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의 편지에 실린 '행복비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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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의 편지에 실린 '행복비타민'
  • 승인 2002.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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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컴퓨터를 켤 때마다 산더미처럼 쏟아지는 스펨메일. 성인사이트, 제품광고 등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긋지긋한 스펨메일은 메일박스에 차곡히 쌓인다. 그러나 유독 신선하고 기분좋은 메일한통이 이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모두 날려 보낸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기도는 반드시 이뤄집니다. 반드시 들어주십니다. 즉각 들어주시거나, 기다렸다가 들어주시거나, 더 좋은 것으로 응답해 주십니다. 간곡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눈물 쏟으며 드리는 깊은 기도는 산을 옮기고 하늘을 움직입니다”

원고지 한장을 넘지 않는 이 짧막한 글. 하루하루를 행복하고 의미있게 살았으면하는 바램이 담긴 아침편지에 정에 굶주린 네티즌들의 참여가 줄을 있고 있다. 이십육만만명이 넘는 회원. 아침편지가 전해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수백통의 답글이 빼곡하다. 저마다의 느낌과 생각을 적으며 세상살이에 지친 심신을 위로받는다.
그러나 현대인의 이기적인 성향은 이 쉼터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자신의 가치관을 거스르는 글이 배달됐을 때는 거침없이 불만들을 토해놓는다.

일례로 최근 아침편지를 통해 배달된‘저 높은 곳을 향하여’라는 찬송가에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수많은 회원을 고려해서 종교색은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과 “힘든 삶속에서 의연함을 느끼게 해줘 좋았다”는 의견 등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급기야 “찬송가를 올렸으니 형평성있게 찬불가를 올려야한다”며 열변을 토하는 네티즌도 더러 있었다. 십 여만명이 넘는 회원의 입맛을 모두 맞출 수는 없겠지만 고도원씨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아침편지를 종교적인 도구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로 시작되는 고도원씨의 답글은 다만 자신이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찬송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신이 편지를 통해 젊은 시절 심취했던 불교사상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종교를 떠나서 인생을 살면서 길라잡이 역할을 해 줄 법한 이야기를 꼽았던 것.
그것은 단지 지혜와 가르침일 뿐 본인의 종교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종교를 무시하고 네티즌의 요구 때문에 찬불가를 올릴 수는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아침편지’라는 공간의 참의미를 설명하며 네티즌들의 마음을 달랬다.

“매일 아침 그저 상큼하게 목을 축이고 새 힘을 얻는 맑고 시원한 옹달샘으로 남아 있기를 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옹달샘은 누가 누구에게 강제로 떠먹이는 샘물이 아닙니다. 그 어떤 의무 사항도 없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서로 릴레이로 만나 마음을 함께 나누며 함께 가꾸어 가는 작은 행복의 맑은 공간일 뿐입니다”라고.
행복편지를 인터넷에서 공유하게 된 계기는 97년부터 2년동안 SBS라디오 ‘이숙영의 파워FM’에서 시사해설을 맡으면서 부터이다. 이렇게 시작된 아침편지를 대하는 네티즌마다 청와대에서 일하는 대통령 연설담당 비서관이라는 공적이미지와는 달리 신선하고 따뜻한 글들을 보내온다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힘이된 사람은 바로 아버지였다. 목회자였던 아버지의 도움으로 그는 끊임없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불호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침편지의 깊이와 넓음은 그 때부터 준비되었던 것 같다.
이제는 아무런 상업성없이 전달되는 이메일 한 통이 하루의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침마다 전해지는 신선한 인생의 이야기들. 그 속에서 많은 네티즌들이 기쁨과 삶의 의미를 찾고 있었다.

김광오기자(kimk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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