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고치는 암환자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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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고치는 암환자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9.1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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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터치’ 예배 5주년 이끈 암전문의 이희대 교수

뇌혈관, 심장질환과 함께 한국인의 3대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암’. 암은 주위에서 암환자를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죽음을 부르는 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암환자들에게 믿음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 9일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독특한 예배가 열렸다. 예배 이름은 ‘힐링터치’(Healing Touch), 번역하면 ‘치유의 손길’이다. 지난 2005년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암환자와 그 가족들 70~80여 명을 대상으로 드려진 이 예배가 올해로 벌써 5년째를 맞았다.
 

▲ 암환자를 위한 예배 '힐링터치'를 지난 5년간 섬겨온 암 전문의 이희대 교수. 그는 스스로 암환자이면서도 8년간 희망을 놓치 않고 암을 극복했다.
독특한 것은 또 있다. 병원에서 이 예배를 시작한 이희대 교수(유방암센터장, 주님의교회)도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은 암환자다. 이 교수는 유방암 수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권위자다. 지난해에는 세계 3대 인명사전으로 꼽히는 미국 ‘마르퀴즈 후즈 후 인 더 월드’ 2010년판에 외과의로 이름이 등재되기도 했다. 스스로 암환자이면서 암수술을 집도하는 것이다.
 
그는 2003년 대장암 2기 판정을 받은 후 지난 8년 동안 무려 12번이나 암이 재발하는 아픔을 겪었다. 대장에서 시작된 암은 간과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결국 골반뼈를 잘라내야 했고 지금은 지팡이와 휠체어에 몸을 맡기는 처지가 됐다. 한때 그는 치료를 포기하고 유서를 써야할 정도로 죽음의 문턱에 가까이 가기도 했다. 수많은 암환자를 치료했지만, 그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그에게도 주어졌던 것이다.
 
이처럼 ‘암과 싸우는 암 전문의’라고 불리는 그가 ‘암 환자와 가족이 함께하는 힐링터치’를 시작하게 된 것도 암환자의 아픔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제가 대장암 4기라는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여 있음에도 희망을 품는 진짜 이유는, 하나님이 제 생명의 5기를 준비해 두고 계시다는 것을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암은 제게 차라리 축복입니다.”
 
그가 이렇게 고백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암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에서 교수들과 교재하며 피상적인 하나님을 만났지만, 이 교수가 하나님을 정면으로 보게 된 것은 대장암이 걸린 후다. 암이 걸린 후 교회도 나가기 시작했다.
 
“아직도 통증이 남아 있지만 마음은 무척 기쁩니다. 이 고통의 시간 덕분에 하나님을 더욱 깊이 만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암을 통해 하나님을 다시 보게 된 그는 정준, 황승현, 이승아 교수 등 동료 크리스천 교수들과 함께 이 예배를 이끌고 있다.
 
▲ 강남세브란스병원에는 암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힐링터치' 예배가 있다.
지난해 2월 유방암 진단을 받고 강남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던 손경숙 집사(선한목자교회). 손 집사는 “힐링터치 예배를 통해 암을 이길 힘을 얻을 수 있었고, 하나님 은혜로 완치될 수 있었다”며 암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손 집사의 남편인 서상권 집사도 “집사람이 아팠을 때 가족 전체가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았다”며 “고통의 시간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지금은 너무 감사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예배에서 엄소연 파트장은 “육신의 연약함 속에서 신실한 믿음으로 암 4기를 극복하고 생명의 5기를 살기로 작정한 이희대 교수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살아갈 힘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하나님은 암환자들의 작은 음성과 울부짖음을 외면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하나님이 예배를 통해 모인 환자들을 눈동자같이 지키시고 그 가족들을 위로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예배에서 조정민 목사(온누리교회 부목사)는 시편 23편을 본문으로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인간은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희망을 가지면 어떤 상황도 극복할 수 있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환자들을 위로했다.
 
이어 “인생을 살다보면 부족한 것이 많고, 갖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불행해진다”며 “다윗이 시편 23편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를 고백할 때 그는 부족한 것 투성이었지만 그것을 내려놓고 하나님으로 인해 만족했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어떤 질병과 고통을 안고 있을지라도 그것을 내려놓고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암 치료를 받는 동안 희망을 붙잡고 하나님을 깊이 만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배에서 이희대 교수는 “벌써 예배를 시작한 지 5년이 됐다. 이 예배를 만드시고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며 “아프고 고난 중에 있는 이들이 예배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고 회복되는 계기가 되길, 병든 육체가 치료받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180명의 사람들이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믿음으로 암을 이긴 이희대 교수는 암을 극복하는 비결로 ‘강한 의지’와 ‘영적인 힘’을 꼽는다. 힐링터치 예배도 이 두 가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암은 육체의 고통이기 이전에 영적 싸움입니다.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말고 하나님을 꼭 붙잡으십시오. 암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살고자 하는 희망입니다.”
 
이희대 교수는 몸무게가 20kg이나 줄어드는 고통 속에서 암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희망을 붙잡고 견뎌냈다.
 
“암 환자를 위한 예배는 그 자체가 치료의 한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희망을 포기하기 쉬운 암환자들에게 하나님의 치유의 손길을 통해 큰 위로와 소망이 되길 바랍니다.”
 
그는 최근 대장암 홍보대사에 임명됐다. 8년간 12번이나 재발되는 고통 속에서도 암을 극복해낸 신앙 덕분에 그는 유명인사가 됐다. 많은 암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희망 전도사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180여 명이 암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한국교회가 이들을 위한 영적 치료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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