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현장23] “교회는 달라도 우리는 한 분의 하나님을 증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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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현장23] “교회는 달라도 우리는 한 분의 하나님을 증언합니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0.01.27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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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획 // 기도만이 살 길이다 - 한국 교회 기도의 현장을 찾아서
▲ 지난 19일 부산 중앙성당에서 열린 ‘2010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에는 부산지역 목회자와 성도들이 참여해 ‘증인의 사명’을 다짐했다.

 

(23) 하나됨 구하는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이후 제자들에게 주어진 일은 ‘이 사실을 증거’하는 것이었다. 땅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하라는 사명을 들고 나선 제자들은 갖은 핍박 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 애써왔다. 그러나 힘겹게 세워진 교회 공동체는 교리와 교권에 의해 분열을 거듭하면서 ‘한 분의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서로 다른 교회 안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신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지난 19일 부산 천주교 중앙성당에서 열린 ‘2010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는 다양한 교회들을 존중하면서도 주님의 증인으로 부름받은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긴 소중한 시간이었다. 18일부터 25일까지 세계 교회가 함께 지키는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에 모인 신-구교 성도들은 부활의 증인이 될 것을 다짐했다.
1965년 성공회와 천주교가 서로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 일치기도회는 2002년 ‘한국 그리스도교 일치운동’으로 확대됐고 전국을 돌며 지역교회들이 함께 하는 기도회로 열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 교회가 한국이 만든 기도문으로 일치와 화해를 위해 기도했으며 ‘공동의 증언’을 위한 노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부산에서 열린 일치기도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다. <편집자 주>


보수 성향의 부산서 열린 일치기도회 1천여 목회자·성도 뜨겁게 기도

다양성 속에 일치 추구하며 모든 그리스도인 ‘부활의 증인’으로 파송


지난 19일 오후 7시. 추운 겨울날씨에도 아랑곳 없이 부산 천주교 중앙성당에는 1천여 명의 성도들이 모여들었다. 여느 예배라면 천주교 신자들로 가득했을 이곳은 부산 각 지역에서 모인 개신교 신자들과 목회자들이 함께 자리를 채웠다.

올해 일치기도주간에 전 세계 교인들이 함께 묵상한 구절은 누가복음 24장 48절.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라”는 말씀이다. 부활 후 제자들에게 나타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으로 자신의 부활을 알리고 이 일의 증언자로 나서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담은 내용이다.

설교자로 나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권오성 목사는 “부활한 예수님을 눈앞에 두고도 제자들은 믿지 못했다. 그만큼 사람들이 믿음을 가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믿음 없던 제자들은 결국 전 세상을 다니며 죽기까지 복음을 전하고 순교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자들이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된 2가지 사건을 소개했다. 하나는 예수님께서 직접 제자들과 함께 먹고 마신 것이며 두 번째는 말씀으로 그들의 마음을 여신 것이다.

권 목사는 “말씀과 성찬을 통해 주님을 알아보는 신앙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생겨나길 바란다”며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낙담하는 순간에도 하나님은 능력으로 우리를 붙들어 주시며 부활의 역사를 통해 죽음과 고통, 질병을 넘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

권 목사는 또 부활을 경험한 제자들이 증인이 된 것처럼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의 증언자로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사명은 신구교가 다르지 않다. 이날 기도회에는 천주교와 개신교를 비롯해 정교회와 성공회 등 예전을 중시하는 다른 교회들도 자리를 같이 했다. 권 목사는 “가톨릭 교인도 주님의 증인이고 개신교 교인도 주님의 증인이어야 한다. 우리의 모습과 교회가 다르고 다양할 지라도 복음의 진리와 하나님을 증언하는 일은 모두 똑같아야 한다”며 일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로마서 8장 28절 말씀처럼 우리가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을 주께서 기쁘게 보실 것이라는 말씀도 잊지 않았다.

말씀이 끝난 후 그리스도인들의 청원기도가 이어졌다.

예장 구포교회 탁해영 목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말과 행동으로 고백하길 원한다”며 “교회 일치활동의 진전으로 더욱 일치되어 창조된 세상에 대해 감사하고 생명 수호 활동에 협력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구세군 대한본영 부산요양원 김진 사관도 “각자의 믿음을 키워 그 믿음의 힘으로 그리스도와 함께 모범을 따라 살아가길 원한다”고 간구했다.

