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단기 재건 ‘딜레마’ 중장기 사역 전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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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단기 재건 ‘딜레마’ 중장기 사역 전환 시급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0.09.15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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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 굿네이버스 등 공사 중단... 현지 치안 및 행정 상황 혼란


한국 교회의 성과주의적 접근 지양하고 재건과 선교 함께 전개해야

100억 가까운 성금을 모금하며 야심차게 나선 ‘아이티’ 구호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현지의 치안 및 정치상황 속에서 한국 교회가 구호의 첫 걸음을 어떻게 내디뎌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발 빠른 구호를 자랑했던 몇몇 단체들이 현지에서 일어난 돌발 상황으로 사업 중단 위기에 놓이면서 아이티 구호가 단기적으로 결실을 맺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교단 중 아이티 구호에 가장 먼저 나선 예장 합동은 지난 7월 21일 따발레시가 기증한 땅에 비전센터 착공예배를 드리고 본격적인 건축의 시작을 알렸다. 합동은 이곳에 2000평 규모의 비전센터를 짓고 학교와 병원, 식당 등 부대시설을 갖춰 주민들을 도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착공예배 후 땅주인이 나타나면서 비전센터 부지에 담장을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발레시는 시가 소유한 땅으로 합동의 비전센터 건축에 아무 지장이 없다고 밝혀왔지만 사실상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현재 아이티 구호를 담당하는 해피나우측은 정부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정부는 땅주인에게 소유권이 없음을 통보했고, 판결문을 통해 퇴거 명령을 내리는 절차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해피나우 박원영 사무총장은 “땅과 집을 소유했던 사람들이 사망하고 등기소가 무너지는 등 아이티의 부동산 소유권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보상을 노리고 덤벼드는 현지인들이 상당히 많아 골치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다행이도 해피나우의 경우 시의 허가를 취득했고 땅 소유주의 진위도 확인한 상태로 법적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만 공사가 중단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제적으로 공사를 강행할 수 있지만 구호를 위해 나선 기독교 단체가 현지인과 마찰을 빚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단 공사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해외구호에 서툰 기독교계만의 일이 아니다. 레오간시에서 난민촌 건설에 나선 굿네이버스도 시와 정부로부터 토지를 무상임대 받고 건축을 계획했지만 곧 공사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곳 역시 땅 주인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굿네이버스측은 “난민들에게 텐트를 지원하고 긴급구호 물자를 배분하는 등 구호사역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며 “다만 레오간시에 계획했던 난민촌 건설 여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땅 주인과의 문제 해결도 긍정적으로 내다보진 못했다. 이 관계자는 “누구도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현재 아이티는 체제 자체가 완전히 붕괴되어 법적 보장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일단은 NGO의 역할에 맞게 장기재건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지진 후 주민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외상치료를 중점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현지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호의 경험이 부족한 한국 교회의 아이티 지원 사업도 막연한 상태에 놓여있다. 대형교단을 중심으로 각각 30억 가까운 성금이 모아졌고, 크고 작은 교단을 합쳐 100억 원의 아이티 지정 후원금이 모였다. 과거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의 경우라면 난민촌이나 주택재건, 학교건축 등에 쉽게 나섰을 교회들이 아이티 지진 후 8개월이 지나도록 뾰족한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도 그만큼 아이티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먼저 파견된 국제적인 NGO단체들조차도 아이티 정부의 혼란을 주시하며 사업의 속도를 늦추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가 섣불리 나섰다가는 소중한 후원금만 낭비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구호 전문가들을 조언했다. 

한국 교회는 현재 통합이 마을공동체 재건과 의료지원 등을 전개하고, 예장 백석이 학교를 , 기성이 사랑의 집을 짓기로 하는 등 다양한 계획들을 수립한 상태다. 또 지원 시기는 2010년에서 2011년으로 단기간 설정했다. 하지만 구호단체 전문가들은 교회의 재건 계획을 10년에서 20년까지 이어지는 중장기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아이티 현지에서 구호에 나섰던 한 선교사는 “시기적으로 짧게는 일단 오는 11월 열리는 대통령 선거 이후 정국을 분석한 후 재건에 나서는 것이 좋으며 길게는 재건과 선교가 함께 진행될 수 있는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며 “교회의 ‘성과주의’적 시각으로 아이티 구호를 판단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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