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눈물의 땅 서해안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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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눈물의 땅 서해안을 기억하자”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12.1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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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봉, 태안 원유유출사고 3주기 세미나

올해로 서해안 원유유출사고 3주기를 맞은 가운데 지난 3년간 변화된 생태계와 태안 주민들의 삶, 환경선교에 대한 한국 교회의 역할에 대한 의미 있는 세미나가 열렸다.

지난 8일 오후 감신대학교 웨슬리홀에서 열린 한국교회희망봉사단(대표회장:김삼환 목사) 주최 ‘서해안 원유유출사고 3주년 세미나’에서 태안 의항교회 이광희 목사는 “참사 후 3년이 지났지만 생계 문제도, 보상 문제도, 건강 문제도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겉으로 보기는 멀쩡한 바다처럼 속은 분노와 울분으로 가득차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12월 7일 태안 기름유출 사고 이후 제대로 된 보상을 촉구하며 자살한 사람은 4명에 이른다.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굴 양식업에 종사하던 이영권 씨가 국토해양부 주최 주민설명회를 들은 후 돌아와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키우던 굴이 전부 폐사했지만 ‘무허가 굴 양식장은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말에 비관한 것이다.

닷새 후 김용진 씨가 제초제를 마시고 숨을 거뒀다.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며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부인의 병치레를 해야 했지만, 방제작업 일당이 제때 나오지 않아 이를 비관해 자살했다. 또 사흘 후 횟집 사장 지창환씨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 현장에서 분신했다.

올해도 태안의 슬픔은 계속됐다. 온 국민이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에 박수를 보내던 2월 26일, 피해민 손해배상 대책위원회 성정대 위원장이 ‘조속하고 원만한 배상’을 촉구하며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이광희 목사는 “태안 주민들의 관심은 생계 문제와 건강”이라고 밝히고 “3년이 지나면서 무관심 속에 잊혀져가고 있어 낙심과 절망만 남아있다”며 정부 관계자들을 물론, 한국 교회를 포함한 국민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이날 성백걸 교수(백석대학교)는 “태안을 비롯한 서해안 살리기 체험을 통해 한국 교회는 현대 생태위기와 환경재난의 심각성을 온 몸으로 겪었다”며 “태안 참사 3주년을 맞은 한국 교회는 인간의 내면 구원, 인격구원, 영혼구원, 민족구원 뿐 아니라 생태환경 구원을 포함하는 새로운 신앙운동 패러다임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양재성 목사는 “서해안 사태는 석유 문명의 위험과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화석 에너지를 넘어선 대안 에너지로의 전환이 절실하다”며 “한국 교회는 피조세계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의해 움직이며, 하나님의 은총의 장이라는 창조영성과 생태신학으로의 전환을 요구받았다”고 지적했다.

태안 기름유출에 따른 생태 변화에 대한 연구 보고서도 발표됐다. 생태지평연구소 이승화 연구원은 “태안의 갯벌 및 암반 생태계 복원은 장소에 따라 회복에 있어 수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류오염의 경우 생태계가 회복되더라도 오염 전의 생태계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면밀한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태안 주민들의 암 발생에 대한 언론보도와 건강영향조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국민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지금도 대규모 해양오염 사고로 피해지역 주민들은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이를 복구하고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교회희망연대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서해안 원유유출사고 3주년 한국 교회 선언문을 통해 “이제 다시 서해안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 교회가 앞장서 여전히 신음하고 있는 자연생태계와 검은 눈물을 쏟고 있는 그들의 아픔을 말해야 한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고 한국 교회의 생태적 회심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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