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과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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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과 도박
  • 승인 2002.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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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은 금품을 걸고 승부를 다투는 일을 말한다. 인간 고유의 사행심을 자극해 우연성에 기대를 걸게 하는 도박은 예로부터 세계 각처에서 행하여져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우리 나라에는 다양한 도박산업이 확산되면서, 카지노와 경마, 경륜, 인터넷 카지노, 복권, 불법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이뤄진 도박산업의 규모는 연간 1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단순히 친교와 재미로 오락 차원에서 즐기는 ‘일반도박자’의 범주에 속하지만, 혼자 도박장을 찾거나 과도한 액수로 도박을 즐기는 ‘문제도박자’들도 15-20% 정도 되며, ‘중독도박자’들도 2-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나라 성인의 4.1%가 도박 중독자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도박의 합법화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도박의 합법화가 불법 도박을 내쫓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말은 마치 모든 사람이 도박꾼인 것처럼 가정하는 듯하다. 대부분의 시민은 불법 도박을 하지 안는다. 오히려 도박의 합법화는 도박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도박을 하도록 부추기고, 불법 도박의 충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미법무부의 조사에 따르면, 도박을 합법화 한 주에서의 불법 도박은 그것을 금지시킨 주보다 3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도박으로 인한 채무, 가족 방치, 횡령, 절도, 조직범죄 개입 등으로 생기는 사회비용은, 도박으로 국가가 얻는 수입보다 최소한 3배나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복권(lotto) 역시 제비를 뽑아 배당을 준다는 점에서 도박의 범주에 포함된다. 우리 나라에서도 여러 종류의 복권이 발행되고 있으며, 최근 55억 원의 최고당첨자가 나오면서 복권열풍이 번져가고 있다.
복권 발행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복권이 생활 속의 건전한 오락으로써 불법 도박을 대체하는 사회적 기능과, 세금부담을 경감시켜주며 소득을 재분배하고 수익기금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경제적 기능이 있다고 말한다. 그 긍정적 요소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복권을 판매할 때 60%는 경영, 광고, 판매비용이고 40%만 정부예산으로 편입된다고 한다.

또한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의 사람들보다 3배 이상 복권을 구입하고 손실을 본다고 한다. 따라서, 그러한 목적이라면 차라리 99%가 정부예산으로 편입되는 직접세를 거두어 시행하는 것이 덜 부담되고 더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성경은 도박을 직접 언급하진 않지만, 도박과 상충하는 여러 가지 진리들을 담고 있다. 첫째, 도박은 성경의 일반적 원리에 위배된다. 성경은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강조하며(마 10:29-30) 물질주의를 정죄한다(마 6:24-25). 그러나 도박은 우연성에 호소하며 탐욕을 부추긴다. 성경은 사람이 타인의 유익을 위하여 창의적으로 일하도록 교훈한다(엡 4:28).

둘째, 도박은 노동윤리를 파괴한다(골 3:23-24, 살전 3:7-10). 도박의 한탕주의는 숙련된 노동습관, 검약, 신중, 일상에 대한 충실, 노력과 보상의 관계성 같은 자본주의의 핵심 가치들을 무시하며 건전한 근로의욕을 약화시킨다(살후 3:12).
셋째, 도박은 가족을 파괴한다. 도박은 가족을 방치하는 한 주요 원인이 된다. 성경은 가족을 돌보지 않는 자는 불신자보다 더 악하다고 말한다(딤후 5:8, 고전12:14).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사행성 문화의 근절과 건전한 생활 문화와 가치관 진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가 하나님의 종으로서(롬 13:1-4) 공공의 미덕을 위해 긍정적인 가치들을 조성하도록 감시해야 한다. 도박의 합법화가 가져오는 부정적 결과들에 대한 논의와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세수 증대를 위해 지방정부가 사행산업을 유치하는 유혹을 이길 수 있도록, 중앙집권적 조세체제를 개선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강인학교수(천안대 기독교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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