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1천2백만 성도들이 사용하는 ‘성경과 찬송’. 과연 같을까? 대한민국에 있는 교단들이 3백 개가 넘는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이렇게 많은 교단들이 있는데 정말 모두 같은 성경과 찬송을 사용하는 것일까?

언뜻 보기에는 같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르다’가 정답. 몇 해 전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이 달라서 혼란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성경과 찬송까지 달라져 성도들로서는 여간 혼란스러운 일이 아니다.

‘성경과 찬송이 같다’고 생각하는 성도들이 있다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기독교 서점으로 달려가든지, 아니면 돌아오는 주일에 교파가 다른 교회에서 한번 예배를 드려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성경은 ‘개역개정 성경’. 그동안 사용되던 ‘개역한글판 성경’을 개정한 것이다. 현재 사용되는 개역개정판 성경은 지난 1961년 판 개역성경을 바탕으로 새로 번역한 성경을 말한다. 1998년 발간된 이후 총 4차례에 걸친 개정 끝에 지난 2006년 선보인 최신판 성경이다. 이것이 많은 교회들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개역개정 성경.

당시 성경을 발간한 대한성서공회는, 공회에 가입한 교단들과 가맹하지 않은 교단들에게도 공문을 발송, 성경을 사용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일부 교단들이 개역개정 성경을 ‘강단용’으로 공식 사용하기로 결의하기도 했다.

성경을 새로 교체할 경우 모든 교단들은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제일 먼저 이를 받아들인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한국침례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4개 교단. 모두 대한성서공회에 가맹한 교단으로, 지난 1999년 교단 총회에서 개역개정 성경을 강단용으로 사용하기로 결의했다. 이후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2000년에, 기독교대한복음교회가 2001년에 이 성경을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교단 산하 교회들이 이 성경을 한꺼번에 사용한 것은 아니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사용을 결의한 교단의 교회인데도 아직까지 개역한글판 성경을 사용하는 교회들도 있다. 교단에서 결의는 했지만, 담임 목회자가 바꾸자고 하지 않는 이상 계속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나님의 말씀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렇다.

성경을 바꾸지 않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비용’. 성경을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이 최소 2~3만 원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 1가정 4명의 식구가 모두 성경을 바꿀 경우 최소 10~12만 원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예전 성경을 사용하더라도 문제가 없는데, 굳이 바꿀 경우 10만 원이 넘는 돈이 불필요하게 지출되기 때문이다.

목회자들이 가장 염려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이 때문에 성서공회도 개정개정판 성경을 정가의 40%에 공급하는 일을 일정 기간 동안 진행하기도 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거의 대부분의 교회와 성도들이 개역개정판 성경을 사용한다. 기독교 서점에서 개역개정판 성경이 판매되기 때문이다. 이후 많은 성도들이 또다시 혼란을 겪었다. 새로 성경을 사서 교회에 갔더니 목사님이 읽는 성경말씀과 내가 보고 있는 말씀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 교단은 개역개정판 성경을 사용하기로 결의한 적이 없는데도 서점에서 이 성경을 판매하니 새로 성경을 구입하는 성도들은 이 성경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목회자와 성도들의 지적이다.

그렇다고 개혁한글판 성경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개역한글판 성경으로 달라”는 별도의 요청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른다. 하지만 일부 기독교 서점의 경우 개역한글판 성경을 비치하지 않은 곳도 있어 조금 힘들게 성경을 구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열이면 열 모두 개역개정판 성경을 사들고 올 수밖에 없다.

성경. 모두 같은 성경을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교단이 성경을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교회들도 많다. 결의를 하지 않은 교단들도 있고, 설사 결의를 했다고 해도 담임 목회자와 성도들이 교체를 원하지 않을 경우 그대로 사용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성경이 바뀐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고 해서 하나님의 말씀이 바뀌거나 일점일획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종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