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잃은 양 찾는 예수의 심정으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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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잃은 양 찾는 예수의 심정으로 접근해야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12.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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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자유무역협정(FTA) 교회는 어떻게 볼 것인가

▲ 한미FTA가 통과된 후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과연 기독교인은 경제 문제에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성경은 찬반을 지지하지 않지만 ‘경제정의’ 옹호
신자유주의 우상화 경계…사회적 모순 집중해야

한미자유무역협정(이하 한미FTA) 비준안이 사회적 논란 속에서 지난달 22일 여당인 한나라당 주도 하에 강행처리 됐다. 이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연일 촛불시위를 통해 비준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집회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미FTA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사회적 쟁점 사안에 대해 기독교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어떤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쉽게 말해 성경은 한미FTA에 대해 찬성과 반대 어느 한 쪽을 지지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가. 한미FTA와 관련해 기독교적 관점을 확립하고 특정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통해 해답을 찾고 또한 사회에 관점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한미FTA와 관련된 주장과 쟁점을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살펴보고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교회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논의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한미FTA 비준안이 통과된 지 사흘이 지난 11월 25일, 한신대학교 신대원 2학년 권지현 씨(여 21)가 한미FTA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진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권 씨와 함께 차를 타고 왔던 신대원생들은 비준안 통과 당일 저녁 광화문 사거리에서 ‘너희는 다만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여라’는 아모스서 5장 24절 성구가 쓰인 현수막을 들고 물대포와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한국 교회와 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이 신학생들은 왜 성경구절을 앞세워 한미FTA 비준안 통과에 저항한 것일까. 성경은 명백히 한미FTA를 반대하는가.

# 한미FTA를 보는 세 가지 태도
한미FTA에 대한 한국 교회의 대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는 이른바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하는 적극적 반대운동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등 60여 개 단체들은 ‘한미FTA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반대운동을 펼쳐왔다.

대책위 소속 목회자 12명은 지난달 27일 여의도 국회 내 민주당 원내대표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반기독교적인 한미FTA 국회 졸속 비준을 저지하기 위해서 신앙과 양심에 근거하여 결단하고 행동한 것”이라며 “하나님을 믿는 목회자들은 한미FTA 졸속비준을 막아내야 할 막중한 책임과 사명이 있다”고 주장했다. 비준안 통과 이후 기독교 대책위는 전국에서 시국기도회, 촛불집회 등을 통해 전면적인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두 번째는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하는 적극적 찬성운동이다. 한국교회언론회는 비준안이 통과된 22일 논평을 통해 “한미 FTA 비준 동의안 국회통과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회는 “향후 10년간 GDP(국가 총생산)는 5.7%가 증가하며, 35만 명의 일자리와 대미 무역흑자가 연평균 1억 3,800만 달러가 증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경제적 성과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이들은 비준안 통과 후 연일 계속되는 촛불시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경석 목사는 한미FTA 지지 백만인 서명운동을 제안했다. 서 목사는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해 한미FTA가 무효화 되면 나라의 미래는 참담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한 가지 태도는 무관심과 무반응이다. 대다수의 기독교인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한미FTA가 한국 사회는 물론 교회, 개인에게까지 실질적이고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한 역사신학자는 “한국 교회가 일제치하, 전쟁, 독재 등 사회불안 속에서 성장하면서 사회구원보다는 개인구원에 집중해왔다”며 “그 결과가 오늘날 한국 교회의 사회 쟁점이나 이슈에 대한 무관심과 무대응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성경, 이념 아닌 경제정의 옹호
똑같은 한미FTA 협정문을 놓고 다양한 관점과 해석이 나오는 것은 성경의 특징에서 비롯됐다. 바로 성경이 특정 이념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경은 한미FTA로 대표되는 자유시장을 통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사상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반시장주의나 신자유주의에 반대되는 이념도 성경에서 직접적인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기독교인은 성경에서 등장하는 가치판단 기준과 현실세계의 사실관계를 면밀히 살펴 행동방향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한미FTA는 크게 사회적 약자의 경제적 권리를 중요시하는 관점과 경제의 총체적 성장을 중요시하는 관점으로 나눌 수 있다. 이와 관련 언덕교회 박득훈 목사는 “기독교인은 경제적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 약자의 경제적 권리를 존중하는 관점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목사는 두 가지 관점 모두 중요하지만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는 “주저 없이 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하나님은 땅을 잃은 가난한 사람과 그 자녀들의 입장에서 제도를 확립하셨다. 이것이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님의 경제정의의 핵심사상”이라며 “선지자들은 이를 강력히 옹호했고,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면서 이 정신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한미FTA와 관련한 경제 전망은 전문가들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수치로 대표되는 경제성장 전망 지표들을 전문가들이 관점에 따라 과장하거나 축소,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목사는 “가치중립적이고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운 분석이 가능한가”라며 각종 긍정적 경제전망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어 “정치경제적 예측은 어렵고 불확실한 작업인 반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마땅히 선택해야 할 태도”라고 말했다.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에 대한 우려는 언론회도 동의하는 지점이 있다. 언론회는 “한미 FTA가 발효된다 하여도 모든 통상 분야가 장밋빛은 아니다. 농업, 제약, 금융 분야는 그야말로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는 상태”라며 “취약한 분야는 자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것과 함께, 국가에서도 해당 산업의 고사(枯死)를 막기 위한 지원과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신자유주의’ 우상에 대한 경고
한미FTA를 비롯한 각종 개방 정책은 자유로운 무역,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옹호하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사상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미국은 경제적 불평등, 사회 양극화 확산 등 구조적 모순에 봉착해 지난 2008년부터 금융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월가시위의 확산은 미국 사회가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경제상황은 신자유주의 사상에 대한 믿음을 근본적인 관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건 의료, 교육과 복지, 사회 기간산업의 민영화는 대중에 의해 선출된 권력인 국가의 공공성을 축소시키고 있다. 반면, 부의 축적을 통해 세습이 가능한 시장경제 권력은 점차 확대돼 현대인들을 무방비 상태로 원시적인 경쟁사회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실업, 주거불안, 가정 파탄 등의 문제를 개인화시키는 신자유주의 논리는 자기개발서 유행, 성장지상주의 논리를 통해 공고해지고 있다.

‘가난한 시대를 살아가는 부유한 그리스도인’의 저자 로날드 사이더는 “하나님은 모든 사람 혹은 가족이 적어도 품위 있는 삶을 살만한 돈을 벌고 당당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들(땅, 돈, 교육)을 접할 수 있을 만큼은 균등한 경제적 기회를 갖기 원하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관점은 “기독교인은 한미FTA 비준에 대한 찬반을 넘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차별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을 지지한다. 즉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나 주장은 기독교인의 역할이 아니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순에 집중해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안살림교회 최형묵 목사는 “한미FTA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폐해가 예측된다면 교회는 그 폐해를 극복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우선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악의 사태에 대한 예견은 잃은 양 한 마리라도 끝까지 찾아내려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닮은 교회의 태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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