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기도로 풍랑 속 한국 교회 바르게 이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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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기도로 풍랑 속 한국 교회 바르게 이끌 것”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1.02.0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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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대담 -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제17대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한기총 바로 세울 첫 번째 과제는 ‘정관개정’… 갈등의 불씨 없애야
통일기금마련과 북한선교 질서 논의진행, 처치스테이도 시행할 예정

최근 한국 교회를 두고 ‘풍랑을 만난 배’와 같다고 표현하는 일이 잦아졌다. 교회를 위협하는 분열과 갈등, 물량과 세속주의 등이 풍랑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목회자들을 둘러싼 각종 유혹과 교단의 이권다툼, 연합기관의 혼돈 속에서 한국 교회는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취임식에서 명예회장 김선도 목사는 “예수님을 선장으로 모신 배만이 풍랑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의 풍랑 그 중심에는 한기총이 있다. “한기총이 난파선상에 있다”고 표현한 17대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는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 한기총을 둘러싼 갈등들 이 모든 것을 골방으로 끌고 가 기도로 사역하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 대표회장이지만 처음 시작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한국 교회를 위해 섬기겠다고 약속했다. 본지 창간 23주년을 맞아 한기총 신임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대표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숱한 난관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다른 각오가 있으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난 두 달은 무척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기쁘다기보다 무거운 책임감이 앞섭니다. 일부 여론이 그랬듯이 저 역시 한기총 대표회장을 세 번이나 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연합운동에서 소외된 합동 교단의 요구가 있었고 혼란에 빠진 한기총을 개혁시켜 제자리에 돌려놓을 책임을 느꼈습니다. 지금 한국 교회의 모습은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를 보는 듯합니다.

그래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소리를 귀담아 듣고 한기총에 거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사역할 생각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편견과 오해를 깨고 이로 인한 불신과 대립도 해소시켜 나갈 것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한기총을 바로 세우는데 힘을 쏟고 싶습니다.

● 한기총의 혼란을 지켜보시면서 가장 먼저 역점을 둘 사업으로 어떤 것을 꼽고 계시는지요?

가장 첫 번째로 할 일은 ‘정관개정’입니다. 현재의 정관은 허술한 곳이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법적으로 충돌하고 초법적인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잘못된 정관을 두고 충돌이 일고 반목하기도 합니다. 하루빨리 개선해야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이도 정관개정 작업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5인위원회가 구성됐고 이르면 3월까지 개정안을 만들어 임시총회에 내놓을 예정입니다. 정관과 운영세칙, 선거법 등을 꼼꼼히 손질해 법적으로 충돌하는 일이 없도록, 법이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온전히 갖출 생각입니다.

이번 대표회장 출마 공약 중 가장 세간의 관심을 많이 받은 것이 바로 ‘처치스테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부에서는 불교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다 혹은 ‘공약(空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만 목사님께서는 가장 애착을 갖는 사업인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구상을 말씀해 주시지요.

