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지 않으면 잊혀지고, 잊혀지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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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지 않으면 잊혀지고, 잊혀지면 사라진다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1.08.10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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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교 기독교 박물관으로 나들이 떠나볼까

▲ 언더우드 기념관은 연대 내에서도 유난히 나무와 수풀이 많이 우거진 곳에 위치해 산 속에 있는 느낌을 준다.
공휴일이나 주말에 방문할만한 기독교 박물관은 어디에 있을까. 막상 생각해보면 언뜻 어디로 향할지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박물관은 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규모가 작아서 잘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다.

하지만 독서광이 헌책방에서 귀중한 책을 찾듯 서울 인근 가까운 기독교 박물관 몇 곳을 방문한다면 한국 기독교 역사의 배경지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독교관련 명소를 방문하는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여행 전체가 테마로만 구성된다면 휴식이 없어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큰 여행 안에 작은 테마기행을 포함시키면 전체 여행의 줄기도 잡아주고 소소한 재미도 더해준다.

테마가 있는 기행은 그래서 작은 규모라도 알차다. 다녀온 뒤 영적으로나 지적으로 가득 찬 느낌을 들 수 있는 나들이를 떠나보자.

# 연세대 언더우드가 기념관
연세대학교 내에는 ‘언더우드가 기념관’이 있다. 단층의 작은 박물관 형태지만 언더우드 선교사 가족이 기거했던 2층 연희동 사택을 새롭게 조성해 만든 기념관이다.

고풍스러우면서도 깔끔한 전시실 내부는 언더우드가의 유물, 저술한 책, 일가 사진, 언더우드 타자기, 언더우드 가족연보 등 다양한 전시물이 소개되어 있다.

언더우드 선교사가 저술한 마가의 젼 복음셔 언해, 예수교 문답, 예수 행적, 1897 찬양가, 찬셩시, 한국의 소명 등을 1930년대 사택 내부를 그대로 복원한 기념관에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언더우드 선교사의 외아들 원한경 선교사가 사용하던 1925년 옥스퍼드에서 발간된 영문 찬송가와 곳곳에 영어를 한글로 손수 개작한 친필 메모를 확인할 수 있고 친필 편지도 함께 전시돼 있다.

기념관 입구에 들어서서 왼쪽을 보면 소박한 감사패 하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원일한 박사가 1975년 1월 사택 48평, 택지 10,937평을 학교에 기증하고 받은 것이다.

그 외 120년에 걸쳐 언더우드 가문이 저술한 책들과 연희전문학교 건립 자금의 바탕이 된 언더우드의 형 존 토마스가 생산한 언더우드 타자기 등 여러 물품 들을 확인해볼 수 있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며 신촌역 2호선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

▲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는 145명의 외국인 선교사와 그 가족이 잠들어 있다.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10여분의 거리에 이 땅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일생을 헌신하다가 숨진 외국인 선교사들이 묻혀 있는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이 있다.

지금의 한국과 한국 교회가 있기까지 모든 것을 바친 믿음의 사람들과 그 가족들 145명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이 묘원에 최초로 묻힌 사람은 미국 북장로회에서 선교사로 파견한 J. W. 헤론이다. 그는 테네시 대학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20대에 모교의 교수로 초빙 받은 수재였다.

하지만 보장된 길보다는 말씀을 전하는 길을 택해 1885년 6월 21일 조선에 들어와 알렌, 언더우드와 함께 제중원에서 의사로서 일했다.

열악한 위생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많은 환자들을 돌보던 헤론은 이질에 걸려 1890년 7월 26일 세상을 떠나 이곳에 묻혔다.

언더우드는 한국 선교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는 선교사다. 그는 연세대의 전신인 조선기독교대학을 설립해 대학교육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고 새문안교회를 설립하고 성경 번역에도 힘쓰는 등 적극적인 선교활동을 펼쳐, 선교 초기 그의 흔적이 묻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한국 교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양화진 언더우드가의 가족 묘역에는 4대에 걸쳐 모두 7명이 묻혀 있다.

한국 사람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H. B. 헐버트도 이곳에 묻혀있다. 고종의 밀사로 미국 정부에 가기도 했고, 헤이그로 가서 유럽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독립의 정당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의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한 살 때 죽은 아들이 묻혀있는 양화진에 안장되었다.

배재학당을 세워 교육 사업에 힘쓰며 복음을 전하고 한글성경 번역에도 공헌한 H. G. 아펜젤러도 그의 부인과 아들, 딸과 함께 이곳에 묻혀 있다. 그는 언더우드와 함께 이 땅을 밟은 최초의 감리교 선교사로 한국 감리교의 초석을 놓았다.

