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기상도] ‘힘의 분산’으로 대화와 타협의 길 열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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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기상도] ‘힘의 분산’으로 대화와 타협의 길 열릴 듯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0.12.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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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2011년 한국교회

▲ 한기총의 리더십 교체는 힘의 중심이 이동하는 것을 나타낸다. 올 한국 교회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WCC 10차 총회 에큐-복음주의권 함께 준비할 가능성 높아
반공 강화되고 대북지원은 난항…종교 간 활발한 대화 모색

2010년 한국 교회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해묵은 논쟁들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사회법’으로 가는 사건들이 빈번해졌다. 서린 뿌리와 뒤틀린 마디를 뜻하는 ‘반근착절’(盤根錯節)이라는 사자성어가 어쩌면 교회에 딱 들어맞는지도 모르겠다. 얽히고설켜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 WCC 총회 연합 움직임 조성
2011년 한국 교회는 큰 틀에서는 ‘WCC 10차 총회’ 준비를 위한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진영의 화합이 예상된다. 신학적 화합은 아닐지라도 한국적 토양에서 WCC 신학을 고민하고 타협할 수 없는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의 소리를 세계 교회에 알리자는 움직임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12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선거를 거치는 과정에서 보수교단을 대표하는 합동의 두 후보 모두 행사 자체에 대한 반대는 표명하지 않았다. 이미 상당한 대화의 진전이 있었다는 발언도 나왔다. 결국 우려했던 보수권의 강한 반대나 시위는 다소 사그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했다.

또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지난달 WCC 준비를 위해 비회원 교단과 모임을 가진 에큐메니칼권이 복음주의자들을 포함한 한국준비위원회 조직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다. 이 모임에 내로라하는 복음주의자들이 함께 참석하면서 한국 교회가 연합으로 준비하는 WCC 총회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힘의 중심 이동 가능성 높아
한기총 차기 대표회장에 길자연 목사가 당선된 것도 2011년을 눈여겨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출마 전부터 ‘원형 회복’을 주장한 길자연 목사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문제와 기독교교도소 환원, 찬송가공회 정상화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정작 출마 후에는 이 같은 공약을 앞세우진 않았지만 합동 총회 석상에서 “통합이 전부 다 망쳐 놓았다”는 성토가 나온 것은 장자 교단을 자처하는 두 교단의 묘한 기싸움을 반영한 것이다.

대외적으로 한기총의 정책적인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길자연 목사는 앞서 언급한 타 교단과의 갈등 혹은 대치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면에서 싸움을 택하기보다 정치적 대화를 통해 해결 고리를 찾아낼 가능성이 높다. 정권 후반기 한국 교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정부로서도 한기총이 내민 손을 마다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과거 ‘힘의 중심’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면 올해는 ‘힘의 분산’ 혹은 ‘이동’이 예상된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한기총이 주도하는 ‘반공’ 옥외 집회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남북 대립 속 ‘통일준비’ 돌입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교회가 정부에 계속해서 건의해온 부분이 있다면 바로 대북지원이다. 4대강 등 정치적 이슈에 대해 각각 다른 소리는 내는 기독교계지만 북한 지원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교단별로 혹은 연합으로 가장 오래 가장 많이 해온 부분이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했던 진보 교단은 물론이고 보수 교단 혹은 보수적인 단체에서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굶주림에 처한 북한 동포를 도와야 한다”는 노력이 계속되어 왔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에 이어 지난 연말 일어난 연평도 도발은 남북관계를 완전히 얼어붙게 만들 뿐 아니라 한반도를 전쟁 분위기로 몰아가기에 충분했다.

이 사건은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도 교회가 냈던 대북지원의 목소리를 상당부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전망이다. 작년 초부터 중단된 대북지원들이 활로를 찾지 못한 채 전면적으로 멈출 위기에 처해 있으나 그마저도 “주지 말라”는 보수권의 반대 목소리에 묻힐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 대비’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이미 학계에서는 하나된 통일신학 정립을 위한 노력이 잇따르고 있으며 통일 선교사 양성과 탈북자 교육, 통일 재원 확보 등 다양한 방안이 교회 안에서 논의되고 있다.

# 종교간 대화로 갈등 해소 나서
한국 사회가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 중의 하나가 ‘종교간 평화’였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 사회는 심각한 종교 갈등의 내홍을 겪었다. 기도 세리머니 중지 촉구와 템플스테이 국고지원 논란, 봉은사 땅 밟기 사건 등 기독교와 불교가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들이 빈번했다. 이 같은 종교 갈등이 새해라고 사라질 리 만무한 상황. 사실 종교 갈등의 이면에는 현 정부를 지지하는 기독교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불교계의 정치적 마찰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독교와 불교의 노골적인 대립은 사실상 본질이 아니었던 것이다.

정권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불교계는 더욱 강하게 정부와 대립하거나 정치권 압박하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여기에 장로 대통령과 동일하게 취급받고 있는 기독교계까지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악 조건 속에서 종교 간 평화를 위해 진보권의 대화 노력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대한성공회 교무원장 김광준 신부는 “타 종교와의 대화 노력이 교회협 일치위원회를 중심으로 강화될 것이며 성공회 역시 종교 간 대화를 새해 주요 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 ‘반근착절’ 해결될까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머리는 더 복잡해진다. 감리교 사태가 해수로 3년째 접어들었다. 감독회장 없이 세월을 보낸 감리교는 ‘변호사’ 직무대행이라는 교계 초유의 상황에 빠져있다. “차라리 2년만 더 버티자”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감리교는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감리교의 혼돈은 한국 교회 연합기관의 안정에도 영향을 주면서 원활한 사업과 연대가 어렵게 만들었다. 감리교의 혼란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한국 교회의 자정 능력마저 의심받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쪽에 기울었던 힘이 분산이 진행되는 분위기 속에서 ‘찬송가 문제’와 같은 연합사업에 대해 해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 찬송가의 출판권 개방문제를 두고 볼 수 없다는 6개 교단장이 공동 담화를 발표했고, 합동 총회에서는 이사들의 책임을 물어 사임서를 받고 새 이사진을 선출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세 갈래로 나뉘었던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도 올 1월을 기점으로 2008년 이전의 모습으로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기하성의 대통합은 현재 공석인 교회협 회장 선임으로 이어지면서 중단된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또 기성과 예성-나사렛 등 성결교단이 31일 연합 신년하례회를 시작으로 공동 사업에 나설 예정이고 한국장로교총연합회가 ‘한 교단 다 체제’를 내세우며 장로교를 하나로 묶는 작업에 나서는 등 같은 신학을 가진 교단을 중심으로 연합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 내실을 높이는 2011년
그동안 한국 교회가 ‘크기’를 과시하는데 주력했다면 이젠 그 반성으로 ‘내실’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선교계는 숫자에 치중했던 ‘동원 중심’의 선교에서 벗어나 ‘성숙’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는 새해에는 선교 프로그램 개발과 한국적 선교신학 정립, 선교사 위기관리와 네트워크 형성 등을 주 목표로 세웠다. 교단 선교부도 선교지에 하나의 신학교를 세우거나 재산을 현지에 이양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지역에 선교의 전권을 주는 ‘지역선교부’ 제도 정착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건강한 중형 교단을 중심으로는 미자립 교회 목회자 생활비 지원과 은퇴 후 연금제도 확충 등 안정적 사역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올해 그 결실들이 맺힐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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