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11] 개신교의 철지난 반공투쟁과 불통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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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11] 개신교의 철지난 반공투쟁과 불통 이미지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9.0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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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래교회 보고서(11) 종교계 이미지 전쟁 - (3) 개신교

▲ 지난 8월 15일 한국 교회 8.15대성회가 열렸다. 연합과 화합, 사회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지만 규모에 비해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폐쇄적 분열 이미지 고착

반공 권력화로 사회적 공신력 추락 ‘비호감 개신교’
‘복음적 교회론’ 점검하고 대화로 세대 간 소통해야

본지는 앞서 2회에 걸쳐 ‘천주교의 사회 이슈 선점과 인물 마케팅’, ‘불교의 웰빙 마케팅 전략과 전통종교론’을 통해 종교계의 이미지 전쟁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뤘다. 천주교와 불교는 이미 각자 나름대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대중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그렇다면 개신교는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 꽉 막힌 무례한 이미지
지난 2007년 말, ‘개(開)독교를 위한 변명’이란 책이 나왔다. 개신교 신앙을 가진 20대 청년 여섯 명이 사회 속에서, 구체적으로 또래들에게 ‘개독교’라고 욕을 먹고 있는 위기에 처한 개신교의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닫히고 폐쇄적이고 꽉 막힌 것 같이 느껴지는 기독교의 문을 열고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였다.

개신교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논하기에 앞서, 이 책을 소개한 것은 젊은 청년들이 보기에 지금 개신교는 자신들이 나서야할 만큼 이미지에서의 위기와 절박함을 느꼈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조금 더 솔직해지면 개신교의 이미지는 대중들에게 있어서 ‘비호감’에 가깝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재미있는 간담회가 열렸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한국교회 세대 간 대화와 협력’을 주제로 청년 대학생과 교계 지도자들을 초청하는 간담회를 가진 것이다. 한기총이 세대 간의 협력을 위해 마련한 이날 간담회에서 한 발제자가 ‘비호감 개신교’라는 제목의 도발적인 발제를 내놨다. 그 주인공은 청어람 양희송 실장.

그는 발제문에서 개신교 이미지 추락에 한기총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양희송 실장은 “종교가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위상을 갖는 것은 이해관계에서 어느 정도 초연하게 사회적 판단의 최종심급으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지난 10년간 개신교는 이해관계에 몸을 던졌고, 정권도 창출하고, 이념대결에도 나서고, 언론의 버릇도 고치려 했다. 개신교가 이익집단으로 비춰지도록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기총이 계속 이런 방식으로 기여한다면 2015년 통계에서는 개신교와 천주교의 순위가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희송 실장은 싸우는 이미지보다 대화하고 소통하는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주 개신교는 ‘소통이 안 된다’고 비난받는다. ‘무식함’과 ‘무례함’이 개신교를 대표하는 키워드처럼 돌아다닌다. 이 이미지를 못 벗어나면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많은 사람들이 개신교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바로 이미지의 위기다. 이는 교인 수 감소로 이어진다. 매 10년마다 시행되는 한국사회의 종교에 대한 인구센서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 1995년부터 2005년까지 개신교는 14만4천명 감소한 반면, 불교는 40만5천명 증가, 천주교는 무려 219만5천 명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고려신대 실천신학 전공 곽창대 교수의 ‘최근 한국 개신교의 교세 감소와 그 원인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개신교 정체 원인은 △사회정치적 요인 △사회 변동에 대한 교회의 적절치 못한 대응 △교회의 세속화 △교회 내에 내재하고 있는 교회론적 문제 등이다.

# 사회변화 자각 못하는 이념투쟁
지난 1960년대부터 1980년까지 개신교가 급속하게 성장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한국개신교의 교세성장률은 감소했고, 1993년 이후 명백하게 감소세로 돌아섰다. 1990년대 이후 개신교 내에 쇠퇴 위기감이 고조됐다.

