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하게 하는 직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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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하게 하는 직분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0.04.02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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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 공동 설교문

본문:시편 133:1~3(구약), 고린도후서 5:20(서신서), 요한복음 20:19~23(복음서)

1. 부활의 의미
(1)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셨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그리스도의 부활입니다. 바울 사도는 “만일 그리스도의 부활이 없다면 우리들의 믿음도 헛것이 되고 모든 사람들 가운데 우리들은 가장 불쌍한 자”(고전 15:19)라고 하셨습니다.

(2) 그리스도의 부활은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승리하셨음을 보여준 역사적이며 신비로운 사건입니다. 성경은 죽음이 죄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죄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속죄의 제물을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지은 죄에 대한 일시적 해결이지 영구적인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영원한 속죄의 제물이 되신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세상의 어떤 것으로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우리의 죄 값을 대신 지불해주신 하나님의 사랑 그 자체입니다.

(3)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우리의 죄 값을 영원히 대신 지불한 속죄 제물이었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를 다시 살아나게 하신 생명의 위대한 승리입니다. 그리스도의 죽으심은 우리의 죄를 위한 것이고,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신 것은 우리를 의롭다 하기 위함입니다(롬 4:25). 그래서 우리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죄에 대하여는 죽고 의에 대하여는 살아난 것입니다(롬 6:11).

(4) 부활의 첫 열매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마지막 때에 우리 모두를 그리스도 안에서 부활의 생명으로 다시 살리실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도 우리들은 다시 살리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부활의 능력으로 우리들은 거듭난 중생의 삶을 살고 있을 뿐 아니라, 보혜사 성령으로 말미암아 매일매일 부활의 능력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참 생명의 소유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2. 부활 생명의 소유자로서 우리들의 사명: 화해의 직분
(1)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된 우리들은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는 특별한 직분이 주어졌습니다(고후 5:18). ‘그리스도의 대사’(ambassador)라는 직책(고후 5:20)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화해의 직분’은 예수께서 마지막으로 부탁하신 지상명령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곧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마 28:19),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라”(막 16:15), “나를 사랑하느냐...내 양을 치라”(요 21:16),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 등은 모두 하나님과의 화해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2) 화해자로서의 직분을 맡은 우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하나님과의 화해가 십자가의 은혜로 말미암았다는 점입니다. 우리들 모두는 일 만 달란트 빚진 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엄청난 빚을 은혜로 모두 탕감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들이 해야 할 과제는 내 앞에 서 있는 백 데나리온 빚진 동료를 용서하는 것입니다.

(3) 우리들이 실천하는 작은 용서와 화해는 사람들을 하나님과의 더 큰 화해로 이끌어 들이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화해의 직분을 맡기신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먼저 하나님과 화목하게 된 우리들이 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그들도 하나님과의 더 큰 화목을 이루게 할 수 있습니다.

(4) 화해의 영역은 얼마든지 넓혀갈 수 있습니다. 초대 교회의 복음 전파는 그런 화해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베드로가 가이사랴에 살고 있던 고넬료의 집을 방문한 것은 유대인과 이방인이라는 극단적 민족 감정을 넘어선 것입니다.

그것으로 이방 선교의 문이 열리게 되어 바울의 활동 무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오네시모와 본 주인이었던 빌레몬과의 관계 회복은 신분의 벽을 넘어선 경우입니다. 비록 종과 주인이라는 넘을 수 없는 신분의 격차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가 한 형제처럼 지낼 수 있는 것은 신앙 안에서 이루어진 화해의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3. 화해의 목적: 온전한 평강(샬롬)
(1) 이웃과의 화해는 모두 공동체의 온전한 평강(샬롬)을 그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을 찾아오셔서 거듭하여 ‘평강’의 복을 말씀하신 것도 그 때문입니다(요 20:19~21, 26).

(2)‘평강’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샬롬’은 어원적으로 ‘온전함’(wholeness)을 의미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보호와 인도 아래 아무런 부족함 없이 살아간다는 개인적 차원의 평강(샬롬)도 있지만(시 23편), 이스라엘 민족을 포함하여 모든 인류, 더 나아가 하나님의 피조물 전체가 한데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는 공동체적 평강(샬롬)을 강조합니다.

(3) ‘온전함’을 의미하는 평강(샬롬)은 빠진 부분을 채운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평강(샬롬)은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 본래의 자리를 채운다는 의미와 함께 전체 공동체의 온전한 회복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헬라인이나 야만인이나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에게 다 내가 빚진 자라”(롬 1:14)고 한 것도 온 인류를 하나님의 한 공동체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런 점에서 화해자로서 우리들의 사명은 온전한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하나님의 궁극적인 목표를 지향해야만 합니다.

4. 부활의 능력으로 화해 직분을 적극적으로 실천합시다.
우리들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약속하신 평강(샬롬)의 복을 이미 받아 누리는 자들입니다. 이제는 그 평강(샬롬)의 복을 우리의 이웃에게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1) 우리들이 돌아보아야 할 이웃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며 회개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화해의 직분을 부여받은 하나님의 백성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중심적 삶을 통하여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불러왔습니다. 이제 우리의 편견과 교만과 아집을 버리고 하나님의 말씀에 더욱 순종하여 하나님의 평화와 화해를 도모하는 일꾼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2) 우리 민족은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남북으로 갈라진지가 벌써 65년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금년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남북으로 갈라져 긴 세월을 보낸 우리들은 이제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하여 북한에 대한 우리 마음속의 미움과 적개심을 하나님께 완전히 맡겨 드리고 상대방의 잘못을 용서하며 남북의 평화로운 공존과 상호번영을 도모하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특히 식량난과 의약품 및 에너지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북녘 동포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돕는 일에 적극 참여하여야 합니다.

(3) 우리 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진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한 분 하나님을 한 아버지로 고백하며 한 분 그리스도를 한 목자로 모시며 따르고 있는 우리 교회들이 그동안 서로 갈라진 채 반목과 질시로 지내왔다는 점입니다. 이제 우리들 모두가 그리스도의 한 양떼이며 하나님의 같은 자녀인 형제자매임을 깨닫고, 하나님의 선교를 위하여 일치와 연합 사업을 확대하는 일에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4)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은혜와 복으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 발전하였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선진 대국에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이면에는 아직도 가난하고 약한 이웃들이 너무도 많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받은 복을 나눔으로써 가난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약한 자들을 끌어안아 주어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5)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부탁하신 화해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생태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들은 자신의 편리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자연환경을 마음대로 훼손시켰으며 에너지와 자원을 남용하였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고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일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하나님의 동산을 지키는 청지기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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