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 '교회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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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 '교회 비상'
  • 승인 2002.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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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부터 금융권을 비롯한 주요 기관의 주5일근무제 실시에 따라 ‘5일노동 2일 휴식’이 빠른 속도로 사회전반에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5일근무제 실시에 따른 사회적 환영분위기와 달리 최근 교회의 분위기는 어수선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휴일이 하루 더 늘어남으로써 교회성장과 복음전도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것인데, 교회마다 주5일 근무제의 이같은 파장을 최소화할 각종 대안을 강구하느라 분주한 것이 최근 기독교의 상황이다.
일부 대형교회들은 충분한 재정과 인력을 최대로 활용, 서울 인근지역에 수양관을 세워 주말프로그램을 배치하는 등 이미 준비단계를 벗어나 운영에 효율성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주말교회라는 이름으로 주5일근무제에 맞춘 새로운 목회패러다임이 한국교회에 선보이며 ‘전통쇄신’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지난 5일 금요일 저녁시간, 서울시 영등포구 갈릴리교회는 주일 1부예배를 이 때 드려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만약 주말휴식을 원하는 성도들이 있다면 금요저녁예배(=주일1부예배)를 드린 다음 휴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갈릴리교회의 생각이다.
이에앞서 경기도 수지에 있는 G교회는 토요일 저녁에 주일1부예배를 옮겨와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일요일 휴식을 원하는 성도들을 위해 주일예배를 토요일로 옮긴 것인데 교회 관계자들은 “의외로 좋은 반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같은 목회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한결같은 우려를 보이고 있다. 장신대 정장복교수(예배학)는 “주일예배가 금요일이나 토요일 혹은 다른 요일에 드려진다면 그것은 이미 주일예배가 아닌 기도회나 집회로 간주돼야 한다”면서 “이같은 급격한 변화가 지속될지는 계속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단언컨데 그 예배는주일예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교수는 특히 “사람의 편의를 봐주는 식의 예배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했다. 교회들이 주5일근무제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을 보면, 사실상 주일성수 개념을 뒤흔들 만큼 파격적이다. 평일의 주일예배를 드린 성도는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2박3일간의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달리 말하면 교회가 주일성수를 고수하던 성도들에게 “이제 성수주일은 아무 때나 하면 된다”는 식의 혼란을 먼저 야기시킨 셈이다.

몇년간 주일성수운동을 벌여온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목사는 “사람들의 편의를 봐주는 것도 목회적으로 필요한 부분이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고 말하고 “현재 나타나고 있는 평일의 주일예배 혹은 주5일근무제 대응책으로 내놓은 각종 방안들은 주일성수를 무시한, 어쩌면 기독교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것들”이라며 목회자들의 신중한 대책을 요청했다.
최근 한국교회에 나타나는 주5일근무제 시행 대비 방안은 ‘주일예배 옮겨드리기’가 눈에 띠게 나타나고 있지만, 목회현장 일각에서는 제자화훈련을 포함한 평신도 영성훈련 등 신앙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목회자가 강단에서만 촉구하는 주일성수보다는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주일성수가 바람직하다는 것인데, 신앙훈련 프로그램이 정착된 대형교회보다는 중·소형 및 미자립교회에서 이같은 신앙교육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영호차장(yyh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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