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애기봉 등탑, 성탄과 거리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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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애기봉 등탑, 성탄과 거리 멀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12.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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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악화 우려...교계도 반대 목소리 높아

정부가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성탄절 애기봉 등탑 점등식을 허용할 뜻을 밝힌 가운데 기독교계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교회협 제60회 총회에서 애기봉 등탑 점등 문제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날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1년 임기의 교회협 회장직에서 물러난 날이다.

교회협 화해통일위 부위원장 김기택 목사는 “여기에 해당 교회가 있어 불편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하겠다”며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가 극도로 긴장된 상황에서 군사분계선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에 십자가 등탑을 밝히는 것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교회협 총회 차원에서 애기봉 등탑 점화를 절제해야 한다고 교회에 요청하자”고 제안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에 대한 직접적인 반발이어서 일순간 긴장감이 흘렀다. 이에 신임 회장 김종훈 감독(감리교 서울연회)은 “이 사안은 총회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라며 “해당 위원회에 맡겨 처리하면 된다”고 밝혀 논란은 일단락 됐다.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은 북한에서 약 3km 떨어진 애기봉에 성탄절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아30m 높이의 철탑을 설치해 십자가와 전등을 설치하는 것이다. 주로 북한 출신 목회자들이 성탄절의 기쁨을 북쪽에 있는 기독교인들과 나눈다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북한과 접경지역인 애기봉 등탑은 북한군 보초는 물론 북한 주민들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높고 밝은 곳에 설치돼 과거 국방부의 대북 체제 선전용으로 활용됐다.

그러다 지난 2004년 6월 남북 군사회담에서 양측이 군사분계선 인근의 선전활동 중지를 합의하면서 중단됐다. 하지만 지난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악화된 후, 12월 21일부터 1월 8일까지 점등됐다. 7년만에 애기봉 등탑이 점등된 것. 당시 북측은 애기봉 등탑 점등을 강행할 경우 포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직접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정부는 올해도 애기봉 등탑 점등을 막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방부가 기독교 단체의 요청에 따라 애기봉 등탑 점등 여부를 검토해온 결과 성탄절의 취지에 부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성탄절 직전에 기독교 단체의 등탑 점등식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애기봉 성탄 트리 점등식을 언급하며 “괴뢰들의 반공화국 심리전이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군은 북한군의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등탑 점등식을 전후해 대북경계태세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선교단체들은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기독교통일학회 회장 주도홍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성탄을 축하하는 의미라고 하지만, 성탄의 의미를 잊은지 오래된 북한에 보이도록 높은 탑을 세우는 것은 상대방을 자극하는 대북 선전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며 “복음의 목적에서 어긋난다. 성탄트리의 본래 의미와도 맞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도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한 관계자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와 같은 방식으로 점등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12월 중순쯤 점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해 1주일 정도 밝히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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