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 옥한흠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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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 옥한흠을 말하다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0.12.0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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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 / 디사이플 편집부 엮음 / 국제제자훈련원

“아빠, 저는 한 번도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어요. 아빠도 제게 단 한 번도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지요. 우리 둘 다 너무 쑥스러웠으니까요. 얼굴을 보면서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지만, 아빠도 저도 서로에게 편지를 쓸 때만은 서로에게 ‘사랑하는 성호에게’, ‘사랑하는 아빠에게’라고 쓰며 글을 시작하곤 했었어요.”

생전 옥 목사는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변변하게 하지 못했던 아버지였다. 예수에 미친 사람이었고 복음에 미친 사람이었고 제자훈련에 미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들보다는 복음이, 예수가, 제자훈련이, 성도들이 우선이었다.

옥한음 목사, ‘광인(狂人)’이었다. 아니, 옥 목사 스스로 ‘미친 사람’으로 불리길 원했다. 하지만 스스로 원한다고 다 광인으로 불릴까. 아니다. 사람들은 냉정하다. 그럴만한 삶을 살아야 그렇게 불러준다.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이 옥 목사를 광인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세밀하게 제시한다.

서른 명이 넘는 필자들이 광인으로서의 옥 목사의 삶을 되돌아보며 예수와 복음, 제자훈련에 미쳐있었던 옥 목사를 더듬어냈다. 그렇지만 미화는 없다. 광인을 어떻게 미화할 수 있겠나. 그러기에 그가 떠난 후 사람들은 그를 광인으로 기억하고, 72년 생애를 ‘광인’이라는 단어로 요약하게 했다.

지난 9월 2일 우리 곁을 떠난 옥 목사를 이 책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광인, 첫 장을 열면 낡은 가방 사진이 등장한다. 옥한흠 목사가 생전 10여 년 넘게 가지고 다니던 가방이다. 항상 성경책과 읽을 책 몇 권, 교회와 성도들을 위한 기도수첩이 들어 있었던 가방이다. 네 귀퉁이가 낡아서 하얗게 바랜 그 가방, 성도들에게 미쳐있던 옥 목사의 모습을 보게 한다.

이 책은 일곱 가지 주제로 옥 목사를 기억할 수 있게 했다. ‘생애와 사역’, ‘광인’, ‘인간관계’, ‘제자훈련’, ‘일치와 갱신’, ‘설교와 집필’, ‘추억’.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옥 목사를 떠올리며 마음의 글들을 실었다.

거제도 그 시골구석, 믿음의 집안에서 출생한 옥 목사. ‘한없이 흠이 많은 사람’ 옥 목사가 복음의 감격에 미쳐 걸어왔던 하루하루의 날들이 기록됐다. 옥 목사를 기억하며 글을 썼던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옥 목사는 예수와 제자훈련에 미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렇다고 옥 목사가 제자훈련에만 미친 사람은 아니었다. 한국 교회의 하나됨을 미친 듯이 갈구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부패와 분열로 지탄을 받던 한국 교회의 하나됨과 개혁을 부르짖으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교회갱신협의회를 출범시켰지만, 오히려 뒤에서 조용히 기도하며 지원했던 숨은 인물이었다.

일평생 사람들을 예수의 제자 삼기에 열중했던 옥 목사는, 이제 ‘광인’이라는 책 한 권으로 남았다. 그가 했던 일은 모두가 관심을 가진 것이었고,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처럼 미치기를 바라는 마음이 녹아있다. 옥 목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옥 목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제자’다. “예수의 제자들이 벌떼처럼 일어나는 날이 속히 오게 하옵소서”라는 옥 목사의 기도가 아니더라도 그의 생애는 이미 제자를 말하고 있다.

뒤돌아보면 옥 목사는 부지런했다. 마지막까지 그가 신었던 구두. 뒷굽이 닳아 수선방에 맡겨 뒷축을 덧댄 그의 구두는 옥 목사가 구두 뒷굽이 닳을까 승용차 뒷자리에만 앉아있지 않았던 목회자였음을 말해준다. 옥 목사는 두 발로 성도들을 찾아다녔고, 복음을 전했다.

이 책은 예수에 미쳐 부지런한 삶을 살다 간 옥 목사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었던 ‘디사이플’에서 다루지 못했던 CAL세미나 ‘광인론’ 강의를 덧붙였고, 시간에 쫓겨 싣지 못했던 글들도 더 실었다. 생애와 사역을 담은 다큐멘터리 DVD 영상도 함께 담아, 옥 목사를 그리워하는 성도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옥 목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한 책만은 아니다. 오히려 제2, 제3의 광인들이 계속해 일어나기를, 우리들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를 소원하는 강한 욕망이 담긴 부담스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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