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대담] “신앙 계승 이루고 섬김으로 하나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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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대담] “신앙 계승 이루고 섬김으로 하나 되라”
  • 공종은
  • 승인 2009.12.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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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손인웅 목사

2009년 한해를 정리하는 분주함이 오히려 활기찬 연말이다. 낮은 자리로 친히 오신 성탄을 지나 며칠 남지 않은 한해의 끝자락으로 치달아가는 바람이 차갑다. 하지만 2010년에 대한 기대가 이런 차가움을, 분주함을, 한해를 보내며 남아있는 아쉬움들을 떨쳐내게 한다.  한목협 대표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한국 교회 연합운동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한 손인웅 목사를 만났다. 진보권 인사이면서도 보수 기관인 한기총에서 묵묵히 일해 왔다. 이런 이유로 손 목사는 연합운동에 있어서는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됐다. 하지만 이제 교계는 손 목사를 사회적 섬김과 나눔의 자리에서 발견하는 일들이 부쩍 많아졌다. 한목협을 비롯해 한국교회봉사단 등 교회의 사회적 나눔이 있는 현장에는 늘 손 목사가 있었다. 교회 연합과 일치운동에서부터 섬김과 나눔의 현장에서 교회와 사회를 섬겨 온 손인웅 목사를 만나, 한국 교회의 2009년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대담: 장형준 편집국장 / 2009년 12월 16일 / 장소: 덕수교회


▶ 교회의 건강성이 사회적 건강성의 척도가 되는 시대입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회장으로서 바라보는 2009년의 한국 교회, 과연 건강했다고 생각하십니까?


-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건강하지 못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실망스런 결과지만 자가진단을 하더라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목회자들의 신체, 정신, 심리, 도덕성, 영성 등 5가지 면면을 살펴 볼 때 온전한 건강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게 교회의 현실입니다. 우선 신학적인 기반이 약하다는 점과 언행불일치로 인해 도덕성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목회자들이 강단에서 선포하는 메시지가 행동과 일치돼야 하지만 간극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말에 대한 실천이 따르지 못하면 신뢰가 떨어집니다.


하지만 교회가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크고 중요한 요소가 영성입니다. 다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이 교회가 가지고 있는 영성입니다.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으로, 즉 영성을 통해 한국 교회의 약화된 건강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 올해 한국 교회의 사회적 지지도가 지난해에 비해 소폭 상승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교회의 사회적 나눔과 섬김이 지지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한목협이 보는 교회의 사회적 활동, 과연 어떠해야 할까요?


- 예수께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신 말씀을 우리 한국 교회가 너무 정직하게 지켰습니다. 하지만 ‘너희 착한 행실을 보이고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따라 오도록 하라’고도 하셨습니다. 개인적인 구제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자존심과 인격을 위해 조용히 하는 것이 좋지만, 공동체가 하는 일들은 나타내 보여야 합니다.


이제 교회의 착한 행실을, 사회적 나눔을 드러내야 합니다. 교회도 이제 가장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효율성이 높아지고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높아집니다. 그리고 교회들이 더 참여해야 합니다. 전체 교인들의 섬김과 나눔의 삶이 몸에 배야 합니다. 전체 기독교가 하나의 구심점 아래 집중해 지역의 작은 교회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굉장한 역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서해안 살리기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것이 한국 교회의 잠재력입니다. 서해안 봉사 당시의 표어가 ‘하나 되어 섬기고 섬기면서 하나 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교리와 신학은 교회를 나누지만 봉사는 하나가 되게 합니다.


▶ 목사님이 보시는 2009년 한국 교회의 연합운동,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 연합운동에 뛰어든 것이 벌써 11년이 됐습니다. 그 때는 교계의 양극화 현상이 심할 때였는데,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진보와 보수를 넘어 하나 되게 하는 일에 힘썼습니다. 그동안 진보권이나 보수권 교회 인사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이 ‘다른 게 없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것만 찾으니까 분열하고 대립하는데 서로 다른 신조와 신학은 존중하고 좋은 것은 서로 받으니 풍성했습니다.


최근 불거진 세계교회협의회 총회 유치로 인한 진-보의 대립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교회협이 너무 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회협의 파트너는 언제나 한기총이라는 것을 의식해야 합니다. 한발 물러서서 한기총을 앞세우고 중심에 세워주면서 일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교회협이 세계교회협 총회 유치에 너무 올인한 나머지 다소 흥분했고 상대적으로 한기총이 위축되고 긴장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교회협 총회 유치는 국가적인 경사이며 세계적인 잔치입니다.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의 한 전략으로 세계교회협의회 총회 유치를 막자는 움직임은 한국 교회를 불행하게 하는 것입니다. 한기총이 추진하는 세계복음주의연맹 유치와 함께 모두 성공적으로 유치해 개최할 수 있게 협력해야 합니다.


부활절연합예배도 어렵게 진행해 왔습니다. 기독교가 사회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행사가 부활절연합예배입니다. 불교계에 초파일 행사가 있다면 우리도 전체 교회가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지도자들 중에서 그런 의지 강한 분들이 서로 친구가 돼야 하고 서로 친해야 합니다. 봉사와 구제, 이단 사이비, 환경, 대사회적 문제 등 모든 것들을 하나로 묶어 낼 수 있게 되면 선교적인 시너지효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기독교는 하나의 교회입니다.


