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 걱정마세요 정직한 교사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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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 걱정마세요 정직한 교사 되겠습니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3.03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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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교사운동 ‘학부모에게 편지 보내기’ 캠페인
학부모에게 먼저 다가서는 교사, 교육개혁 큰 반향 일으켜

좋은교사운동 ‘학부모에게 편지 보내기’ 캠페인 학부모에게 먼저 다가서는 교사, 교육개혁 큰 반향 일으켜
서울 모 중학교 학부모는 지난해 참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새로운 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위해 담임교사를 찾아가 선물을 건넸다가 돌려받았기 때문이다. 촌지를 받지 않겠다는 선생님의 완고한 뜻은 공감하고 환영할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선물을 거부당하고 나니 부끄럽고 창피했던 것이다.

# 신학기 학부모들의 고민 ‘촌지’
3월 신학기 시즌이 되면 학부모들은 남모르는 고민이 시작된다. 새로운 학교에 배정되거나, 새로 반 배정을 받은 자녀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다.

특히 가장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은 자녀들이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촌지제공’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의 약 47%가 ‘촌지는 뇌물’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의 약 18%가 촌지를 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촌지는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여전히 학부모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촌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촌지는 법적 금지에도 불구하고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독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운동(대표:정병오)의 ‘학부모에게 편지 보내기’ 캠페인이 교육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7년 3천여 명의 회원들을 중심으로 시작한 이 캠페인은 올해 3만여 명의 교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학부모에게 편지 보내기’ 캠페인은 학년 초에 담임교사가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통해 자신을 소개하고 한해 학급운영 계획에 대해 알리는 것이다. 이는 뜻 있는 선배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실천해왔던 좋은 전통이기도 하다. 특히 이 캠페인을 통해 학교가 정직하고 투명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촌지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다들 촌지를 준다는데 우리 아이만 안주면 불이익을 당하는 건 아닐까’하는 고민이다. 또 담임선생님이 촌지를 받는 분인지, 받지 않는 분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더욱 난처하다. 이런 고민과 갈등은 교사와 학부모 사이를 갈라놓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 촌지거절 편지로 ‘감동’ 주고받아
그런데 교사가 편지를 보내 먼저 학부모에게 다가가 촌지를 받지 않는다고 선언한다면 어떨까.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보다 반가울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교사 입장에서도 학부모들의 난처한 부탁을 피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이 된다. 이와 함께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해마다 신학기가 되면 아내의 촌지 걱정을 들어야 했던 한 가장은 교사의 ‘촌지거절’ 편지를 받고 즉각 답장을 보냈다.

그는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이 편지를 받은 학기에는 아내도 촌지 걱정을 하지 않았다”며 “아주 작은 선물이라도 받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촌지를 주려고 할 경우에는 아이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경고문까지 적혀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교사가 분명하게 촌지 거부 견해를 밝혀준 덕분에 교사에 대한 신뢰감도 한결 높아졌고, 아이가 학교에서 꾸중을 들었을 때도 당연히 우리 아이에게 반성할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편지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까지 맞이한 27번의 새 학기 중 그런 편지를 받은 건 단 한 번뿐이었다”며 많은 교사들이 ‘촌지거절’ 편지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학부모는 “중요한 시기에 좋은 선생님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걱정이 많았는데, 아이들을 편애하지 않고 모두 똑같이 사랑해주실 수 있는 분이시라는 확신이 들어서 안심이 된다”고 답장을 보냈다.

학부모에게 편지 보내기 캠페인에 동참했던 교사들은 한 결 같이 답장을 받고 “마음이 뭉클했다”고 말한다.
또 아이들을 지도하는 일에 책임감을 갖게 되고 더욱 힘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줘야겠다고 다짐하는 교사들도 있다.

# 체벌 유무 묻고, 신앙 밝히기도
그렇다면 교사들이 어떻게 이 운동에 참여할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교사 본인에 대한 소개와 학급 경영의 방법 등을 편지에 적는 것이다.
또 아이들에게 정직한 삶의 모범이 되기 위해 불의한 뇌물을 받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촌지를 받지 않으니, 그에 대한 부담을 갖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이때 선생님의 의지가 확고하게 드러나지 않으면 오히려 오해를 살 수도 있다. 따라서 분명하고 정확한 입장을 잘 드러내야 한다. 이를 위해 “만일 촌지를 제공할 경우, 그것을 자녀를 통해 돌려줄 것”이라는 사실을 안내하면 좋다.

교사는 또 편지를 통해 불법찬조금을 조성하는 일에 대해서도 삼가달라고 요청한다. 교사와 관계없이 조성되는 불법찬조금으로 인해 교사 본인과 학교 관계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주지시켜주면 된다.
현재 찬조금 조성은 불법으로, 국가청렴위원회의 지시사항이자, 각 시도교육청이 따라야할 의무사항이다.
그리고 편지 말미에 아이들 교육효과도 커 학부모님들의 답장을 부탁한다. 담임교사가 알아두어야 할 학생의 신상정보 등을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하면 학생을 지도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학기를 시작하면서 보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아이들의 손에 쥐어주는 것이 좋다.

좋은교사운동은 “취지를 잘 설명하면서 편지를 밀봉하지 않아 아이들도 꺼내서 읽도록 하면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조언한다. 좋은교사운동은 처음 편지를 작성하는 교사들을 위해 샘플을 제공하고 있다.
그밖에 학생의 체벌 유무를 학부모에게 직접 물을 수도 있다. 학부모가 체벌을 원하지 않는데 무리한 체벌을 했다가 난처한 상황에 놓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체벌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자녀교육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교사라면, 편지에서 종교가 기독교라는 것을 밝히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당당할 수 있고,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을 통해 학부모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교사운동은 정병오 대표는 “학부모 찬조금의 경우 법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지만 아직도 지역에 따라 음성적 관행으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 정 대표는 “이 문제는 교사 개인 혹은 학부모 개인의 힘만으로 근절하기가 쉽지 않다”며 “교사의 분명한 설명과 부탁이 음성적 관행에 균열을 낼 수 있고 찬조금 근절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좋은교사운동이 정식 캠페인으로 채택하고 강조하면서 우리 회원들은 물론이고, 회원이 아닌 일반교사들의 참여도 크게 늘어났다”며 “이 운동이 전체 교사들에게 확산되어 교사들의 자발적인 실천운동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는 최근 알몸 졸업식, 학교 폭력 등으로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추락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올해 국정 목표로 ‘교육개혁’을 설정하고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다. 공교육에 대한 개혁 요구가 높아만 가는 상황 속에서 교사들의 개혁에 대한 의지와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때에 기독 교사들로부터 시작된 ‘학부모에게 편지 보내기’ 캠페인이 교육개혁의 디딤돌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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