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받은 목소리와 영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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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받은 목소리와 영혼의 노래
  • 최창민
  • 승인 2010.01.1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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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노래하는 오페라 가수 태너 배재철 집사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 볼 때 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하나님이 다시 목소리를 회복시키신 순간, 오페라 가수 태너 배재철 씨(40·높은뜻광성교회 집사)는 약속대로 찬양을 처음으로 하나님께 드렸다. 찬송가 40장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는 그가 다시 받은 달란트를 통해 하나님께 드린 첫 열매인 것이다.

# 어느 날 갑자기 잃어버린 달란트

세계를 무대로 유럽의 유명극장을 누비며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던 배재철 씨는 지난 2005년 10월,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잃어버렸다. 갑상선암 판정을 받고 성대 일부를 절개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목소리를 잃게 된 것이다.

“자라면서 병원을 잘 모르고 살았습니다. 갑작스런 암 진단에 놀랐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어요. 벼랑 끝에 몰려 하나님께 의지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배재철 씨는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따라 자연스럽게 교회를 다니며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노래를 곧잘 불렀던 그는 모 방송사 주최 동요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학창시절부터 주위 사람들로부터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인정받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노래였다”고 고백하는 그는 평생 노래를 부르는 직업을 선택하게 됐다.

한양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그는 1994년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에서 유학을 마치고 여러 성악 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거듭하며 유럽 무대에서 당당히 대뷔했다. 감미로우면서도 무거운 ‘리리코 스핀토’(Lyrico spinto) 목소리를 지닌 그는 ‘아시아 오페라 사상 최고의 테너’라는 찬사를 받으며 오페라의 본고장 유럽의 무대를 휩쓸었다.

가장 찬란한 순간, 인생 최고의 해를 보내던 그해 2005년 어느 날. 목소리가 조금 이상해 찾은 병원에서 청천벽력과 같은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처음 의사로부터 수술을 권유 받은 그는 “수술을 하면 낫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의사도 “일시적으로 목소리가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수술 중 성대와 횡경막의 양쪽 신경을 절단해야했고, 목소리는 물론이고 오른쪽 폐 기능까지 잃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노래라는 달란트를 잃어버린 것이다.

“가수가 목 수술을 하는 것은 육상 선수가 다리 수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육상 선수는 선수생활을 못할 뿐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일상적인 대화마져 어려워졌고 생활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수술 후 생활을 묻자 그는 당시의 힘든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달란트를 잃어버린 상황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매달렸다.

# 새 달란트로 처음 부르는 ‘찬양’

“기도하면서 제가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나만을 위해 사용했다는 것을 깨달아 회개했습니다.”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찾아온 시련이 배재철 씨를 하나님과의 친밀한 만남으로 인도한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목소리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하나님이 다시 새로운 목소리를 주실 때 처음으로 찬양을 드리겠다고 기도했다. 또 이후의 삶을 하나님을 찬양하는 데 쓰겠다고 고백했다.

간절히 기도하기를 반년,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03년 일본 공연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매니저 와지마씨를 통해 성대를 복원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날짜도 잊지 못합니다. 2006년 4월 25일 일본에서 수술을 받게 됐어요. 수술대에 올라 피아노를 조율하듯이 소리를 내면서 성대를 복원했습니다.”

의사가 수술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노래를 해보라고 권했다. 그는 주저 없이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찬양했다. 하나님께서 다시 달란트를 주신 순간, 그가 기도했던 것처럼 하나님께 찬양을 드린 것이다. 그리고 약속대로 그는 남은 삶을 하나님을 찬양하는 삶으로 드리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다시 목소리를 찾은 배재철 씨는 노래를 다시 부르기 까지는 시간이 굉장히 많이 필요했다. 목소리는 돌아왔지만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는 목에 더 많은 힘을 줄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큰 욕심을 부릴 처지는 아니었지만 다시 무대에 서기 위해 인내를 가지고 연습하고 훈련했다.

# 은혜와 기적을 노래하는 가수

“예전의 목소리를 회복해야 했습니다.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무대에 서기 위해 계속 노력했습니다. 회복의 시간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맡겨진 시간이었지요.”

2년 정도 요양을 거친 그는 2008년 2월 한국에 돌아왔다. 하나님은 그에게 용기도 주시고 환경도 주셨다. 그리고 목소리를 잃어버린 지 3년 만인 지난 2008년 12월 일본에서 독창회로 제기 무대를 가졌다.

“2월에 귀국했을 때는 겨울에 독창회를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회복하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노래는 천부적 소질은 타고나야 하지만 그 이후에는 노력이 수반돼야 합니다. 다시 받은 달란트로 노래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겁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성가곡, 이테리 가곡, 한국 가곡, 일본 가곡 등을 묶어 일본 동경에서 투어 콘서트도 가졌다. 귀국 후 2008년에는 모교인 한양대에서 교수로 제자들도 가르치고 있다. 또 올해 6월에는 일본 5개 도시를 순회하는 전국투어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목소리가 전성기 때만큼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자존심도 강했고 스스로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었지만, 지금은 하나님께서 들으시는 찬양이기 때문에 실수를 해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은혜와 찬양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배 씨는 높은뜻광성교회에서 평신도로 문화사역팀에서 봉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앙의 여정을 담아 자서전 ‘기적을 부르는 오페라 가수’<비전과 리더십>를 발간했다. 또 요청이 오는 대로 국내 교회를 다니면서 신앙 간증집회와 함께 성도들과 찬양을 함께했다. 아무리 작은 교회라도 찾아간다는 그는 지금까지 10여곳 이상 간증집회를 다녔고, 최근에는 전북 군산에 있는 교회도 가서 간증을 했다.

“큰 계획을 지금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내 욕심이구나’ 할 때가 많아요. 그저 내가 한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믿음의 분량만큼 한치 앞을 정확히 내딛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는 상황과 환경을 만들어가셨다고 고백한다. 달란트를 하루 아침에 잃어버리는 고난을 받았던 그는 모든 소유를 잃고도 하나님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았던 성경 속 인물 ‘욥’을 신앙의 모델로 삼았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시편 119편 71절) “누구나 각자가 처한 상황과 어려움이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시는 신호입니다. 하나님이 ‘내가 너와 더 가까워지길 원한다’는 뜻입니다. 그것을 깨달을 때 평안을 얻고,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이 지나간 후에 더 큰 축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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