교계 언론의 역할과 중요성만큼 건강성에 대한 지적도 상당합니다. 한국 교회의 건강한 성장과 품위 있는 성숙을 위한 동반자로서 길을 걸어왔던 기독교연합신문에 대한 바람과 충고, 부탁드립니다.

교회나 언론이나 건강성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기독교연합신문은 초교파 신문으로 교계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신문입니다. 특히 교회가 열어가야 할 미래를 위한 방향 설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보수나 진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보도로 언론으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혀온 데 대해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북한문제, 총선과 대선, 한기총 사태 등 산적한 문제로 인해 우리에게 큰 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때 기독교연합신문이 올바른 길을 제시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묻고 그 음성에 귀 기울이는 신문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정리=공종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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