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효도의 기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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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효도의 기본 아닐까요?
  • 승인 2002.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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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고맙다.”
한 병실에 나란히 누워 아들의 손을 맞잡은 아버지는 감격의 한마디를 남기고 아들과 함께 수술실로 향했다.

김영학성도(30·순복음인천교회)는 지난해 12월10일 아버지에게 더할 수 없는 효도를 했다. 지난 2000년 1월 급성신부전증이라는 병원의 판명을 받은 아버지에게 신장을 기증한 것. “이제야 아들 역할을 제대로 한 것 같아요. 그동안 불효했는데…. 기독교인으로서 부모님에게 한번이라도 자식된 도리를 다하고 싶었어요.” 그의 신장 기증은 단순히 아버지의 병을 치료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오랫동안 삐걱거리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멋지게 회복시켰다.

80년대 초 아버지 발병
그의 ‘효 이야기’는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성도의 아버지인 김성표장로(54)는 비염으로 인해 수술을 받았고 20년 동안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한 채 생활해 왔다. 그런데 2000년 1월 어느 날 한쪽 귀가 갑자기 들리지 않아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급성신부전증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다른 큰 병원으로 옮겨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예전부터 존재했던 ‘혈액염’으로 인해 신부전증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어요. 혈액염 균이 신장에 영향을 미친 것이었어요.”혈액염은 2만 명 중 1명 비율로 발생하는 희귀병으로 균이 신체에 머무르는 부위에 따라 뇌졸중, 심장 쇼크, 마비 증상 등 치명적 손상을 유발시킨다. 이 분야에 뛰어난 의술을 지닌 스웨덴으로 혈액을 보내 재검사를 받아보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결국 20년 동안 병의 잠재적 원인을 몸 속에 두고 살아왔던 것이다.

혈액염, 신부전증 동시 치료 불가
그러나 또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혈액염과 신부전증은 동시에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병의 근본적 원인인 혈액염을 치료하기로 했다.
“그런데 약물을 이용해 치료를 해나가던 중 아버지는 머리카락이 빠지고 피를 토하기 시작했어요. 검사 결과 약물이 몸에 맞지 않아 장이 파열된 것이었어요. 기구를 이용해 검은 피를 뽑아내니 거의 반바가지나 쏟아져 나오더군요.” 그 이후 김성도의 아버지는 신부전증 치료를 위해 혈액투석을 시작했다.

1회에 4시간이 소요되는 투석을 일주일에 3번, 2년 동안이나 계속해야 했다. 그것도 투석용 주사바늘은 일반 바늘 보다 10배 가량 두꺼운데다 순환을 위해 2개의 바늘을 꽂아야 했다. 바늘이 두꺼워 투석 후 지혈을 시키는데만 10분. 더욱이 투석을 받는 사람은 혈압이 60~210을 오가며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쇼크사의 위험도 늘 갖고 있었다.

투석의 고통 차마 볼 수 없어
“투석 때마다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표정은 차마 볼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마음이 아파 끝까지 지켜보지 못한 채 고개를 돌리기 일쑤였습니다.”또한 항상 간이 되지 않은 맛없는 음식만을 먹었던 기억 때문에 숫가락이 밥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만 들어도 구역질을 심하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혈액염이 치료되지 않아 신장이식을 해도 완치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혈액투석 외에는 별다른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김성도는 조건이 좋은 직장도 포기한 채 아버지의 병간호에 전념했다. “어머니께서도 지난 97년 교통사고로 간신히 목숨은 구했으나 자율신경에 문제가 생겼어요. 그래서 간호는 제가 맡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망설임 없이 신장 이식 결정
김장로의 병은 계속된 혈액 투여로 호전의 기미를 보였다. 2000년 3월부터는 통원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혈액 1회 투여 때마다 몸무게가 4㎏씩 늘어나기 때문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 또다른 병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매일 걷고, 성경필사, 서예 등으로 스스로 철저하게 몸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추석을 맞아 대구 집으로 내려간 김성도는 아버지의 이식수술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서슴없이 기증을 결정했다. “지금까지 제대로 효도하지 못했고 오히려 부모님의 마음을 상하게 한 일이 더 많았어요. 그동안의 불효를 만회하고 교회에서 늘 교육받은 효를 실천할 기회라고 생각했어요.”그는 즉시 기증 가능여부 검사를 받았다. 수술은 12월 10일. 아버지와 아들은 같은 수술실 안에서 3시간이 넘는 수술을 함께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아들도 아버지도 모두 건강했다.

“비록 아버지께서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시지만 이제는 교회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친구들도 만납니다. 아버지의 건강한 모습을 보니 하나님께 더욱 감사할 뿐이죠.”김영학성도는 이같은 효도로 인해 지난 8일 순복음인천교회에서 ‘효자상’을 받았다.
“경상도 사람이라 감정표현이 잘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 인터뷰를 통해 공식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요.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사랑합니다.”

현재 낮에는 레코딩을 배우고 저녁에는 고시원 총무를 하며 성실한 아들로 생활하고 있는 그는 “부모님의 마음을 읽어서 그 마음을 부모님께 돌려드리는 것이 효”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승국기자(sklee@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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