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법의 불공정한 적용, 교단 분열의 불씨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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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의 불공정한 적용, 교단 분열의 불씨 된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0.10.0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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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 사회’ 열풍 속 과연 교회는 공정한가 ③-신뢰 잃은 교단 재판과 치리의 문제점

▲ 총회는 최고의 치리회로 공정한 회무를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불공정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장로교 3심제 - 총회 상설재판 등 불투명한 구석 많아져
공법은 성경적 정의 위해 사용돼야…엄격한 법적용 시급

지난달 27일부터 10월 1일까지 열린 예장 합동 제95회 총회 기간, 총회가 열린 대명 홍천비발디파크에는 한 교회 성도들이 두 패로 나뉘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명 광주중앙교회 사태로 교단 총회 초미의 관심을 모은 이 사건 당사자들은 목사 지지측과 반대측으로 나뉘어 교단의 정당한 치리를 기대하고 있었다.

광주중앙교회 사건은 담임목사의 재정권 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부임한 지 3년차인 채 모 목사에게 재정권을 주어야 한다는 일부 당회원들의 요구에 반발이 있었고, 담임목사의 이단성 시비로 불거지면서 교회가 양측으로 갈라졌다. 사태가 커지자 소속 노회인 전남제일노회는 재판국을 구성해 이단 검증을 진행했고 채 목사에 대해 면직 처분을 내렸다.

한편, 총회는 채 목사의 소원을 받아들여 재판국에서 이 사건을 보고했다. 그러나 총회 진행과정에서 총회장 김삼봉 목사가 총대들의 가부를 물은 것이 재판국 판결 기각인지 수락인지 여부가 논란이 되면서 마지막 날 처리 안건으로 다시 미뤄졌다. 결국 총회는 시간에 밀려 폐회하면서 헌의부장이 낸 ‘광주중앙교회 문제 해결을 위한 총회 차원의 중재위원회 설치의 건’만 통과됐다. 명쾌한 판결도 회의 결론도 없이 교단 총회 ‘핵’으로 떠오른 가장 민감한 광주중앙교회 사건이 그대로 묻혀 버린 것이다.

이 사건이 명확하게 해결되기 어려운 것은 노회 판결과 다시 총회 재판국이 관여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재판 관계자들이 양측을 공정하게 조사하지 못했고, 일부 위원들의 사견도 들어갔다는 것이다.

사실 교단 총회나 노회에서 재판국의 판결을 두고 논란이 인 것은 합동 총회만의 일이 아니다. 교단 분열이나 갈등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불공정한 재판과 치리가 그 원인인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기장 서울노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었다. 교단 창립 후 처음으로 소속 목사 정직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정직 판결을 받은 목사는 교단의 비리를 사회법에 고소했다는 이유로 재판국에 회부됐다. 총회 재판국은 “교단 안에서 일어난 일을 교단 밖인 사회법정으로 끌고 가서 교단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선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며 3년 정직 결정을 내리고 해당 노회에 시벌처리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 판결은 장로교 권징절차 중 3심제를 위배한 것으로 교단 내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왔다. 권징의 권한은 노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회는 총회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 했다. 노회 재판국의 판결 없이 총회가 먼저 심사를 한 것이 문제였다. 이모 목사 정직의 건은 사회법으로 다시 확대되는 등 파장을 불러일으켰지만 교단 안에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교단이 재판국을 두는 것은 교회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건에 대하여 공정한 치리를 수행하기 위함이다. 재판국은 노회와 총회에 구성되어 있고 1심 노회 재판국, 2심 총회 재판국, 3심 총회 또는 특별재판국의 구성으로 세 번의 공정한 심사를 진행해 무고한 피해자가 없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교단 재판국은 ‘불공정’의 시선을 받는 곳이 되었고 명쾌하지 못한 판결은 교단 갈등과 분열의 단초가 되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단 안에서 일어나는 불공정 사례는 재판과 치리에만 있지 않다. 각 위원회 회의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가장 비근한 예로 감리교의 경우, 선거관리위원회가 교단법에 충실하게 후보를 추천받지 않은 것이 교단을 2년간 혼란으로 빠뜨린 원인이 됐다. 감독회장 후보였던 김국도 목사가 후보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는 선관위의 모호한 태도로 인해 사회법으로 치달았고, 결국 지난 2008년 9월 23일 서울중앙지법 제50 민사부는 “교리장정 제8편 제13조 4항과 6항에 위배되는 김국도 목사의 후보자격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교단 선거법에 “교회법이나 사회재판법에 의해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는 이”라는 자격규정을 명시해 놓았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교단 법을 무시한 채 선거를 진행한데 대해 교단 특별재판위도 모호한 해석을 내렸다. 교회법에 상충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교회법이나 교단 안에 치리 단체를 믿을 회원은 아무도 없다. 명시된 법조문을 두고도 교단 안에서 명확한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면 결국 교회가 판결을 의뢰할 곳은 세상 법정뿐이다. 세상 법으로까지 가는 현실을 개탄하기 이전에 “왜 교회 안에서는 점점 불투명한 치리와 권징 등 법적용의 문제가 발생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은 창조 후 일어난 최초의 범죄 이후 이웃과의 싸움, 살인 등 죄의 세상이 확대되자 무질서와 범죄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수천년 전에도 어떠한 형태로든 공동체 안에 법은 존재했고 죄의 유무와 형벌의 정도를 가리기 위해 법정과 재판관은 꼭 필요한 요소였다.

