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 분열, WCC 때문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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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교 분열, WCC 때문 맞아?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11.22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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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에 신학은 없고 정치만 남아

지난 1959년 장로교단이 통합과 합동으로 분열됐다. 당시 장로교 대분열의 원인은 크게 세가지. WCC에 대한 찬반 갈등, 박형룡 박사와 관련한 3천만환 사건, 경기노회 총대 사건 등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해 합동측에서 갈라져 나온 보수교단의 신학자들은 WCC를 둘러싼 신학적 갈등이 분열의 중대한 원인이었고 3천만환 등 재정 문제는 사고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합측 신학자들은 WCC 문제는 명분에 불과할 뿐 신학적 입장차가 아닌 3천만환 사건을 비롯한 윤리적 문제가 경기노회 총대 사건이라는 정치적 문제로 번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당시 한국 장로교는 WCC 참여 문제를 놓고 크게 대립했으며, 이로 인해 분열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2011년. 한국의 장로교는 2013년 WCC 부산총회 유치 문제를 놓고 또다시 충돌했다. 그동안 잠재돼 있던 갈등이 다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예장 합동을 비롯한 보수 교단들은 신학적 이유로 WCC 총회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장 합동측 길자연 목사가 대표회장이 된 한기총도 WCC 총회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물론 신학적 이유 때문.

하지만 최근 한기총이 WEA 2014년 총회 유치를 확정지으면서 새로운 논란에 휩싸였다. WEA 총회 유치 과정에 깊이 관여했던 J씨가 의단 의혹을 사고 있는 것. 지난 2008년 J씨 교단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던 L씨가 기자회견을 열어 J씨를 재림주로 고백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그해 예장 통합과 합신은 J씨에 대해 예의주시와 교류 금지를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한기총과 교회협은 서로 총회 유치를 상호 인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학적 이유로 반대해온 WCC 총회에 대한 입장을 아무런 해명이나 절차 없이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 신학이 바뀐 것일까. 아니다. 정치적 선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한기총은 이단 의혹을 받고 있는 J씨에 대해 “7년 간 4차례 걸친 기간 동안 조사했으나 끝내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학자들의 조사보고서나 J씨의 신앙고백 등 이단 문제와 관련한 핵심적인 내용은 빠져 있다.

한기총은 오히려 의혹을 제기한 예장 통합측 최삼경 목사의 이단성을 조사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WEA 총회 유치를 놓고 수십 개의 장로교단은 다시 크게 예장 합동측과 예장 통합측으로 나뉘었다. 지난한 논쟁에서 말만 남았다. 신학은 빠졌다. 역시 정치적이다.

52년이 흐른 장로교는 신학이 아닌 정치 싸움을 하고 있다. 지금에 와서 당시 분열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명백해지는 듯 하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1959년 분열 당시, 그것이 WCC가 아닌 WEA였다 해도 장로교는 분열했을 것이다. WCC든 WEA든 명분에 불과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정치적 입장에서는 신학도 명분일 뿐. 단지 교권을 누가 쟁취하느냐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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