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받는 신앙, 이원론적 모습 때문에 교회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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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받는 신앙, 이원론적 모습 때문에 교회 떠난다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0.11.0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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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안 성도, 그들을 아는가

▲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한 이들이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하나님의 일을 하기 위해 모인 무리다. 하지만 오늘날 이러한 교회에 소속되지 못한채 거리를 방황하는 성도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나안 성도’ 증가는 제도화되는 교회 향한 갱신운동으로도 볼 수 있어
힘겨운 순례의 길 마칠 수 있도록 신앙 차이 포용할 수 있는 장치 필요

한국에 교회는 많다. 하지만 정작 맘에 드는 교회는 없다. 그래서 이 교회 저 교회 돌아다니며 자신의 맘에 드는 교회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목회자의 수준낮은 설교, 살겹지 않은 낯선 분위기, 지나친 헌신의 강요 등 목회자와 성도들의 비신앙적이고, 부도덕한 행실 때문에 교회를 떠난 상처받은 성도들이 오늘도 새롭게 정착할 교회를 찾기 위해 방황하고 있다.

보통 이러한 성도를 가리켜 ‘가나안 성도’라고 일컫기도 한다. ‘가나안 성도’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은 가지고 있지만 현재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을 찾아 다녔듯이 ‘새로운 교회’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리고 ‘가나안’이라는 말을 거꾸로 읽으면 ‘안나가’라는 말이 되는 것과 같이 교회를 나가지 않는 또는 의도적으로 기성 교회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현재 가나안 성도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우리 주변에서 기독교인이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꽤 많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있는 것 뿐이다. 때문에 이들을 향한 신앙적, 목회적 차원의 관심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 가나안 성도의 증가 원인
그렇다면 왜 교회를 잘 다니던 성도들이 무엇 때문에 가나안 성도의 삶을 택하게 되는 것일까?
실천신대 정재영 교수와 조성돈 교수는 ‘강요받는 신앙’에 대한 부담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바른교회 아카데미 주관으로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가나안 성도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하며 가나안 성도의 실체를 조사했다.

정재영 교수는 “신앙은 개인의 믿음과 관련되는 것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신앙에도 집단주의적인 요소가 작용해 자신의 신앙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한다든지, 자신과 같은 신앙을 갖지 않는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갖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조성돈 교수는 “신앙이 강요받는다는 것은 두 가지 부분이다. 첫째는 기독교 교리에 대한, 특히 구원의 확신에 대한 확인과 고백부분이고, 둘째는 감정적 동화에 대한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어렸을때부터 교회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장자 콤플렉스’가 있다. 극적인 변화나 회심이 없이 동행적 신앙을 하며 자라난 이들에게는 ‘구원의 확신’이라는 질문은 큰 부담이 된다. 이들이 신앙의 여정에서 의문을 갖게 되고 다른 관점을 제기하게 될 때 교회가 이들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다.

감정적 동화의 부분도 문제다. 한국 교회는 최근 종교성에 있어서 상당히 감성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년간 경배와 찬양이 유행하면서 앞에서 인도하는 자들과 청중석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괴리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 감성표현은 상당히 극적으로 변해서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것을 강요나 강압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 ‘실천’ 없는 ‘신앙’ 강조가 문제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신앙의 강요는 신앙공동체의 소통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신앙에 대한 생각이나 관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공동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것이 같은 개신교 안에서도 다양한 교단과 교파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그러나 한국 교회는 신앙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의문을 품는 사람들을 용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결국 강요와 소통의 부재는 신앙과 삶의 불일치로까지 이어진다.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의 생각이 틀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관념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교회 구성원들의 주류에 속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교회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정 교수는 “가나안 성도들이 다른 교인들 속에 섞이기 힘들어하는 것 중의 하나는 교인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이원론식의 사고와 관련된다”고 설명했다.

믿음을 강요하지만 믿음에 대한 책임 있는 행위는 강조하지 않아 발생하는 ‘실천 없는 신앙’이 바로 그것이다. 교회 안에서의 생활에는 일치의 중요성을 부여하고, 일상생활의 영역에 대해서는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원론적 사고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사회생활에 올바른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성도들을 분리주의자 또는 배타주의자로 만들어 버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가나안 성도도 어떻게 보면 이러한 이원론이 만들어 낸 산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이성적 신앙’ 추구는 잘못
하지만 기성 교회를 떠난 가나안 성도들의 주장이나 신앙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가나안 성도들은 자기식으로 표현되는 신앙을 갖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는 취미 생활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현대인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종교 교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에서 취사선택을 함으로써 자기자신의 종교를 만든다는 것이다.

정재영 교수는 “가나안 성도들에게서도 이러한 경향이 포착된다. 스스로 생각하는 기독교에 대한 관념이 기존 권위와 충돌할 때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권위에 복종하기보다는 자기자신의 기독교를 스스로 구성하고 있다”며 “결국 이들은 기성 교회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교회를 옮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나안 성도들은 교회 안에서만의 신앙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신앙을 강조한다는 특징도 있다. 즉, 꼭 주일에 교회를 가지 않더라도 신학이나 신앙적인 내용의 책을 읽으면서 영성적인 부족을 채우고, 종교적 실천을 통해 만족을 얻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조성돈 교수는 “가나안 성도들에게서 발견되는 것은 신앙의 실천이 아니라 신앙의 보편화”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나안 성도들은 이성적 신앙을 추구하고 있다. 무조건 믿는 신앙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따져보고 이해하면서 믿겠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목회자들의 지적 수준을 논하고, 비합리적인 목회의 형태에 대해 지적을 하게 되고, 결국 교회라는 조직에 마음이 상하게 되고 떠나게 되는 것이다.

# 한국 교회 갱신의 기회로 삼아야
하지만 가나안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고, 하나님을 부인하려고 한다 할지라도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정서적으로 신앙을 떠나지 못했다고 보아야 한다. 교회는 떠났지만 자신이 만났던 하나님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교회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목이다. 조성돈 교수는 “가나안 성도들은 강인하게 자신의 종교를 만들고 그것을 용납해 줄 교회와 하나님을 찾고 있지만 채워지지 않는 신앙의 정서적 면 때문에 고민하고 아파하는 자들이다”라며 “이들이 순례의 과정을 조금 덜 고통스럽게 마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순례의 끝에서 교회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도록 마음의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영 교수는 “가나안 성도와 가나안 교회는 그들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기성 교회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이른바 한국 교회가 지나치게 제도화되는데 대한 반작용이자 비제도권의 교회 갱신 운동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국 교회는 섣불리 이들을 교회하려고 하거나 제도권으로 흡수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들의 영적인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것을 기성 교회에서 수용함으로써 교회를 갱신하고자 하는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교회는 스스로 공동체임을 표방하지만 그 공동체의 성격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 가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 교회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개인들을 존중하고 포용하며 서로 간에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공동체로 거듭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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