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화자(話者)와 설명하는 화자(話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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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화자(話者)와 설명하는 화자(話者)
  • 승인 2002.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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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여러 분야에서 강하고 직선적인 자극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TV속의 드라마나 영화의 화면 진행도 중간 과정이 생략된 진행이 되어야 시청자나 관객들의 식성에 맞는다. 언어 습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일반 복권이 있고 ‘더블’이 아닌 ‘따블’복권이 나오고 대학의 학과 사무실은 ‘과사’가 아니고 ‘꽈사’가 된지는 오래다.
이러한 화면구성이나 언어환경에 익숙한 청자(聽者)들은 스피치도 활력있고 직접적으로 닦아오는 메시지에 더 큰 감동을 받으며 또 그런 화자(speaker)에게 관심을 가진다. 핵심을 가운데 두고 돌려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어법이나 종지어는 감동을 받고 싶어 그 순간을 기다리는 청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시간을 줄 수밖에 없다. 상품의 광고도 최근에는 DM(direct mail)이라는 형태의 직접적인 광고가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연단에 선 강연자나 교회 강단에 선 설교자는 상품이나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하는 사람이 아니다. 설명자는 잔잔한 목소리로 그 내용을 차분하게 이해시키면서 얘기를 전개해 가면 된다. 그러나 강연자의 연설이나 설교자의 설교는 그 속에 음의 높낮이(pitch)에도 변화가 있어야 하고 음성의 크기(volume)등도 적절히 조절된 후 권유형 종지어가 활용된 크라이막스를 통해 듣는 이들이 감동을 받는 순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pitch나 스피드, 음성의 크기등이 적절하게 사용되었을 지라도 동참을 강하게 유도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힘있는 종지어가 아니고 프리젠테이션 하는 설명자가 사용하는 잔잔한 설명형 종지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화자 자신의 스피치 내용을 청자들에게 직접적으로 강하게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제 3자적인 입장에서 상황을 담담하게 묘사하는 상황이 되어 청자들의 동참을 이끌지 못하고 오히려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하게 되어 말하는 이(話者)와 듣는 이(聽者)들이 함께 어색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하는 것입니다’라는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1) 오늘 이시간 성령의 뜨거운 역사가 우리와 함께 하시기를 믿으시기 바라는 것입니다. 2) 불우한 사람들과 장애인 형제들을 위해 이번 행사에 다 함께 동참하여 사랑을 나누시기 바라는 것입니다. 3)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오늘 이시간 우리 모두에게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축원하는 것입니다.

위의 예문은 학교의 강의실이나 교회의 설교시간에 종종 들을 수 있는 표현들이다. 만약 위 문장들을 다음과 같이 권유형 종지어로 바꿔보면 어떤 분위기가 될까? 아마도 첫 번째 예문 보다는 훨씬 더 힘있는 반응이나 ‘아멘’이 나올 것이다.
① ⇒뜨거운 역사가 우리와 함께 하시기를 믿으시기 바랍니다. ② ⇒이번 행사에 다 함께 동참하여 사랑을 나누시기 바랍니다. ③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위의 처음 예문 세 개에서 보면 화자는 자신이 전하고 있는 메시지나 행동에 도대체 확신과 자신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왜 청자들을 향해 자신있게 권유하여 분명한 감동을 일으키지 못하는가? 물론 처음 세 개의 문장과 같이 설명형 종지어를 활용한 스피치를 한다 해도 청중들은 그 의도와 내용을 대충 짐작하고 호응해 줄 것이다.

그러나 그 호응은 그리 크고 감동적이 아니고 뜨거운 것도 아니다. 이런 경우 화자는 설명형 종지어로 인해 그저 제 3자적인 입장에서 내용을 묘사하는 나약한 설명자(說明者)의 인상을 주기 때문에 강한 감동을 받고 싶어 준비하고 있는 청자들을 실망시키는 결과가 된다. 스피치의 화자는 신념있는 스피치를 해야 한다. 특별히 설교나 대중연설(public speech)은 스피치가 진행되는 현장에서 ‘좋은 말씀’을 통해 감동이나 은혜를 기대하고 모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스피커(話者)는 그들을 열광하게는 못할지라도 흔들어 놓을 수는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 화자는 청자(聽者) 들에게 죄를 짓고 있는 지도 모른다.

박찬석(천안외국어대 영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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