처치스테이는 기독교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기독교의 신앙을 쉽고 친근하게 보여주자는 것이지요. 국내에 1000여개의 기도원이 있지 않습니까. 이곳을 바탕으로 2박3일 혹은 4박5일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독교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벌써부터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모아지고 있고 이미 영성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수련원에서도 함께 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하고 있습니다. 양화진 선교사 묘원이나 용인 순교자기념관 등 기독교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처치스테이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약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정부지원에 대한 오해도 있었습니다. 처치스테이는 교회가 스스로 재정을 충당하는 것이 원칙이며 정부에 손을 내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한국을 대표할 문화 프로그램으로 처치스테이를 지원한다면 거절할 이유도 없겠지요. 불교계와의 마찰 우려도 없습니다. 지난달 27일 조계종을 찾아가 자승스님을 만났습니다. ‘처치스테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했습니다. 자승 스님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목사님께서 특히 관심을 갖는 부분 중에 통일 후의 북한선교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통일과 북한선교에 대한 한기총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통일을 위한 준비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 일을 위해 합동과 통합 등 기독교계 주요 교단 50~60곳 총회장을 모아 협의할 예정입니다. 제가 통일에 관심을 갖는 것은 10살 때 고향을 버리고 피난을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북녘 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겠죠. 정부와 조율한 것은 아니지만 통일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에 교회가 솔선수범해서 먼저 통일기금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또 통일 후 북한 선교 방법도 교단장들과 함께 소통하고 고민할 것입니다. 아마 통일이 된다면 남한의 교회들이 앞 다투어 평양과 함흥, 신의주로 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지역은 복음에서 소외될 우려가 높습니다. 때문에 북한선교에 대한 지혜를 미리 나누어야 합니다. 130년 전 선교사들이 올 때 평안도는 장로교 경기도와 강원도는 감리교 이렇게 나누어 선교하지 않았습니까. 이와 같은 지혜를 활용해 소외되는 지역 없이 북한 땅에 복음이 골고루 들어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보수교단인 합동에서 한기총 대표회장을 배출할 경우 세계교회협의회 WCC 총회 문제가 곤란을 겪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있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이번에 특별위원회로 WCC대책위원회를 구성하셨습니다. WCC 총회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요?

사실 안타까운 것은 어렵게 이룬 연합이 WCC 총회로 혹여 깨지진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통합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교단이 WCC 총회를 한국에 유치했지만 이 일은 연합사업을 위기로 몰아넣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교회 안에 보수와 진보 교단이 공존하고 있고 한기총 안에서도 WCC에 대한 찬반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서로 신학적으로 민감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은 채 연합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혼합주의와 다원주의 경향이 강한 WCC 총회를 유치한 것은 갈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유치된 총회를 반대할 수는 없습니다. WCC 총회를 반대하진 않지만 이로 인해 우리 성도들의 신학과 신앙에 혼란이 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WCC에 대한 신학적 조사를 진행하고 혼합주의와 공산주의적 성향이 있다면 한국 총회 때는 이것을 걷어내야 할 것입니다. 연합이 깨지지 않는 범위에서 마음을 합하면 풀어나갈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WCC의 신학적 정체성을 한국 교회에 바로 알려주고 우리의 신학적 정체성을 잘 세워나가는 것이 대책위원회의 목적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한국 교회가 그리스도 안에서 굳건히 설 수 있다고 믿습니다.

● 한기총이 지나치게 친정부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정교분리원칙을 주장하고 계십니다. 한기총의 역할을 어떻게 보십니까.

현 정부가 세운 정책 자체가 50% 이상의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고 그 안에 기독교인들이 있다 보니 교회가 친정부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원칙은 철저하게 ‘정교분리’입니다. 좋은 정책은 돕고 잘못된 것은 비판하면 그뿐입니다. 정부와는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대표회장을 지낼 때는 국가적 변혁기였기 때문에 장외 집회를 많이 했었습니다. 기도를 통해 질서를 바로 잡겠다고 나선 것이죠. 하지만 이제는 대외적 집회보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교회가 나서서 할 계획입니다.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고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로 교회의 본질을 찾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 정성껏 봉사한다면 추락한 교회의 이미지도 회복되지 않을까요?

● 교회의 건강성을 위해 우리가 갖추어야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최근 젊은 교회 지도자들을 둘러싼 사고를 보면서 교회의 물량주의와 외형주의에 우려를 표하게 됩니다. 교회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목회자들을 바로 세우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 신앙과 윤리가 바로 서야 제대로 된 목회를 할 수 있고 교회가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이죠. 목회자 윤리교육을 위해 한기총이 할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교단들이 사도행전적 목회서신을 내도록 하고 윤리교육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교단에 보급해 지속적인 목회자 교육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입니다.

● 본지가 창간 23주년을 맞았습니다. 기독교 언론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독 언론은 성경적 윤리관을 가져야 합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성경에 근거해 사고하고 취재하고 기사화할 때 한국 교회를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어려운 중에도 정론직필의 사명을 잘 감당해 온 기독교연합신문의 창간 23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성경의 절대 진리를 고수하며 정론의 사명을 잘 감당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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