1897년 10월에 미국 남감리회의 첫 번째 여성선교사로 중국인 양녀와 함께 한국에 들어와 배화학당을 세우고 한국여성들을 복음 안에서 새롭게 변화시키는 일에 헌신하던 J. P. 캠벨도 이곳에 묻혀 있다.

백정 전도의 개척자이자 백정 해방운동의 조력자로 살다 숨진 S. F. 무어와 한국 고아를 1천명 이상 돌보며 일생을 바친 일본인 소다 가이치와 부인도 안장되어 있다.

또한 한국 최초의 크리스마스 씰을 만들어 결핵환자들을 도우며 의료선교를 하던 윌리엄 홀과 그의 아내 로제타, 아들 부부와 딸이 함께 묻혀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일요일은 휴무다.
인근 백주년기념교회 내에는 양화진선교기념관이 있다.

# 백석대 기독교박물관

▲ 백석대 고성경 전시실, 특히 최근에는 에라스뮈스 성경 2판본이 새롭게 전시되었다.
충남 천안 백석대학교의 기독교박물관을 찾아가보자. 창조관 13층에 위치한 이곳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고성경 및 성경시대의 생활과 풍습에 관한 고고 유물, 기독교 미술, 교회사 등에 관한 유물 등 풍성한 자료를 볼 수 있다.

전시된 자료들은 현장학습의 장으로서의 기독교 문화를 보다 정확하고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특히 교회학교 학생들이 민족복음화와 세계선교의 비전과 꿈을 품을 수 있는데 도움이 되도록 조성됐다. 전시된 자료로는 고서 484점, 유물 477점, 근현대 자료 148점, 기증자료 371점을 포함해 총 1,480점의 유물이 소장되어 있어 내용 면에서 풍부할 뿐만 아니라 규모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박물관은 고대유물관, 고성경관, 교회역사관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고대유물관에는 이스라엘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에서 출토된 고대 토기류, 등잔류, 무기류, 도장류, 화폐류 등 청동기 시대와 철기 시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역사, 경제, 문화, 풍습 등의 다양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고성경관에는 칠십인역, 불가타 성경, 위클리프 성경, 구텐베르크 성경, 스테파누스 그리스어 신약성경, 틴데일 성경, 제네바 성경, 킹 제임스 성경, 에라스뮈스 성경 등 15~18세기의 다양한 성경이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교회역사관에는 각 나라의 종교개혁운동 및 교회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유물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 들여온 기독교 관련 유물 중에는 1519년 스위스에서 제작된 에라스뮈스 성경 2판본이 있으며, 마르틴 루터가 이 성경을 보고 독일어로 번역하여 중세 종교개혁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관순 열사가 생전에 남긴 단 하나의 유품인 삼색 뜨개 모자도 이번에 새롭게 전시됐다. 조카 유재경 씨가 보관하고 있던 이 유물을 백석대 유관순연구소에 기증해 전시하게 이르렀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평일 중에 운영된다.

#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

▲ 숭실대 기독교박물관 입구에는 어린이 관람을 위해 무료로 교부되는 책자와 체험 보고서가 있다.
발길을 돌려 올해로 114년을 맞이하는 숭실대로 가보자. 베어드 선교사가 건립한 숭실대는 일제 신사참배에 반대하여 과감히 폐교의 길을 택한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학교로 교내에 한국기독교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은 한국기독교 역사 전반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경교 관련 유물에서부터 초기 천주교 신앙의 수용과 박해, 자생적 천주교회의 설립과 성장과정을 알려주는 자료 및 한국 개신교의 수용과정과 선교사 활동, 기독교의 발전상을 살펴볼 수 있는 한글 성경을 비롯한 다량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한국 개신교에 관한 자료로는 수신사로 일본에 갔던 이수정이 1885년 국한문체로 번역한 ‘마가전복음서언해’, 1882년 의주 상인인 서상륜, 이응찬, 백홍준 등이 만주에서 로스 매킨타이어 목사를 만나 공동번역한 누가복음, 악보 없이 가사만 적힌 장로교회에서 불렀던 찬송가 찬셩시, 부흥 성가 등이 있다.

2층 전시실에는 한국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였던 3.1 운동과 임시정부 및 일제의 독립운동 탄압관계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개화문물 수용 및 개화사상 관련자료, 독립협회 및 애국계몽운동 관련자료, 국가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안중근 의사의 친필 유묵 등을 통해 구한말 민족 운동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보물 제569호로 지정된 안중근 의사의 유묵에는 약지 끝마디를 잘라낸 후 찍은 손도장이 눈길을 끈다. 안익태 선생이 붓으로 그린 애국가 곡보, 3.1 독립선언서, 대한협회회보, 매일신보 등도 눈여겨 볼만하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경교에 관한 유물도 4점 전시되고 있다.