신학자 고영민 박사(백석문화대학 총장)는 “법의 존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법 규정을 올바르게 적용하고 공정하게 판결했느냐의 여부에 있다”며 “일단 법을 만드는 것도 인간이고 법을 집행하고 판결하는 것도 인간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제한적인 인간의 잣대에 맞추어 재판하는 것은 언제나 상대적이고 불완전한 요소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경시대에도 불공정한 법적용이 오히려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억압하기 위한 합법적인 수단으로 사용되어졌다고도 말했다.

고 박사는 “이러한 현상을 목격한 선지자 아모스는 ‘공법을 인진으로 변하며 정의를 땅에 던지는 자들아’라고 분노를 터뜨렸다”고 설명했다. “재판관이 법을 통해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모스 시대 재판관들은 오히려 이 공법을 빙자하고 인진과 같이 쓴 죽음의 올무를 씌웠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교단이 법적 분쟁과 각종 사건 사고처리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밀한 규칙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정한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판결의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법조항들을 정비하고 노회와 총회에서 작은 회의부터 이 법에 따라 지키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총회 마지막 날 제비뽑기 규약개정안을 처리한 합동의 경우, 총회 마지막 날 투표에 참여한 대의원의 수가 개회시 출석 인원의 2/3에 미치지 못했다. 사실상 절반 가까이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표결은 진행됐고 선거법 변경은 수포로 돌아갔다. 일부 총대들이 “법조항에 따르면 재석 2/3의 출석이 있어야 유효한 투표가 된다”고 주장했지만 역대 총회 마지막 날까지 재석의 2/3이 출석한 사례는 거의 드물었다. 법대로라면 마지막 날 표결은 대부분 무효가 되고 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총대들은 법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냥 넘기고 만다.

한 교회법 전문가는 “교회가 먼저 가능한한 적법한 회의를 진행하려고 노력해야 오해의 씨앗을 없앨 수 있으며 불공정하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교회법이 일반 사회법에 비해 허술하기 때문에 판결의 번복이 있을 수 있다”며 “일반 재판부가 과거 판례를 참작하는 것처럼 교회도 각종 사례를 모아 원칙을 세우고 느슨한 법조항은 세밀하게 개정해 논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화해중재원 관계자는 전문가를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교단 안에 법조인들을 교회법 정비에 참여시키고 유권해석을 통해 판례집을 보강해 교회법의 기초를 보다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안타깝지만 비리와 불공정 사례를 막기 위해 교회 안의 감시기능, 즉 교단 감사부의 기능을 강화하고 그 구성에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로 믿고 의심하지 않는 것이 교회의 미덕이지만 ‘인간의 실수’라는 측면에서 보완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각종 치리와 권징, 사건 사고와 이에 대한 판결에서 공정성을 먼저 회복하기 전에 교단총회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갈등을 봉합하고 화해를 이뤄내야 할 총회가 하위기관인 교회와 노회의 판결에도 못 미치는 결정을 내린다면 교단의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교회 공정성의 여러 가지 논의 중에서 교회법의 바른 적용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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