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입장차이 분명, 신학적 담론 형성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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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입장차이 분명, 신학적 담론 형성돼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0.03.2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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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목회포럼, ‘WCC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주제로 정기포럼 개최

 

▲ 미래목회포럼이 '한국 교회, WCC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기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 및 패널들이 모여 다양한 주장을 펼친 가운데 보수와 진보진영 간 분명한 의견차가 있음이 확인됐다.
최근 세계교회협의회(WCC)의 2013년 ‘10차 총회’ 부산 유치에 대해 보수와 진보 진영에 속해 있는 교단들 사이에서 찬반논쟁이 일어나며 WCC는 한국 교회 안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미래목회포럼(대표:김인환 목사)이 지난 25일 오전 10시 30분 기독교연합회관 17층 대강당에서 ‘한국 교회, WCC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주제로 12차 정기포럼을 개최했다.

세계적 축제라는 ‘WCC 총회’에 대해 한국 교회는 어떻게 평가하고 이해하며, 소통할 수 있을지 WCC에 대한 바른 시각을 갖고, 한국 교회의 올바른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마련된 이번 포럼은 WCC 총회 부산 개최에 대한 보수와 진보 진영의 의견이 분명하게 대립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이날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문병호 교수(총신대), 박성원 교수(영남신대) 등이 발제자로 나서 WCC에 대한 문제점 및 WCC 세계대회가 갖는 의미 등에 대해 발표했다.

‘에큐메니칼 운동과 복음주의’를 주제로 발표한 박명수 교수는 “WCC 10차 총회를 한국 교회가 유치하면서 복음주의 교회들은 매우 난처하게 됐다”며 “한국 교회의 분열을 극복하고, 연합하자는 명분만큼 강한 것은 없지만 복음주의 교회들은 총회 유치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포문을 열었다.

즉, 복음주의를 지향하는 교회들의 경우 WCC가 자유주의 신학을 주장하고, 용공적인(공산주의를 용인한다는 뜻) 태도를 가졌다고 비판하면서 WCC 탈퇴를 주장했기 때문에 무조건 WCC 총회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다.

▲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박 교수는 “오래전에 보수적인 신학교 교수로부터 WCC 총회를 반대하자니 속 좁은 사람이라는 비판을 들을 것 같고, 찬성하자니 신학적으로 용납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며 이런 고민이 바로 대다수 복음주의자들을 고민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 복음주의 교회들은 WCC 총회를 반대하거나, WCC 총회를 회원 교단의 모임으로 규정하고, 여기에 침묵을 지키거나, WCC 총회에 참여해 대화하는 방법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우선적으로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에서 WCC가 어떤 역사적 문제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찬성과 반대보다 WCC 정체성에 대한 대화 필요
이날 박 교수는 “WCC의 문제는 교회 내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부분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여기에 WCC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기독교는 특정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산주의와 같은 WCC의 이데올로기의 모호성은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가 WCC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복음주의가 갖는 의구심이 해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박 교수는 ▲공산주의를 포용하는 것은 분명하고, 더 나아가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냉혹하며,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관대하다는 점 ▲막시즘의 영향을 받아 가난한 자를 위한 혁명을 지지하는 급진세력이라는 점 ▲타종교와의 평화와 대화를 강조한 나머지 종교다원주의에 흐르고 있는 점 ▲신학과 활동이 복음전도의 열기를 식게 만들어 기독교를 쇠퇴하게 만든 점 등 WCC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WCC의 중심 과제 가운데 하나는 타종교와의 대화다. 여기에서 분명한 것은 WCC가 다른 종교에서의 구원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WCC 문서들은 그리스도가 유일한 구세주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WCC는 2003년 부산총회에 회원 교단만이 아닌 전체 교단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지만 WCC가 용공이며, 혼합주의이고, 과격한 혁명사상이라고 생각하고 갈라섰던 사람들이 갑자기 모든 것을 무시하고 한 자리에 앉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진정으로 하나가 되기를 원한다면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진지한 대화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현재 중요한 것은 WCC 총회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가 아니다. 양쪽이 모여 진지한 대화를 통해 WCC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따져보며, 거기에 기초해 WCC 대화에 참여할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WCC, 성경적 전리 떠나있다.
‘WCC의 가시적 교회일치론 비판’을 주제로 발표한 문병호 교수는 “WCC의 가입 문제는 한국 교회 장로교 교단 분열의 핵이 되었다”며 “개혁신학의 보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WCC의 에큐메니칼 운동이 신신학적이며 자유신학적이고, 단일교회를 목표로 하고, 용공적이며 세속적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왔다”고 주장했다.

