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위 교체만이 능사 아냐 ... 연구기준, 감시체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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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위 교체만이 능사 아냐 ... 연구기준, 감시체계 시급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0.12.30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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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한기총 이대위 논란 본질은 무엇인가?


한기총 이대위 논란 핵심은 연구가들 간의 ‘세 싸움’
길자연 차기 대표회장, “철저한 대책 마련할 것” 약속

지난 21일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실행위원회에서는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위원 전원 교체가 결의됐다. ‘이단해제’를 주도하고 있는 현재 이대위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실행위원들의 판단이 있었다.

그러나 실행위원회가 끝난 후 결의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개회 때 출석 인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가 남아 투표를 했고, 그 결의는 무효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기총 내부에서는 이대위 교체는 받아들이되 임원회 결의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소문까지 떠돌고 있다. 총회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 이대위를 둘러싼 결정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것이 없는 상황이다.

# 어떤 결의가 있었나

지난 21일 한기총 실행위원회에서는 장재형-변승우 목사에 대한 ‘이단성 없음’ 보고가 진행되자 실행위원들의 반발이 있었다. 회원 교단이 규정한 문제의 인물에 대해 연합기관이 ‘혐의 없음’ 판정을 내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임원회 결의를 받자는 안건은 불발됐고, 오히려 임원회 결정 무효와 함께 이대위원 전원 사퇴 결의가 통과됐다.

찬성 28표, 반대 19표가 나왔다. 개회 시 정족수에 비해 턱없는 인원이 투표에 참여했다는 것이 실행위 결의가 무효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행위원 과반수 참석 개회에 출석인원 과반수의 결의가 정관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이같은 주장이 맞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이 지난 9월 합동 총회 석상에서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 총회 결의 과정에서 헌법에 명시된 출석 정족수의 과반 혹은 2/3를 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 교회 현실에서 대부분의 결의는 출석 정족수에 미치지 못하는 인원으로 처리된다.

동도 관례적으로 마지막 날 남은 인원이 정족수라고 보고 표결처리를 진행했다. 모든 결의가 법대로 진행되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교단 총회에서 첫날 개회 정족수가 마지막까지 유지되는 경우는 없다.

한 실행위원은 “안건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자리를 비운 실행위원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한 것”이며 “남아 있는 인원 중 과반 이상이 결정한 결의 과정에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 이대위 교체 최선인가?

결의과정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대위원들은 지난 27일 회의를 열고 “소통의 부재로 일어난 오해를 풀어가겠다”며 이대위 입장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키로 했다.

그러나 이대위의 성명발표와 해명이 있더라도 위원 교체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새 대표회장이 들어서는 상황에서 길자연 목사가 “재임기간 중 이단 문제가 넘어 온다면 이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결론을 내리겠다”는 책임도 드러냈기 때문이다.

길 목사는 “한 교단이면 모르겠지만 여러 교단에서 공통적으로 이단을 정죄했기 때문에 한기총이 결정을 내릴 때는 각 교단의 견해를 다시 한 번 취합해서 결정을 내리기에 합당한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이대위가 바뀐다고 해서 '이단 규정과 해제‘를 둘러싼 논란이 삭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기총 이대위는 가장 인기가 많은 곳으로 서로 이대위원에 들어가려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단 사이비로 낙인찍인 목회자들의 로비도 상당하다는 소문도 나돈다. 일종의 심사기구라는 점에서 ’투명과 정직‘을 생명처럼 여겨야하지만 곧은 심성을 지키기 어려운 곳이 이대위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공정한 작업’이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길자연 목사는 27일 인수위원회를 출범하고 ‘탕평’을 주장한 것처럼 대-소형 교단을 막론하고 고른 인사를 인수위원회에 중용했다. 논란이 된 이대위원장 고창곤 목사도 포함되어 있다. 이광선 목사가 이대위원을 선임하고 넘어갈지 길자연 목사에게 바통을 넘길지는 알 수 없지만 완전히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내긴 어려울 전망이다.

# 이대위 논란 본질은 ‘세력 다툼’

한 이단연구가는 “한기총 이대위 논란의 핵심은 이단 연구가들 간의 세력다툼”이라고 표현했다. 이단 연구의 기준과 시각이 다른 세력들이 서로의 입지를 강화하고 영향을 발휘하기 위한 싸움이라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로 이대위를 구성한다고 해도 또 다른 반대 세력에 의한 갈등과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이다.

결국 한기총 이단 문제는 이대위의 투명한 구성을 넘어 철저한 검증과 감시 시스템을 보완해야만 잡음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신학자는 “이단을 연구하는 신학 조직을 별도로 구성하고, 각 교단 신학에 맞는 검증 시스템을 표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단 규정과 해제 문제는 개인을 넘어 목회자와 그 교회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므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회심의 절차를 만들어 무고한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역시 “이대위를 감독할 수 있는 감시기관을 만들어 어떤 농간도 생기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대위 자체만이 아니고, 각 교단 신학자들도 참여토록 하며, 이단이 아닌데 이단이 된 억울함도 충분히 살펴 성경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답안을 끌어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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