올해 일치기도주간 기도문은 100년 전 신-구교의 벽을 넘어 세계선교의 소망을 품고 함께 모였던 에든버러 선교대회 100주년을 기념해 스코틀랜드교회연합이 작성했다. 에든버러 세계선교대회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공동의 선교정신’을 강조한 대회였다는데 있다.

결정과 명령 형식이 아닌 모든 교회가 복음전파라는 공동의 목적으로 선한 결과를 위해 다양한 논의를 전개한 대회라는 것이다. 에든버러 세계선교대회는 이후 세계교회 일치운동의 물꼬를 텄으며 당시의 연합과 일치 선교정신이 지금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스코틀랜드 교회는 현재 교회일치운동을 초교파적으로 확대해 교회를 넘어 하나님과 온 인류에 대한 사랑이 실현되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 일치기도의 역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짧지만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965년 대한성공회와 천주교가 상호 방문 기도회를 개최한 것으로 시작되어 1987년 처음으로 교회협이 일치기도에 참여했다. 88년 연동교회에서 일치기도회가 열렸으며 이후 천주교와 정교회, 개신교 등에서 번갈아 가며 공동의 기도제목을 나누는 일치기도회를 진행했다.

지난 2008년 세계 그리스도 일치기도주간이 시작된 지 100년을 맞이했고 이듬해인 2009년에는 한국이 최초로 기도문 작성국으로 참여해 한국의 상황을 세계에 알리고 한반도 평화와 한국 기독교의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기도회는 부산지역 교회가 함께 준비한 것으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에든버러 100주년을 맞아 선교 협력과 일치에 대한 열망이 담긴 기도회는 오는 2013년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 10차 총회를 한국의 모든 교회가 함께 준비하고 지원하자는 바람도 담겨 있었다.

교회협 그리스도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장 조성기 목사는 “WCC 총회가 열리는 부산에서 일치기도회를 열게 되어 무척 기쁘고 감사하다”며 “지역에서 시작된 일치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세계 교회가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기도회에 참석한 성도와 목회자들은 오랫동안 쌓인 신-구교의 앙금이 사라지고 하나님 안에서 한 형제요, 자매라는 공동체 의식을 품게 됐다고 고백했다.

부산지역 목회자인 탁혜경 목사는 “예배의 감격이 느껴진다”며 “지역에서 일치기도운동이 더욱 활성화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좋은나무교회에서 온 박철 성도는 “신구교가 연합하는 기도회를 처음 참석해 본다”며 “일치를 위한 기도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교회 안에 쌓인 갈등이 기도를 통해 깨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일치기도회는 이처럼 다름에 익숙해 있던 교회와 성도들이 같은 점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서로 낯설게만 느껴졌던 신-구교 성도들이 외형은 달라도 주님 안에서 ‘하나’라는 그리스도 일치감을 더욱 굳게 깨닫기 때문이다.

기장 최윤태 목사는 “부산이 보수적인 곳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기도회에 참석한 것이 좋았고, 이런 기도가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열리길 바란다”며 “서로를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예장 통합 김경인 목사도 “교회 일치를 향한 교회들의 노력이 기도회를 통해 실천적으로 이뤄져서 기쁘다”고 고백했다.

일치기도의 감격이 참석자들에게 사명으로 다가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감신대 심광섭 교수는 “일치는 만남을 통해 시작되고 그로 인해 이뤄진다”며 “부활의 증인이 되자는 주제처럼 옛 생명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 부활의 삶을 위해 모든 교회가 협력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도회에 참석한 성도들은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는 말씀을 통해 선교의 사명을 받았다. 모두 부활의 기쁜 소식을 듣고 이 일의 증인으로 나아가 그리스도의 평화를 나누는 일군이 되겠다는 약속도 했다.

교회협 권오성 목사는 “우리가 서로 하나가 되어 증인으로 나서기만 하면 이 세상은 반드시 변하게 되어 있다”며 “우리가 상대방 교회를 그리스도 몸의 지체로 알고 힘을 모으기만 하면 주님의 복음으로 넘쳐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모두가 증인으로 살 때 진정한 일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같은 하나님을 고백하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믿어온 그리스도의 교회들이 복음 안에서 선교 안에서 ‘하나’를 꿈꾼 일치기도회. 신-구교의 벽을 넘어 부활의 증인으로 나아갈 것을 약속한 일치기도의 여운이 오래도록 성도들의 가슴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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