개신교 성장 정체에 대해 노치준 교수(광주대 종교사회학, 현재 광주양림교회 담임)는 과거 30년 동안 개신교의 급속한 성장에 영향을 주었던 요인들이 이제는 역으로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1960년대 초부터 1980년대 말까지 급변했던 사회 상황이 대중들에게 불안감을 줬으며 그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한국 사회는 정치, 경제적 안정의 기조가 마련돼 국민들의 불안감이 감소했다. 이로 인해 개신교 성장의 주축인 중산층 도시인들의 여가활동에 대한 관심 증가가 교회 참여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거론되는 것이 한국 개신교의 사회정치적 보수주의다. 이원규 교수(감신대 종교사회학)는 대부분의 교회가 사회와 연대할 때 보수주의적 경향을 띄었고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사회정치적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주의 경향이 근대화와 맞물려 도시 중산층의 욕구를 만족시켰다고 말한다.

그러나 양낙흥 교수(고신대 역사신학)는 사회정치적 보수주의 경향이 정치, 사회 문제에 대체로 침묵하거나, 정부의 견해를 지원하는 데 일관했다고 비판한다. 그 결과 한국 교회가 대사회적 공신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진구 교수(호남신대)는 “1980년대 말을 기점으로 남한 사회에서 반공주의가 약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그런데 한국 교회의 주류는 반공주의가 결코 약화되지 않았다”며 “개신교는 문민정부의 등장과 함께 대한민국이 좌경화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반공주의의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평화통일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 상황에서 거의 언제나 반공주의를 지지해온 개신교회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회 변혁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타자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으며, 이런 근본주의적인 ‘무례한 태도’로 인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 복음적 교회론 정립 필요
교회의 수적 감소보다 더 큰 위기는 한국 교회의 신뢰도 문제다. 지난 2008년 11월 기윤실이 발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를 신뢰한다는 응담은 18.4%에 불과했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절반에 가까운 48.4%로 나타나 교계에 충격을 줬다. 종교가 없는 사람의 경우 타종교와의 비교 신뢰도에서도 개신교(7.6%)는 가톨릭(37.9%)과 불교(29.0%)의 삼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응답이 젊은 층일수록,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고소득자일수록 심하다는 점이다. 미래 세대는 물론, 한국 사회 주류 세력으로부터도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곽창대 교수(고려신대 실천신학)는 “교회가 자본주의적 이념의 역기능을 신학적으로 바르게 비판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국 개신교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개신교가 근대주의 이념의 산물인 자본주의, 물질주의, 실용주의에 타협했고, 개인의 성취를 뒤에서 조력하는 종교로 변질시키는데 기여했다”며 “이로 인해 개교회 중심주의, 분파주의, 분리주의, 지역주의로 표현되는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연합보다는 분열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개신교가 사회 문제에 자주 노출되고 공신력을 상실한 것은 여러 갈래로 분열된 한국 교회가 개인주의, 성공지상주의 등 사회 병리적 현상에서 사상적 근간을 제공하고, 개인적 수혜와 수적 성장에만 치중해온 데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개신교 교세의 감퇴는 주류 교회론 내에 뿌리 내리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며 “신학적으로 보다 복음에 충실하며 동시에 현재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효과적으로 복음을 세상에 증거 하는 균형 잡힌 교회론 정립이 시급히 요청된다”고 말했다.

교회론 정립과 함께 에큐메니컬 정신을 바탕으로 한 한국 교회의 연합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분열, 분파주의로는 사회적 위상을 정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단은 물론 연합단체 간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하나의 신앙, 하나의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야 비로소 개신교의 이미지 재고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는 지난해 칼럼을 통해 “오늘의 한국 개신교는 향후 30년 동안 신도수 300만 명이 감소하면서 쇠퇴한 후, 다시 회개하고 환골탈퇴 변화하면 그 때 하나님의 긍휼을 힘입어 되살아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느 노학자의 지탄으로 치부하기에는 한국 교회 이미지의 현실이 엄혹하다.
(본문에서는 기획의도에 따라 종교간 객관적 성찰을 위해 부득이하게 기독교를 개신교로 서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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