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기자 방담] 2011년 한국 교회를 돌아본다
상태바
[송년 기자 방담] 2011년 한국 교회를 돌아본다
  • 운영자
  • 승인 2011.12.21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굴을 들 수 없는 부끄러움, 그래도 섬김이 있어 희망을 보았다

▲ 지난 20일 본지 기자들이 모여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2011년 한 해를 보낸 한국 교회는 그 어느 해보다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새해 첫 날을 소망교회 폭행사건으로 시작해 좋은 일보다는 나쁜 소식들을 더 많이 접한 해였다.  담임목사와 부목사들 사이에 발생한 폭행사건은 가뜩이나 사회적 신뢰도가 바닥을 기는 한국 교회가 얼굴을 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암울한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랑과 섬김'으로 대변되는 한국 교회의 저력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서울역에서 내쫓긴 노숙자들을 보듬는데 한국 교회는 앞장서기에 주저하지 않았고, 일본 대지진 돕기와 터키의 강진, 태국의 홍수피해 지원을 위해 한국 교회는 누구보다 앞장섰다. 이런 사건들과 함께 본지 기자들은 한 해를 보냈다. 현장 기자들이 겪었던 한 해의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대통령 무릎기도 강요는 ‘종교 권력’의 폐해 입증
“한기총 해체하고 제3의 기구 만들자” 요구 거세


# 1인 리더십의 병폐
소망교회, 강북제일교회, 제자교회, 분당중앙교회를 비롯해 마무리되지 못한 삼일교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사건들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건강하게 성장했다고 믿었던 차세대 지도자들이 시무하는 교회에서 일어난 사건들이어서 더 그랬다.

목회자 1인 리더십에 집중한 성장이 이런 문제를 야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안정적인 성장, 건강한 성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국 교회가 과연 건강하게 성장했느냐에 대해 다시 짚어봐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사회에서는 교회의 건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목회자 중심의 교회, 목회자 일인 독재. 목회자 독선 등의 문제점을 방지할 제도가 없다. 더 이상 1인 리더십이 강요될 수 없고, 목회자 윤리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암시해 주는 사건들이라고 할 수 있다.

# 투명하지 못한 교회 재정 운용
최근에 대형 사고가 터진 교회들의 경우 모두 재정문제와 연루됐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투명하게 운영되지 못하는 교회 재정에 대해 평신도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문제 제기는 리더십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나타난 것이 특징이다. 이젠 교회 재정이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이상 언제든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부분은 교회 내부의 문제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개혁그룹이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불온 세력으로 치부되고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제 목회자들의 인식이 변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평신도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과 교회의 투명성을 원하는 보편적 상황을 받아들이는 인식전환을 통해 교회의 건강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 한기총의 권력 욕구
지금까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한기총 사태는 교단 안에서 누리던 특권을 사회적으로 확대하려는 야심이 그대로 노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한국 교회가 권력을 탐욕하고 정교유착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는 것도 여실히 보여준 사태다.

이런 권력의 욕망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의 ‘대통령 무릎기도’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통령의 무릎까지 꿇릴 수 있다는 맛을 알게 된 것이다. 이것은 비상식적인 종교권력의 폐해이며 우려할 수준에 육박했다. 한기총 구성원들이 한기총을 기득권으로 인식하면서 서로 소유하려는 경쟁에 들어갔고, 장자 교단을 자부하면서 일어났던 교단들의 갈등을 보면서 과연 한국 교회 안에 사랑과 화해, 용서가 있는지를 되묻게 된다.

결국 한기총은 ‘계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한기총은 해체하긴 어려워도 한국 교회를 과대하게 대표한다는 면을 상쇄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더 이상 한기총이 한국 교회의 대표가 아니라는 것을 부각시켜야 한다. 이미 공신력은 추락할 대로 추락했고 한기총 때문에 본 도덕적인 피해는 우리들의 상상을 넘어선다.

# 한기총 해체, 실패인가
개혁 요구의 목소리에도 꿈쩍하지 않는 한기총을 보면서 ‘개혁연대의 한기총 해체 시도는 실패한 것인가?’ 하는 의문점을 가진 해이기도 했다. 그러나 외부에 교회의 상황을 알리고 교회의 건강성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부패를 묵과하지 않는 저항 세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한기총 해체운동을 보면서 목회자와 평신도들의 이해가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평신도들이 해체운동에 적극 동참한 데 반해 목회자들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교단들 또한 목회자들의 태도와 다르지 않았다. 9월 총회에 한기총 해체와 활동 보류를 헌의한 교단들조차 제대로 된 결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반면 기관들의 해체운동은 적극적이어서 이원화된 한국 교회의 모습을 또 한번 여실히 보여주었다.

사회적인 질타가 쏟아질 때마다 한국 교회는 “교회의 자정능력을 믿어 달라”고 이야기해 왔는데 올해 한국 교회가 보여준 모습들은 교회의 개혁은 내부의 힘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제3의 기구’ 필요성 대두
한목협과 미래목회포럼에서 한기총 해체의 대안으로 현직 교단장 중심의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큰 반향은 없었지만 새로운 기구를 원하는 교계의 염원이 커져간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과거 한기총과 교회협을 통폐합시키기 위해 교단장협의회가 탄생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지금은 그 이름조차 기억이 희미해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3의 기구의 필요성이 언급되는 것은 그만큼 한기총의 부패가 심각하고 해체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3의 기구에 대한 필요성이 계속 강조될지 그리고 이런 요구에 대해 한기총을 비롯한 각 교단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그 반응이 기대된다.

