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수쿠크를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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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수쿠크를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1.03.1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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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쿠크에 직면한 한국 교회

글로벌스탠더드-투명성 제고 역행하는 행위
“정교분리 위배-오히려 특정 종교에 특혜” 주장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수쿠크(Sukuk)’. 과연 뭘까. 이것 때문에 사회가 떠들썩하고 교회가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과연 수쿠크가 뭐길래 교회가 이렇게 전면에 나서서 반대하는 것일까.

# 수쿠크, 왜 문제일까

수쿠크.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이슬람 채권에 세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말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투자자들에게 이자 대신 배당금 형태로 수익을 지급하는 ‘이슬람 채권’을 말한다. ‘이자 대신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독특한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원금이 투자되면 투자자들에게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데, 수쿠크는 이자 대신에 배당금 또는 임대 수익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간접 부동산 투자를 통해 배당금을 받는 부동산 펀드나 부동산 투자신학과 실제적으로 유사하다. 이 방식에 대입하면 이자라는 빌려 준 돈에 대한 이자를 받지 않으려고 돈을 빌린 사람에게서 부동산 소유권을 형식적으로 넘겨받아 이자 대신 건물과 토지 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 국내 도입 움직임

국내 도입을 위한 움직임은 지난 2008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이슬람 금융의 국제감독기구인 이슬람금융서비스위원회(IFSB)에 옵저버 회원으로 가입했고, 2009년 1월 13일과 14일 양일간 금감원과 금융위가 IFSB와 공동으로 서울에서 이슬람 금융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움직임은 5월부터. 5월 6일 싱가포르에서 금감원이 이슬람 금융 투자자들을 위한 한국투자설명회를 개최했고, 2009년 8월 26일 지식경제부와 법무부,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로 구성된 테스크포스팀을 통해 이슬람 금융을 취급할 수 있도록 세제를 개편하는 법률안(조세특례제한법 제21조 2 신설)을 발표해 국내 도입을 용이하게 했다.

당시 발표된 세제안의 내용은 외국에서 발행된 수쿠크를 외화표시 채권으로 간주해 수쿠크 채권을 거래할 경우 발생하는 모든 세금(법인세, 부가가치세, 취득세, 등록세, 이자소득세, 양도소득세, 배당소득세 등 국세 및 지방세 일체)을 면제하는 것이었다.

이후 2010년 12월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됐는데, ‘이자 수수를 금지하는 종교상의 제약을 준수하면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라는 문구를 ‘이자 수수를 금지하는 관습을 준수하면서’라고 수정했다.

그 이후 수쿠크 문제는 올해 1월 30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이 UAE 원전 건설을 위해 28년 동안 10조 원 이상을 우리나라가 지원해 주는 내용이 계약서에 포함돼 있고, 이를 조달하기 위해 수쿠크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의구심이 존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세금 면제 혜택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쿠크에 부과되는 모든 세금을 면제해 준다는 것. 우리나라에서 특정인이 부동산을 매매할 경우 취득세, 등록세, 양도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이 부과되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수쿠크법은 여기에 부과되는 모든 세금이 면제된다.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채권 거래로 간주해 부동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세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 법적으로 수쿠크에 대해 면세 혜택을 주는 나라는 영국과 아일랜드, 싱가포르 등 3개 국. 그렇다고 이들 나라가 우리처럼 모든 세금을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 취득세, 법인세, 이자소득세 정도. 다른 나라들의 외화표시채권과의 차이로 인한 불평등을 없애주는 정도의 혜택에 불과하다.

권영준 교수(경희대 경영대학)는 “조세특례제한법(수쿠크)의 개정안은 IMF 외환 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선진화하기 위해 지향하고 있는 글로벌스탠더드 및 투명성 제고와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무라바하 수쿠크 채권의 경우 조달 법인과 발행 법인의 양자간 거래가 아니고 제3자 소유의 자산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복잡한 거래 절차가 수반되기 때문에 정부가 현재 국회에 제출한 조세특례법 개정안은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면서 “시점이 다른 상품 매입자와 상품 매도자가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데 이는 전혀 비현실적인 가정”이라며 구조적 문제점과 치명적인 법적 하자가 있다고 설명한다.

# 과연 위험한가

수쿠크가 운영되는 방식은 ‘하왈라’라는 이슬람 거래 방식. 거래가 이루어진 즉시 거래와 관련된 서류를 파기해 불법 상속과 증여, 재벌의 계열사 부당 지원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고, 금융 거래의 투명성을 해칠 우려도 있다는 점이 문제로 대두된다.

이런 지적은 고영일 변호사(가을햇살법률사무소)의 지적과도 일치한다. 고 변호사는 “계열사 대주주 경영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자녀에 대한 편법적 증여 또는 상속 방법으로 사용 가능 또는 상속 및 증여세를 회피하는 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외 소재 다국적 기업이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국내 계열사에 대한 자금을 편법으로 지원하거나, 국내 기업이 조성한 비자금을 국내로 다시 유입시킬 때 이를 통해 편법적인 상속 또는 증여가 가능하고 이에 따른 상속세와 증여세를 회피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보았다.

또 한가지, 수쿠크의 발행과 운용을 담당하는 샤리아위원회가 이슬람 율법에 정통한 사람들로 구성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가 테러자금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 교계의 주장이다.

# 정교분리 가능할까

수쿠크와 관련한 사회적 비판 중 하나가 ‘정교분리’. 그렇다면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지킬까. 고영일 변호사(아침햇살법률사무소)는 “이자 수수를 금지하는 종교상의 제약을 지키면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를 조세특례로 규정함으로써 특정 종교를 이유로 한 채권을 우대하는 조치를 취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이는 명백히 헌법에 규정된 정교분리원칙에 반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즉, 국교는 인정되니 않으면서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것이 헌법 제20조 제2항에 명백히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필요에 따라 종교에 개입하는 것이 된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권영준 교수도 “역사적으로 세법은 정치 경제적 목적에 의해 입법돼 온 것이 사실이므로 정교분리의 정신은 당연히 조세정책에도 적용돼 종교와 세법은 엄연히 분리돼야 하는 것이 옳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이를 위배하고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를 부여하고 있는 모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반대하는 교회들을 반대하는 목소리

그렇다고 한국 교회가 모두 반대를 위한 목소리만 키우는 것은 아니다. ‘희년함께’(현재인 방인성 등 7명 공동대표)가 대표적. 희년함께는 교계가 쿠크법안 반대 목소리를 높이자 “일부 기독교 세력은 과도한 정치 개입을 멈추라”며 충고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섣부른 수쿠크법 도입을 재고하라”고 지적했다.

희년함께의 기본 입장은 “‘이슬람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옳지 않다”는 것.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가 하나의 종교로서 인정받으려면 마찬가지로 다른 종교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슬람 또한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를 보이는 이슬람 근본주의도 예외는 아니라는 지적도 함께 했다.

구교형 목사도 “수쿠크를 알고나 반대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돈놀이 금지는 수쿠크 이전에 성경이 명령하고 있다”면서 “출애굽기 22장 25절이 ‘채권자같이 하지 말며 이자를 받지 말 것이며’라는 말로 명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무리 옳은 말도 이단이 말하면 나쁜 말이 되고, 국가주의와 물리력에 기대어 힘으로 이단을 막으려는 발상도 이단”이라고 지적하고, “종교이기주의를 벗어나 수쿠크 법안 그 이상의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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