▲ 문병호 교수(총신대)
특히 교회 일치론 등 신학적 입장에서 WCC가 비성경적이고 반교리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문 교수는 “WCC는 스스로 교회가 아니라고 하면서 교회의 본질로부터 정체성을 도출하려고 시도해왔다. ‘협의회적 교제’ 개념은 그 열매라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WCC가 말하는 협의회적 교제는 말씀의 계시성을 부정하는 비성경적 개념이다”라고 비판했다.

문 교수는 “WCC는 성경의 절대 진리를 말하고자 하면 신학으로 도피한다. 그러나 정작 신학을 통해 절대 진리를 추고하고자 하면 성경의 다의적 의미, 혹은 정황적 의미라는 관점으로 도망친다”며 “교리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단지 모이기만을 추구하는 WCC는 성경의 진리를 떠나 있으며 교회의 종통 교회를 벗어나 있다”고 강하기 비판했다.

이와 같이 두 발제자의 부정적 시각과는 반대로 ‘WCC 세계대회 개최의 의미와 이해’를 주제로 발표한 박성원 교수는 “WCC가 왜 생겼는지, 한국 교회는 WCC 총회에 무엇을 기여할 것인지, WCC 총회는 한국 교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WCC에 대한 한국 교회의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국 교회 일부는 WCC에 대해 용공주의, 자유주의, 사회선교에만 관심을 갖는 정치집단, 종교간의 대화에 따른 다원주의 등으로 몰아세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비난이 정당한가는 차분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WCC 부산 총회, 한국 교회를 세계 교회의 지도자로
박 교수는 “어떤 교회나 기관의 입장을 확인할 때는 그 기관의 공식 입장에 근거해야 한다. 한 교단 안에 다양한 신학적 주장을 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그 교단의 공식적 입장은 교단적 차원에서 표명한 공식입장에 근거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비판적 사고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 박성원 교수(영남신대)
박 교수는 ‘WCC의 신앙고백이 의심스럽다’. ‘WCC는 선교에는 관심이 없다’, ‘WCC는 용공이다’, ‘WCC는 사회선교에만 관심이 있다’, ‘WCC 신학은 자유주의신학이다’ 등과 같은 주장들은 너무 일방적인 비판의 목소리인 것 같다며 “에큐메니칼 운동을 통전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CC 총회가 한국 교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한 박 교수는 “한국 교회는 이제 세계 교회를 지도하는 지도적 위치에 서게 된다. WCC 총회는 한국 교회의 영성, 선교, 섬김, 정의, 평화, 생명목회를 세계 교회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님의 역사 이해를 한국 교회라는 좁은 테두리를 벗어나 세계적, 우주적 지평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한국 교회는 WCC 총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의 신앙증언과 신앙축제가 되도록 함으로써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세계 교회를 섬기는 귀한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발제가 끝난 후 종합토의 시간도 진행됐다. 유해무 교수(고신대), 박종천 교수(감신대), 임희국 교수(장신대), 박종언 목사(예장합신 총무) 등이 패널로 참여해 WCC에 대한 신학적 담론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포럼 전에 진행된 개회예배는 미래목회포럼 부대표인 오정호 목사(대전새로남교회)의 사회로 박순오 목사의 기도(대구서현교회), 김대동 목사(분당구미교회)의 성경봉독, 한기총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가 ‘사도들이 전해준 복음’을 제목으로 설교했다.

또한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임석영 목사(고덕중앙교회, 예장합신 총회장), 나경원 국회의원(한나라당) 등이 축사했으며, 전병호 목사(나운복음교회, NCCK 대표)가 격려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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