# 교회협 위상 격상
한기총 문제 불거지면서 상대적으로 교회협에 대한 관심과 위상이 높아졌다. 한기총에 치중된 과대한 대표성이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교회협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드러내지 못했고, 프로그램이나 대사회 혹은 교회를 아우르는 대안적인 사업들도 제대로 전개하지 못했다. 하지만 교회발전연구원을 조직해 한국 교회의 위기를 진단하는 모임을 마련한 것 등은 공교회성 확장의 시도로 바람직했다고 본다.

그리고 교회협이 세계교회협의회 부산 총회를 준비하는 것을 기점으로 해서 그 활동이 더 활기를 띠었으면 하는 바람이 교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보수 교단을 중심으로 한 반대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세계교회협의회 부산 총회를 그르치는 이유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교계의 전반적인 여론이다. 무엇보다 부산 총회는 한국 교회 전체의 축제요, 한국 교회를 세계에 알리는 최대의 의미있는 사업이다.

내가 보수라고 해서 세계교회협의회 총회를, 내가 진보라고 해서 세계복음주의연맹 총회를 반대하는 유아기적 발상은 버려야 하겠다. 성숙한 한국 교회의 모습을 보여줄 때다.

# 혼란스러운 이단문제
이단문제는 그 어느 해보다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런 대립에 못지않게 이단에 대해 둔감해지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는 것 같아 참 암담하다.

교회에서 만나는 성도들은 “교회와 교단, 한기총 등의 단체들이 이단으로부터 진리를 사수하고 교회와 성도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올 한 해 한기총이 보여준 행태는 성도들의 이런 바람을 무참히 짓밟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전문가들과 교단이 규정한 이단들을 한기총이 앞장서서 풀어주는가 하면 여기에 돈 문제가 연루됐다는 보도들이 뒤따르면서 성도들과 목회자들의 마음을 어둡게 했다.

한편으로는 이단 규정에 있어 제대로 된 연구와 성경적인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지적들은 그동안의 이단 규정이 신학적인 검증보다는 감정적, 정치적 상황에 의한 규정도 상당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신학적 규정이 내려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몇몇 전문가에 의존하기보다는 이제부터라도 각 교단의 신학자들이 중심이 돼 신학적인 검증작업을 진행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각 교단 신학자들이 중심이 된 협의회를 구성한 후 이단문제 연구를 위한 위원회를 조직해 이들이 일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인데, 교단에서는 그 연구를 뒷받침하고 그 결과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 올해도 여전한 기독교 정당
총선이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일부 기독교 인사들의 움직임도 함께 활발해졌다. 전광훈 목사와 김충립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이들은 “기독당에 대한 정당 지지도가 8.9%에 이르는 등 지지 여론이 상승하고 있다”며 성도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만나는 목회자와 성도들은 “쓸 데 없는 짓”이라고 비판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미래목회포럼을 비롯한 기독교 단체들도 공개 포럼과 성명을 통해 ”정치를 하려거든 ‘기독교’라는 이름을 떼고 하라”며 기독교 정당 창당과 국회의원 배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들을 정면 비판했다.

지난 10월에는 기독자유민주당 김충립 대표가 한국기독당의 거짓 문자 메시지에 속아 서울시장 후보로 등록했지만 등록금 5천만 원만 날리는 웃지 못할 헤프닝도 일어났다. 이것이 한국 교회를 기반으로 하겠다는 기독교 정당의 현실이다. 교회와 정치는 분리돼야 한다는 ‘정교분리’의 의미를 되짚어 봐야 한다. 그리고 교회가 정치를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사랑 나눔에 한마음
수천 마리의 가축들을 생매장하는 아픔을 겪었던 구제역 파동. 한국 교회는 구제역 농가들의 아픔을 보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서울역에서 쫓겨나 찬바람 부는 거리로 내몰렸던 수백 명의 노숙인들과 홈리스들을 따뜻하게 끌어안은 이들도 한국 교회였다.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한 교회와 교단, 기관들의 발빠른 대응도 가난하고 소외된 자, 억압받고 고난당한 자와 함께 하려는 한국 교회의 나눔과 섬김의 정신을 보여준 사례다.

# 경색된 대북지원 물꼬를 트다
남북관계의 냉각으로 그동안 끊어졌던 대북 지원의 물꼬를 한국 교회가 다시 터 그 의미를 더했다. 정부의 5.24조치 이후 민간차원의 대북 지원은 엄도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교회협이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밀가루 보내면서 끊어졌던 물길을 열었다.

하지만 교회협의 지원은 정부의 허가 없이 진행된 것이어서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 지원이 막힌 길을 열고 대북 지원의 중요성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번 대북지원은 한국 교회의 통일에 대한 노력과 북한을 한 민족으로 보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한국 종교계 중 교회가 통일문제에 있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정리=공종은 기자>

* 송년방담 참가자 : 공종은 이현주 표성중 권윤준 최창민 김목화 이덕형 기자 등 7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