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축복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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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와 축복의 시간
  • 승인 2002.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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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에게 복음을 전하다가 정치적인 이유로 중국 공안당국에 수감된 천기원 전도사가 애절한 편지를 보내왔다. 벌써 6개월을 넘긴 중국 교도소의 고된 수형생활 속에서 천전도사는 비교적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늦은 나이에 기독신학교에 입학, 올해 초 졸업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두리하나를 떠난 이후 겨울 속에 모든 시간이 정지된 듯, 오월 중순까지 함박눈이 내리며 물러갈 줄 모르던 길고도 지루했던 겨울…. 영하 30도의 날씨를 포근하다고 표현하며 유월에야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는 중국의 오지 내몽고 사막 땅에서 유월의 봄소식을 전해봅니다.
혹독한 추위와 열악한 환경, 하루 두끼 이제는 쳐다보기조차 두려운 누런 밀 가루떡 한 덩이와 모래가 가득 섞인 물 한 컵뿐인 식사…. 지금도 적응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실내의 변기통….

세수도 양치도 할 수 없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선배 수감자들의 구박을 받으며 변기통과 바닥청소를 하며 불안과 두려움으로 날을 지새던 변방감옥…. 자유…
그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 작은 독방에 갇혀 사랑하는 가족과 두리하나 모든 분들이 너무나 그립고 만나고 싶어 기억하고 있는 모든 분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하루도 잊지 않고 하나님께 기도와 간구로 아뢰며 새삼 느끼는 것은 그렇게 많은 분들의 헌신과 기도의 동역자가 계심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눈물의 감사를 드립니다.

어느덧 6개월의 수감생활에 세수 대야의 물만으로도 목욕까지 마칠 수 있는 요령과 작은 철사를 끊어 바늘도 만들어 쓰며 이것저것 제법 익숙하게 환경에도 적응하여 이제는 오직 기도와 말씀, 묵상의 시간으로 일생 중 가장 소중하게 기억될 감사와 축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공의의 하나님이십니다. 이제 우리의 재판이 끝나면 만주리 감옥에서 압제를 당하고 있는 13명의 고와와 과부와 나그네들은 가혹한 형벌이 기다리는 죽음의 땅으로 넘겨질 것입니다.
만삭의 김씨 부인은 거처할 곳이 없어 두리하나로 도움을 요청하였고 두리하나 피난처에서 생활하던 중 출산 예정일은 다가오나 출산할 곳이 없어 출산하더라도 가겠다고 출발하였으나 나의 잘못과 기도 부족으로 결국은 체포직후 감옥에서 출산하였으며, 피난처에서 밤이 늦도록 또는 새벽 일찍 추운 마루에 무릎을 끓고 간절히 기도하던 남편 김씨의 모습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또 다른 7살짜리 남자아이의 엄마는 우리와 처음 만날 당시에 인신매매 범에게 팔렸던 과부였으며 이번 사건으로 우리와 함께 수감 중 한국으로 추방된 정씨는 아내와 두 아이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으로 지낼 것이며 그들이 이번에 북한으로 송환되면 아내와 두 아이의 생명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아내는 북한에서, 남편은 남한에서 헤어져 살아갈 비극과 갓난아이를 포함한 5명의 어린아이와 4명의 과부 정처 없이 쫓겨다니던 나그네 4명 모두 13명의 압제 당한 자들을 위하여 하나님 여호와는 객이나 고아의 송사를 억울하게 말며 억울하게 한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요, 용서치 않으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두리하나 모든 분들께… 그들이 “학대받은 자로 부끄러이 돌아가게 마시고 가난한 자와 궁핍한 자로 주의 이름을 찬송케 하소서”(시 74:21) 이 기도제목으로 간절히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철저한 기도와 말씀으로 무장하여 생명을 아끼지 않고 그들을 섬기는 두리하나의 일꾼 될 것을 다짐하며….

2002년 6월 19일 하이라얼 감옥에서
천기원선교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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