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연주 없이 찬송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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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연주 없이 찬송을 한다고?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0.12.0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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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다름과 닮음-29] 악기

악기 없이 드리는 찬송. 전문가들의 ‘아카펠라’가 연상되면서 뭔가 프로의 냄새가 난다. 하지만 교회, 전문가들만이 찬송을 부르는 것은 아니다. 멋진 4부 화음이 어우러지는 찬송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교회가 멜로디로만 찬송을 부른다. 이럴 경우 악기 없이 부르는 찬송은 왠지 어색하게 느껴진다. 악기 연주와 함께 부르는 찬송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찬송이 빠지면 그야말로 ‘앙코 없는 찐빵’, ‘물 없는 오아시스’처럼 느껴진다. 거기에 더해 찬양과 함께 어우러지는 악기 연주가 없다면? 참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그렇지만 악기 연주를 하지 않는 교회가 있다.

‘그리스도의교회’. 이름이 다소 생소하지만 건실한 복음주의 교회다. 이 교단의 경우 한국에서는 예배 시 악기를 사용하는 ‘유악기파’와 악기 사용을 하지 않는 ‘무악기파’ 교회로 나뉜다.

악기를 사용하는 교회도 있지만 그리스도의교회가 예배를 드릴 때 악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서 예배하기 때문”이다. “성경은 예배 시에 악기 음악을 제외시켰다”고 말하는데, “악기 음악을 제외시키는 것이 옳고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믿는다”면서 “악기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성경의 권유에 의해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무악기파는 마태복음 26장 30절, 사도행전 16장 25절, 로마서 15장 9절, 고린도전서 14장 15절, 에베소서 5장 18절~19절, 골로새서 3장 16절, 히브리서 2장 12절, 야고보서 5장 13절 등을 그 근거 구절로 든다.

“이 구절들 속에서 악기는 분명히 배제돼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교회에서 악기가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AD 6세기 경이었으며, 또한 18세기 이전에는 악기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교회에서의 악기 사용은 성경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칼빈이나 웨슬리, 스펄전 같은 교회 지도자들도 강하게 반대했다”고 주장한다.

악기를 사용하는 교회에서는 이런 교회의 규정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90년대 거세게 몰아쳤던 경배와 찬양의 영향으로 웬만한 규모의 교회라면 3~4개, 그리고 각 부서마다 별도의 찬양팀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교회들이 즐비한 한국 교회의 상황에서 ‘악기 없는 예배’를 상상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냉랭한 예배로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하지만 예배에서 악기를 사용하는 교회건, 악기를 사용하지 않는 교회건 그 중심은 하나님에 대한 찬양이다. 그리고 그 교회가 속해 있는 교단의 고유한 문화다. 악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도, 악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된 것이 아니라 개 교단, 개 교회의 존중돼야 할 고유한 문화라는 말이다.

악기 사용이 보편화된 지금이지만 그 중에서도 담임 목사의 목회 방침에 의해 혹은 교회의 보수적 분위기로 인해 극히 제한적인 악기만을 사용하는 교회들도 상당한 것을 보면 악기 사용은 목회 방침 또는 그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예배를 위한 오르간과 피아노 정도는 허용하지만 경배와 찬양을 위한 드럼이나 신시사이저, 기타 등의 악기는 절대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교회들도 있다.

교단들 또한 헌법으로 악기 사용에 대한 규정을 마련한 곳은 없다.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를 드리기 위한, 온전한 예배를 드리기 위한 교회적, 개인적 신앙고백이 묻어있는 예배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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