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가지고 놀면 당한다
상태바
법, 가지고 놀면 당한다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0.12.08 12: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 ‘누구나 꼭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지키되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법도 이제 힘의 논리 앞에서 무너지는 시대에 ‘법대로’를 부르짖는 것은 어쩌면 처량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법대로’가 조롱을 받아서는 안된다. 왜, 그야말로 ‘법(法)’이기 때문이다.

대표회장 선거를 앞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요즘 ‘법’ 때문에 참 말이 많다. 대표회장 후보자의 자격을 규정한 문구, 정확히 말하면 ‘점 하나’ 때문이다. ‘회원 교단의 총회장을 역임한 자나, 회원 단체의 회원으로서 소속 총회의 추천을 받은 자’.

그동안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는 총회장을 역임하고 교단의 추천을 받아야 했지만, ‘회원 교단의 총회장을 역임한 자나’ 뒤에 ‘쉼표(,)’가 찍힘으로써 증경 총회장들은 교단의 추천을 받지 않아도 대표회장에 출마할 자격이 주어졌다. 참 교묘한 술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지난 여름, 다듬고 다듬어(?) 치열한 싸움 끝에 개정했던 게 이 모양이 됐다. 이것 때문에 두 명의 후보를 낼 수밖에 없게 된 예장 합동측은 ‘내전(內戰)’ 양상이다. 쉼표 하나가 교단을 내분으로 몰아간 것이다.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대표회장을 지냈던 인물이 다시 대표회장 후보로 출마한 상황. 이건 과연 가능할까. “‘중임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앞의 예는 김동권 목사, 뒤의 예는 길자연 목사에게 해당된다.

표면적으로 놓고 보면 두 사람 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김 목사는 쉼표 때문에 가능하고, 길 목사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렇다고, 법이 그렇다고 어떻게 교단이 내분에 휩싸이겠는가. 법이 그렇더라도 그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문제는 쉽게 풀린다.

‘두 사람 모두 법을 악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에는 꼭 합동에서 대표회장이 돼야 한다’는 총회적 염원이 반영된 결과이긴 하겠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법이다”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볼썽사납다.

법을 가지고 놀면 어떤 형태로든 결국 법에게 당한다. ‘불장난 하면 밤에 오줌 싼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