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과목, 기독교 교육 근본적으로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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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과목, 기독교 교육 근본적으로 침해”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4.0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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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차 교육과정 종교과목이 가지는 문제점

▲ 종교과목은 기독교 신앙과목과 전혀 다른 과목임을 인식해야 한다.

기독교 사학 교목들 획일적 종교교육 비판
기독교적 가치관 전달할 차별성 교육 필요


제7차 교육과정 이후 종교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기독교 사학 교목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고교평준화 정책과 함께 진행돼 온 획일적인 종교수업 때문이다. 건학이념인 기독교 가치관과 정체성을 전달해야할 사명이 있는 기독교 사학은 타종교와의 공존에 초점을 맞추고 피상적으로 다양한 종교들을 소개하는 정도의 현재 종교교육 수업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고민을 함께 나누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교목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평준화와 교양 종교교육의 정체
지난 3월 25일 오후 6시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 청운홀에 모인 교목들은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주최‘기독교학교의 종교수업’ 첫 번째 강연에서‘종교수업,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이 시대에 주어진 기독교 사학의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기독교 중.고등 사학은 285개에 달한다. 중학교가 118개, 고등학교가 167개다. 전체 종교계 사학의 67.4%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숫자와 비율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교육의 위기가 공론화되고 대안이 필요한 시대에 기독교 사학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기독교 학교로써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교목의 중추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박상진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학)는 기독교 사학에서 종교교과를 가르쳐야 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기독교’를 가르쳐야 하는데 지금의 현실은 ‘종교’를 가르치고 있다”며 “종교를 가르치는 것은 기독교학교의 설립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1974년 고교 평준화 이후 학생들이 강제배정 됐다. 그 이후 기독교 사학 등 종교 학교가 특정 종교만을 가르치는 것이 학생의 종교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다양한 종교를 포함한 종교교육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학교 평준화가 입시위주의 과도한 경쟁에서 탈피하고 학교교육을 정상화 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종교계 학교의 건학정신 구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평준화 제도와 종교교육이 기독교 교육을 근본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평준화 정책은 거주지를 기준으로 학군을 편성해 입학시키는 것으로 학부모들이 가지는 자녀를 자신들이 원하는 종교적 신념대로 가르칠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이화여대 김유환 교수의 견해를 소개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종교교육을 원하는 학부모의 교육권이 전혀 존중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행 사학들의 재정 구조를 탈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건학이념을 보다 자유롭게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종교교육과 신앙교육 분리해야
그렇다면 평준화 정책 이후 시행되고 있는 종교교육은 무엇이 문제일까. 현행 종교교육에 대해 박상진 교수는 “인간의 삶에 대한 보다 심오한 생각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통찰력, 세계의 다양한 종교적 전통과 사상을 이해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이런 교양으로써의 종교학과 특정 종교의 신앙을 경험하도록 소개하고 이끌어주는 종교적 신앙 교육은 구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제7차 교육과정 종교교과의 단원구성을 근거로 “종교학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07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종교교과의 목표에 대해 “종교의 다양성과 차이에 대한 이해를 통해 올바르고 참된 삶의 태도를 기른다”고 밝힌 것에 대해 “특정 종교계 학교가 종교적 신앙을 위한 과목을 선택하기에 적합하지 않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기독교 사학의 설립이념이 다양한 종교를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유환 교수도 “종교과목은 종교학 성격의 ‘종교’ 과목과 각 종교의 신앙을 길러 줄 수 있는 ‘신앙’ 과목으로 분리하여 그 정체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이에 따라 종교과목 교과서도 각 종교별로 구분해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교수는 “종교과목은 교양과목의 하나로 인식하고 기독교학교의 건학이념에 일치하는 신앙과목을 개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향후 기독교 사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학부모(학생)의 학교선택권과 학교의 학생선발권을 신장시키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선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며 자립형 사립학교로의 전환을 통한 자율성 확대, 선지원 후추첨 방식의 확산 등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박중규 목사(신일고 교목)는 “자립형 사립고로 전향한 첫해 기존 15%에 불과했던 기독교인 학생이, 올해는 50%에 달했다”고 소개하고 “그러나 자사고가 된 이후 더욱더 입시 지향적 학교수업형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충렬 목사(대광고 교목)는 “수업시수 변화와 제자양육 심화 등을 통해 학생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물리적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원 목사(정신여고 교목)는 “종교과목 교재와는 별도로 기독교 신앙을 가르칠 수 있는 부교재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의 교재는 신앙교육, 기독교교육과 거리가 있다. 또 학생들의 신앙 수준별 수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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