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땅밟기 논란 확산, 교계 자성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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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땅밟기 논란 확산, 교계 자성 목소리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10.27 15: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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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당사자 사과...종교 갈등 우려, 신학 부재 비판

‘봉은사 땅밟기’라는 이름의 동영상이 26일 인터넷 유튜브와 포털 동영상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종교간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라는 비판과 함께 기독교 전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찬양인도자학교 소속 일부 기독교인들이 제작한 이 동영상은 서울 강남의 유명 사찰인 봉은사 대웅전에서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는 장면 등을 담고 있다.

▲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돼 논란이 된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의 한 장면.

 6분여 분량의 동영상에서 이들은 봉은사 경내에서 기도회를 마친 후 “서울 시내에 이렇게 큰 절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너무 놀랐다”, “이 땅이 하나님의 땅이라는 것을 선포했다”, “이 땅은 정말로 파괴될 것이고, 하나님께서 이 땅을 회복할 것이다” 등의 소감을 밝혔다.

이 영상은 지난 24일 봉은사 일요 법회에서 주지 명진 스님이 언급하면서 확산됐다. 그는 “예수의 사랑, 평화의 가르침, 자신의 양심을 지키는 기독교인이 많다. 청년 예수의 뜻을 따라 사는 기독교인들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일부 기독교인이 한국 사회를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신교와 불교 간에 종교 갈등 문제를 풀기 위해 온누리교회나 사랑의교회 등 강남의 대형교회 목사님들과 토론할 용의도 있다”며 한국 사회 종교 갈등을 주제로 한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이번 봉은사 땅밟기 논란과 관련해 한국교회언론회는 27일 논평을 통해 “최근 유튜브에 올려 있는 동영상 내용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종교 간의 화합보다는 종교편향과 불편함의 불평을 호소하는 현실에서 일부의 종교인들의 소영웅주의적 행동은 매우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언론회는 이어 “땅밟기라는 의식은 정통 기독교 교리도 실천적 강령도 될 수 없는 행위”라며 “그러함에도 기독교의 이름으로 행해진 일에 대하여 기독교 전체는 책임 의식을 갖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언론회는 또 “종교 간의 진리 차이가 종교 간의 다툼이 되어서는 안 되며, 자신들의 확신을 타인에게 강요해서도 안 된다. 더구나 침략주의적이고 정복주의적인 태도는 폭력”이라며 동영상과 관련된 당사자와 단체의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언론회는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 논란이 기독교 전체의 주장이나 행동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영상을 제작한 기독교인들과 해당 단체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할 뜻을 밝혔다. 찬양인도자학교 주관 단체 에즈37 최지호 목사는 “무례한 행동으로 교회와 불교계에 피해를 주게 되어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조만간 동영상에 나오는 청년들과 봉은사를 찾아가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최 목사는 “사찰까지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충격적이다. 또 그런 걸 영상으로까지 만들어 공개할 줄은 정말 몰랐다. 무지하고 무례했다”며 “만약 불교인이 교회에 가서 그러한 행동을 하면 기독교인도 기분 나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27일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만나 직접 사과했다.

이런 가운데 전 풀러신학교 신약학 김세윤 박사는 일부 개신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땅밟기 기도에 대해 “한국 교회가 거룩한 전쟁을 한답시다 땅 밟기 기도를 한다고 난리인데 땅 밟기 기도는 성경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남서울교회에서 열린 학원복음화협의회 주최 '하나님 나라의 현대적 조명' 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그는 “한국 교회에 신학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한다. 이 같은 행위는 미신적”이라며 “미신은 미혹하는 신앙을 의미한다. 근거 없고, 옳지 않는 것으로 사람들을 거꾸러뜨리는 것”이라고 땅밟기 기도를 비판했다.

김 박사는 또 땅밟기 기도가 영적 전쟁, 거룩한 전쟁 등으로 표현되는 현실에 대해 “거룩한 전쟁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리를 행하고, 의를 행하는 삶을 말한다”고 꼬집었다.

다종교 사회 속에서 무례한 기독교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조성돈 교수는 “이러한 무례한 행동들은 항상 안티기독교의 단골 소재가 되어서 기독교가 편협하고 타 종교에 대해서 공격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 일부의 행동이라는 변명은 해 보지만, 비쳐지기에는 그리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교회가 이렇게 가르쳐 온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회에서 다른 종교를 무너뜨리는 것이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바도 아니고 그것으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것도 아니”라며 “우리는 다종교 사회에서 좀 더 지혜로운 행동과 합리적인 태도를 가지고 그리스도를 전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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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언자 2010-10-30 13:03:51
기독교인들은 절에 가서 “예수님을 믿으라.”고 땅 밟기를 하고, 중들은 “부처를 믿으라.”고 주일날 교회에 와서 목탁을 두드린다면 좋겠습니까?

기독교인들과 불교인들이 서로 이렇게 하게 되면, 종교인들 간에 분쟁과 폭력과 심한 경우에는 전쟁까지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