▶ 한국 교회 연합운동의 두 축인 한기총과 교회협이 그 정체성을 잃어가고,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습니다. ‘곪을 대로 곪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기총과 교회협 개혁에 대한 목사님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 한기총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현직 교단장들이 힘을 쓰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당장 이것부터 고쳐야 합니다. 현직 총회장들이 공동회장으로 참여해 일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 사람들이 힘을 합하면 바로 교단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관과 단체는 산하 단체로 해서 지도를 받도록 하고, 교단 대표들이 모여서 움직이는 체제로 바꿔나가야 힘이 생깁니다. 앞으로 이 작업을 해야 합니다.


교회협은 우선 가맹 교단 수가 너무 적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한기총과 비교할 경우 교단 수와 재정적인 면 등 모든 면에서 위기의식을 느낄 정도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협은 8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한국 교회를 하나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저력 있는 기관입니다. 교회협이 앞으로 계속 나가려면 폐쇄적인 진보, 닫힌 진보의 틀을 벗어나야 하고 교회 연합운동에 적극 앞장서야 합니다. 흡수 통합된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 있지만 그건 신앙적으로 할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는 하나가 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교회협이 처음부터 한국 교회의 연합과 일치 주도했던 것인데 한기총과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는 것이 바로 교회협의 정신이 살아나는 것이며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 위에 이루어 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는 길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폐쇄적으로 가면 점점 활동의 범위가 좁아지고 영향력과 역할이 축소돼 결국에 가서는 교회협의 존폐 문제까지 나올 수 있습니다. 작은 교단 몇 개가 모여 있는 작은 그룹으로 남아 있으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 안타까운 소리도 들린 한해였습니다. WCC 총회 유치를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권 교회 간의 이해 차와 대립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대규모 세계 대회를 두고 대립하는 이 시점에서 한국 교회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 교회협 쪽에서 속도를 조금 낮추고 복음주의권을 중심에 세워야 합니다. 무엇을 조직할 때도 보수권을 배려해야 합니다. 역사에 오점을 남겨서는 안됩니다. 이번 갈등은 WCC 유치 독주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난 것이지만 나중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을 기대합니다. 복음주의협의회와 교단장협의회, 한목협 등 중도 세력들을 모아서 역할을 하게 해야 합니다. WCC 총회는 몇몇 사람들이 아닌 한국 교회 전체가 매달려서 세계가 깜짝 놀랄 대회로 격조 높게 치러내고, 이와 함께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도 유치해 한국 교회 전체가 힘을 합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WCC나 WEA 총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면 결국 한국 교회가 살아나고,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에 공헌해야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교를 이룰 수 있습니다. 크게 생각하고 넓게 봐야 합니다. 시간도 남아있습니다. 4년 정도 남았으니까 단계 밟아나가면 잘 될 것입니다. 한국 교회에 주신 이만한 축복이 없습니다. 세계복음주의연맹 총회 유치도 가능성 있어 보입니다. 이 모든 것들을 국가적인 일로 봐야지 계파나 종파의 일로 봐서는 안됩니다. 모든 것들이 다 잘 풀릴 것입니다.


▶ 2010년 새해를 맞는 한국 교회와 성도들을 위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 2010년은 호랑이 해입니다. 국가적으로는 세계를 향해 크게 발돋움해야 하는 해이고, 교회적으로는 연합과 일치, 사회적 공헌 등에 있어서 한 단계 올려놓아야 합니다. 일치, 갱신, 섬김, 환경(생명 살리기) 이 네 가지가 한국 교회가 주력하고 가야 할 길입니다. 국가적으로는 노령화와 저출산 문제가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만큼은 교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세계 기독교의 미래를 내다볼 때 상당히 어둡습니다. 아프리카와 남미 쪽은 부흥하고 있지만 유럽이나 미국은 쇠퇴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가 여기서 동력을 발휘해 세계 교회에 공헌해야 합니다. 한국 교회만큼 생동하는 교회들이 많지 않습니다. 지도자들이 이를 잘 묶어서 힘을 실어주면 굉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땅 끝까지 복음 전하라’는 것과 ‘신앙의 계승’을 철저하게 지켜야 합니다. 이것이 한국 교회의 미래를 담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가면 한국 교회가 문을 닫고 한국 사람들도 멸종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유대인들은 계승에는 성공했지만 확산에는 실패했고, 기독교는 확산에는 성공했지만 계승에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무슬림은 두 약점을 공격하고 장점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자녀들을 많이 낳아 신앙을 계승했습니다. 이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도 이젠 중심에 뿌리내리는 운동, 신앙의 계승, 교육목회에 초점 두어야 합니다. 교육목회에 비중을 두고 선교하는 심정으로 해야 합니다. 그런 수준으로 교회들이 다음 세대의 계승을 위해서 투자해야 합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본을 보이면서 어릴 때부터 심어주어야 신앙이 제대로 계승됩니다. 교회교육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가정에서 신앙 교육이 시작되고 교회가 이어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많은 크리스천들을 만나보면 자녀들이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자꾸 교회를 떠나고 부모들이 다니는 교회에는 안다닌다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부모들의 신앙이 삶을 통해 아이들에게 계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정의 분위기와 신앙이 아직 기독교적으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교회만 왔다 갔다 할 뿐이지 생활이 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정 사역을 통해 신앙이 뿌리내려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 교회가 힘있게 됩니다. 2010년은 신앙의 본을 보이는 부모, 신앙의 계승이 이루어지는 모든 가정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정리=공종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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