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집-레드컴플렉스와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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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특집-레드컴플렉스와 월드컵
  • 승인 2002.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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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넘실대는 붉은 색 물결을 보는 시각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변천과 진보를 읽어 보았습니다.
① 전쟁을 경험한 세대, 혹은 이들을 등에 업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혀를 쯧쯧 차면서) “왜 하고 많은 색깔 중에 하필이면 붉은 색이여? 50여 년 전의 인공(人共)기가 생각나서 붉은 색만 보면 가슴이 벌렁벌렁하는구먼. 붉은 띠를 두르고 데모하는 것들 때문에 우리 사회의 발전이 이렇게 더딘디. 아, 그것들이 사주한 것 아녀? 늬덜 빨갱이를 겪어보지 못한 애들이 몰라서 그렇지, 빨갱이가 얼마나 무서운디….”

② 민주화를 주도하고 이에 동조했던 진보적 지식인들 혹은 자칭 ‘386세대’:(흐뭇한 미소를 띄고 그리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빛내며) “아아, 이 얼마나 감격스런 일인가! 15년 전 6월 ’87 민주화 운동이 기억나는구나. 그 때 우리 모두는 민주화를 위하여 시청 앞 광장에 모였었지. 보수 세력은 우리를 모두 빨갱이로 몰아가려 했고. 그러나 결국 민주화를 달성하고, 이제 2002년 6월에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이 아이들은 모두 붉은 색을 입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제 완전히 '레드 컴플렉스'를 극복한 징표가 아닌가!”

③ 그러나 정작 붉은 티셔츠를 입고 있는 ‘악마’들:(시큰둥한 표정으로) “왜 붉은 색을 입었냐구여? 글쎄여, 그냥 빨간 색이 튀잖아여. 우리 선수들 유니폼 상의가 빨간 색이구여. 예? 빨갱이 아니냐구여? 빨간 색 입어서 빨갱이라면, 빨간 십자가 걸어놓은 교회나 SK주유소도 다 빨갱인가여? 장미꽃도 빨갱이구여?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여. 자, 우린 이제응원하러 가여. 대∼한민국!"
분명 진보한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전쟁을 통해서라도 나라를 지킨 이유가 공산주의에 대항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 한 것이었고, 민주화 운동을 통하여 이루려 하였던 것이 궁극적으로는 이데올로기에 휘둘리지 않는 ‘자유'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누리고 있는 이 자유를 위하여 선배들이 붉은 색을 혐오했고, 또 이 붉은 색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하여 투쟁하였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아무런 부담 없이 붉은 색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젊은이들이 기특하면서도 부럽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스쳐가는 불길한 예감이 있습니다. 4년에 한번씩 열병처럼 찾아올 월드컵과 열광적인(심지어 광란적인) 집단 최면이 과연 우리 선배들이 ‘붉은’ 피를 흘려 지키려 했던 자유의 끝이란 말인가? 아직은 우리 사회가 약간의 ‘레드’가 필요한 불평등한 사회가 아닌가?'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자유’와 ‘레드'의 조화, 그리고 ‘자유'로워야 할 이유에 대하여 가르쳐 주어야 하는 사람이 바로 그리스도인인데, 하는 막연한 아쉬움과 함께.

장동민교수(천안대학교 기독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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