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공원과 서울대 공원
상태바
서울 대공원과 서울대 공원
  • 승인 2002.06.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의 삶은 어느 곳에나 그 사회, 조직을 제대로 지탱하고 운영하기 위한 규정과 규칙을 둔다. 산업체 현장에서는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수칙이 있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자를 위해서 도로교통법을 만들어 정상적인 운행을 돕고 있다.
윤리와 도덕은 인간이 인간다워야 할 조건을 제시하여 우리사회가 겪어야 될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고 우리의 삶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의 영혼을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친히 말씀으로 만드신 성경이 있다.

Speech Communication에서는 어떠한가? 성공적인 대중연설(public speech), 설교, 강의나 대화(conversation)에서도 지켜야할 eye-contact이나 pitch, voice에 관한 법칙도 있고 원고를 쓰기 위해 지켜야 할 원칙도 있다.
우리말에는 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쓰기 위하여 정해놓은 한글 맞춤법이 있다. 한글 맞춤법 49항에서 다루고 있는 ‘고유명사의 띄어쓰기 에 관한 규정’은 성공적인 화자가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내용이다. 49항에는 ‘성명 이외의 고유명사는 ‘단어’별로 띄어씀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띄어쓸 수 있다. (ㄱ을 원칙으로 하고 ㄴ을 허용함)’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 ㄱ은 ‘대한 중학교’와 ‘한국 대학교 사범대학’이고 이것을 다른 방법으로 표기하는데 허용한 방법인 ㄴ 의 예는 ‘대한중학교’와 ‘한국대학교 사범대학’이다. 즉 ‘대한 중학교’도 맞는 표기법이고 ‘대한중학교’도 맞는 표기이며 ‘한국 대학교 사범대학’도 맞고 ‘한국대학교 사범대학’도 옳다는 것이다. 대한, 중학교, 한국, 대학교, 사범대학 같이 ‘단어’별로 띄어 쓸 수도 있고 대한중학교, 한국대학교, 사범대학 등과 같은 ‘단위’ 별로 띄어 써도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특별히 컴퓨터의 주소 쓰기에 익숙하고 이-메일(e-mail)에 익숙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고유명사에 대한 띄어쓰기가 아주 혼란스럽게 되어가고 있다. 물론 컴퓨터가 주원인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띄어쓰기에 관심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로 제대로 된 띄어쓰기에 매우 어려워하고 있다.
‘서울 대공원’과 ‘서울대 공원’는 어떠한가? 두 가지 고유명사가 다 가능하다. 전자는 서울에 있는 큰 놀이공원이라는 뜻이고 후자는 서울대학교 안에 있는 어떤 공원을 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고유명사를 ‘서울대공원’이라고 띄어쓰기 없이 표기한다면 어떠할까?

만약에 서울에 있는 놀이공원과 서울대학교의 공원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 ‘서울대공원’을 보든지 또는 띄어읽기 없이 말하는 것을 듣는 다면 그 청자(聽者)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왜냐하면 ‘서울대공원’은 두 가지 고유명사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유명사를 표기함에 있어서 ‘단어별’로 띄어쓰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단위별’로는 띄어써서 의미의 혼동을 피할 수 있는 표기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간판을 제작하는 사람들이나 현수막을 만드는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일에 관심이 없어 고유명사 뿐 아니라 일반적인 문장에도 도대체 띄어쓰기가 사라진 희한한 문장과 고유명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간판이나 현수막은 한국인들에게도 이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들에게는 더구나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에서 띄어쓰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서울대공원’과 같은 단어들을 그대로 읽든지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워 할 것이고 잠시 후에는 화자(話者)로부터 고개를 돌릴 것이다. 왜냐 하면 수많은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의 상황 속에서 대부분의 청자들은 화자들의 스피치를 더 이상 좋은 쪽으로 이해해 주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고 더구나 골치 아프게 깊은 생각을 하려고 하는 청자는 더구나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의 최종 목표인 청자의 동감(rapport)을 얻는데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스피치가 시행되는 오늘날 호감을 가지는 훌륭한 화자(speaker)가 되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노력이 없이는 어렵다. 한글 맞춤법에 대한 작은 무관심과 무지 때문에 성공적인 스피치의 가능성이 꺾이는 안타까운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박찬석(천안외국어대 영어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