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앞길을 책임져 주시는 하나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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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앞길을 책임져 주시는 하나님 감사해요”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1.05.25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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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K 새가정 장한 어머니상, 양재순 장로

20년 전 폭설이 내리던 1991년 어느 겨울날, 설 연휴 바로 전이었다. 양재순 장로(사진)와 그녀의 남편은 그해 여름에 수확해 냉동 창고에 넣어 둔 포도를 납품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남편은 가업을 물려 줄 아들에게 구경시켜준다며 함께 가자고 했다. 그렇게 떠난 눈길. 그날이 남편과의 마지막 날이 될 줄 몰랐다. 이듬해 평소 간 질환을 앓고 있던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들과 남편을 한꺼번에 잃은 시어머니는 충격을 못이기고 중풍으로 쓰러졌다. 급작스럽게 집 안의 두 가장을 잃었다. 한창 자라나는 자녀들은 두 눈망울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지난 19일 한국기독교가정생활협회는 ‘제56회 가정주간 기념 예배’에서 장한 어머니상을 시상했다. 그 주인공은 선산중앙교회(한상일 목사) 양재순 장로. 경북 구미에서 서울로 올라온 양 장로는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상을 받았다. 그간의 삶에 있을 법한 주름 하나 없이 양 장로의 얼굴은 예배 내내 환하게 웃고 있었다. 힘든 가운데서도 기쁨과 감사로 살아온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저, 상 받았어요. 하나님의 일을 할 때 하나님께서는 배로 갚아 주시는데 열심히 교회에서 봉사했더니 이 상을 받게 되었지요. 하나님의 일을 해서 장한 어머니상을 받아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양 장로는 시어머니랑 둘이서 살고 있다. 시어머니는 점점 기력이 쇠해 이제는 양 장로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가끔 치매도 오는 시어머니를 양 장로는 지극 정성으로 모신다. 남편을 사고로 잃고 자식들은 다 결혼시켜 떠나보내 외로울 법도 하지만 양 장로는 그럴 때마다 기도했다. 기도를 하면 외로움으로 뭉치고 엉킨 매듭이 풀렸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일을 섬겼더니 하루하루가 기쁨으로 가득했다.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날, 양 장로도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 깨어나 남편을 찾으니 모두가 시선을 피했다. “남편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니 대답하는 사람마다 “남편은 다른 병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말해줬다. 하지만 그녀는 직감적으로 남편의 죽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양 장로는 겉으로 표하진 않았지만, 많이 울었다.

사고로 양 장로도 한쪽 다리가 부러져 장애가 올 상황이었다. 다행히 교회 목사님을 통해 병원을 소개받아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재활치료로 이겨냈다. 6개월 만에 퇴원해 집으로 가니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몰랐다. 시어머니는 엄청난 시련에 고통스러워 했다.

시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원예농장을 정리하니 조그마한 건물을 마련할 수 있었다. 건물에 세를 주고 자식들을 교육시켰다. 그리고 양 장로는 더욱 교회 일에 나서 봉사했다. 시련이 올 때마다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로 마음을 다잡았다. 기도와 말씀으로 교회를 섬기며 틈틈이 시어머니를 돌보았다.

활발하고 유쾌한 성격 탓에 양 장로는 교회에서 무슨 일을 맡든 척척 해냈다. 또한 교회 일에 있어서 양 장로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안 맡은 일이 없었다. 이런 양 장로의 모습을 지켜 본 성도들이 마음을 모아 장로로 추대했다. 모두가 양 장로를 격려하고 응원해주었다. 그리고 1997년 장로가 되어 지금까지 기쁜 마음으로 교회를 섬겼다. “남이 볼 땐 나의 모습이 초라해 보여도 저는 주님 앞에 기쁨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어려움 중에서도 성가대, 중고등부 교사, 목장 중의 목장인 대목장을 맡아 봉사했다. 바쁠 법도 하지만 양 장로는 오히려 감사했다.

기도와 말씀으로 살다 보니 늘 은혜가 넘쳤다는 양 장로. 월요일마다 맡는 새벽기도 설교에서 양 장로는 받은 은혜를 전했다. 성도들은 양 장로를 끌어안으며 그 말에 힘을 얻는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양 장로는 더 감사했다. 기쁨이 넘쳤다.

양 장로는 “주의 일을 할 때 내 앞길까지도 책임져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다”며 오늘도 기쁘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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