1956년 불국사 경내에서 발견된 이 4점의 유물은 각각 석제십자가와 두 점의 십자문장식, 그리고 마리아 소상으로 추정되는 작은 조각이다.

박물관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토요일에는 12시까지만 운영하며 일요일은 휴무다. 지하철로 방문할 경우 7호선 숭실대입구역 3번 출구를 이용하면 된다.

# 대한성서공회 성서전시실

▲ 국내외 성서와 관련, 다양한 자료가 모여있는 대한성서공회 성서전시실.
성서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대한성서공회 성서전시실을 찾아가보자. 이곳에는 히브리어 구약사본에서부터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성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료를 볼 수 있다.

‘사해사본’ 및 각 나라 구약의 원본으로 많이 사용되었던 ‘레닌그라드 사본’ 등과 같은 히브리어 구약사본, 그리스어 사본의 두루마리와 파피루스와 같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고대 성경을 만나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대 여러 말 번역 성서의 사본과 인쇄본, 세계 최초의 인쇄본 성경인 ‘구텐베르크 42행 성서’와 최초의 영어 성서인 ‘위클리프 신약’, ‘제임스 왕 역본’, ‘루터 성서’, ‘장개석 총통의 문체 수정본’ 등 각국의 귀중한 외국어 성서도 전시돼 있다.

또한 우리말 번역에 영향을 끼친 주요 외국어 역본과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우리말 번역 성서도 있다.

그 외 한글 성서 및 영어, 독어 성서의 계보도, 성서번역계보도 관람할 수 있으며, 대한성서공회에서 제작해 해외로 보급하고 있는 750개 언어의 외국어 성경도 볼 수 있다.

단체 관람객들은 무료로 한글 성서 번역 및 보급 역사와 세계의 성서사업에 관한 강의 및 성서전시실의 전시물을 설명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운영한다. 단체관람시 2주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

▲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에는 개인기도소와 순교자기념공원이 있어 기도하고 명상할 수 있다.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에는 한국 교회의 밑거름이 됐던 순교자들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세워진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이 있다. 개신교가 이 땅에 뿌리 내린 지 100주년을 기념해서 각 교회의 헌금으로 세워진 기념관이다.

조선조 말엽인 1884년,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이 처음 뿌려진 이후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고 전도하다 숨진 2,600여명의 순교자들 중 600여 명이 헌정되어 있고, 1930년대 이전 개화기 교회들과 우리 사회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기념관 뒤에는 개인 기도소가 마련돼 있고, 산책할 수 있는 호젓한 순교자기념공원도 있어 기도하고 명상할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2층에 전시된 초기 교회와 순교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120여 점은 선교 초기 사회와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한 예로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 말을 타고 전도를 나가는 모습에서는 순수한 신앙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3층에는 일제와 6·25전쟁 등을 거치며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 202명의 사진과 약력, 그들이 썼던 성경, 편지 등의 유품이 전시돼 있다. 개관시간은 오전 9시 30부터 오후 5시까지며 주일을 제외한 공휴일에도 운영된다.

#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에는 한국기독교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상세히 살펴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독교역사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구한말부터 지금까지 우리 민족을 가슴에 품고 함께 아파하고 기도하며 성장해온 한국기독교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기독교 역사와 관련된 자료 10만여 점이 조선 후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다섯 부문으로 나누어 전시되어 있다.

‘복음이 우리 땅에 들어오기까지’ 부문에는 조선 후기부터 한말에 이르기까지 주로 천주교의 순교 역사와 개신교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 본국에서의 신앙생활과 관련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한말 근대화와 복음의 역사’부문에는 19세기 말 우리나라에 개신교 선교사들이 들어와서 복음을 전하면서 우리 민족의 선각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했는지, 선교사들이 우리 문화를 어떻게 근대화시켰는지 그리고 선교사들과 우리나라 개척 신앙인들의 신앙적 고민과 활동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일제시대 민족 수난 교회’부문에서는 일제시대 때 한국의 기독교의 성장 및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와 민족적 수난 가운데 지킨 신앙이 어떠했는지를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해방 후 민족분단과 기독교 선교’부문에서는 해방이후 현대사 속에서 한국 교회의 성장의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다.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주일만 휴관하고 입장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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