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연합체? ‘전기총’ 결국 창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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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연합체? ‘전기총’ 결국 창립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0.08.2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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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창립총회 개최... 임원 선출 과정에서 ‘정회’ 처리


한기총과 교회협 등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양대 연합기구가 건재한 상황에서 전국 기독교연합회들을 하나로 묶어 대표성을 내세운 또 하나의 연합체가 탄생해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3일 프레스센터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한 전국기독교총연합회는 전국 9개 도와 16개 시 지역기독교연합회 대표회장과 사무총장 등이 40여 명이 참석했다. 전기총 창립에 참여한 연합회들은 “그동안 소외됐던 지역 교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이러한 이유로 전기총 창립에 함께 한 것이다.

전기총은 창립 취지문을 통해 “새로운 연합체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며 이미 전국에 산재한 232개 시군구 연합회가 광역시와 도단위까지 총연합회로 결성되어 있어 이를 전국적인 조직으로 확대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국지역연합회의 결집은 한국 교회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기총 창립을 격려하기 위해 참석한 조용기 목사도 “처음에는 한기총과 교회협 이외의 또다른 단체가 창립되는 것 같아 반대했지만 두 단체가 아우르지 못하는 중소교회들과 농어촌 교회와 같은 풀뿌리 교회들이 힘을 얻게 하기 위해 전기총이 길을 열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설교를 전한 감리교 김진호 목사도 “기독교가 하나된다는 좋은 취지를 반영하고 세간의 우려를 씻어내는 활동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와 기대에도 불구하고 창립총회부터 전기총은 그 순수성을 의심받으며 ‘삐걱’ 거렸다. 임원선출에 대한 지역 대표들의 반발이 일면서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수립하지 못한 것이다.

임원선출을 위해 구성된 전형위원들이 대표회장에 엄신형 목사, 사무총장에 이상형 사관을 추천한 것이 화근이었다. 엄신형 목사는 이미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인물로 현재 서울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도 맡고 있다. 하지만 엄신형 목사가 초대 대표회장을 맡을 경우 전기총이 한기총과 대립하는 이미지는 지울 수 없으며, 지역교회의 권익을 위해 조직된 단체가 다시 수도권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띤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지역대표는 “서울에서 대표회장과 사무총장을 다 내면 기존 단체들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고 항의했다. 강원도에서 온 오승룡 목사도 “우리는 지역의 뜻을 수렴해줄 것으로 알고 멀리서 온 것”이라며 서울 중심의 임원 선출에 강하게 반발했다.

지역 대표들은 서울을 제외한 채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 전기총 창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상형 사관은 사무총장을 받아들이되 엄신형 목사는 대표회장에 세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상형 사관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지역 대표들의 입장은 강경했다. 개회 예배 후 4시간 가까이 진행된 총회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한 달 후 속회를 약속하고 정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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