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연합예배'가 빚은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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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연합예배'가 빚은 해프닝
  • 승인 2002.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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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복지재단(이사장:최홍준목사·호산나교회)과 북한교회의 평화통일 연합예배가 무산된 것은, 적어도 재단측의 설명대로라면 100% 북한측의 책임이다.
한민족복지재단의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주일 오전 7시 아침식사 전에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였을 때 북측에서 주일 연합예배를 못하게 됐다는 소식을 알려왔다”고 말하고 “아마도 아리랑축전 관람을 거절해서 그렇게 조치한 것으로 방문단 모두가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은 방북단이 북한에 들어간 12일 다음날부터 아리랑축전 관람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위관계자는 계속해서 “북한측은 우리들이 15일, 그러니까 6월15일에 아리랑축전 관람을 꼭 해야한다고 거듭 설득했다”고 말하면서 “생각컨데 남북정상회담 2주년이 되는 6월15일에 한민족복지재단이 공식 관람하게 해서 뭔가 선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북측의 간곡한 부탁에 재단측은 결국 공식관람은 거절했지만 개인적인 관람만은 허용했었다. 방문단 중 1백여명이 관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우여곡절 끝에 방북단에 돌아온 것은 ‘연합예배 무산 통고’였다.

이 소식을 접한 방북단 일행은 16일주일 아침 고려호텔 대식당에서 예배를 드리는 한편 아침을 거른채 기도회를 가졌다. 점심도 거른채 계속된 기도회 끝무렵 방북단은 북측에 오후 예배만이라도 봉수교회에서 드렸으면 한다는 요청을 보냈고 결국 봉수교회에서 ‘우리만의 예배’를 드리게 했다는 것이다. 재단측 김형석 사무총장은 “북한에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어 일정을 당겨 지난 18일 귀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100%북한책임만을 주장할 수 없는 이유는, 지난 4월29일부터 계속되는 아리랑축전과 관련 북한 당국이 ‘아리랑축전준비위원회’에서만 방북초청장을 발부하기 때문이다. 즉 축전기간 방북한 사람은 모두 축전을 관람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적어도 한민족복지재단 실무진은 이같은 사실을 이미 알았고 ‘어쩌면 연합예배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다음의 김형석 사무총장의 말은 연합예배 무산에 따른 조기귀국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항공측에 어쩌면 일정이 당겨질 수 있으니 예약을 이중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만약 예배가 무산될 경우 북한에 있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 통일부 인도지원국의 한 관계자는 “아리랑축전 기간 북한은 준비위원회가 초청장을 발급하고 있으며 산하 몇몇 기관이 따로 발급하기도 하지만 축전참관을 의무화 한다”고 밝혔다.
한민족복지재단은 ‘범태평양 조선경제개발 촉진협회’이름으로 초청장을 받았다. 재단실무진은 북측으로부터 축전참관을 강요 않는다는 합의서까지 받았으나 북측이 이를 어겼다며 불쾌감을 나타냈으나 “방북단의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고 말했다.
방북에 앞서 “최초의 남북연합예배를 드릴 예정”이라고 대대적으로 발표한 재단측이 방북 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평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유야 있었겠지만 아리랑축전 기간에 무리해서 연합예배를 드릴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 교계의 여론이다.

윤영호차장(yyh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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