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화려함 이면의 ‘인내’
상태바
[81] 화려함 이면의 ‘인내’
  • 운영자
  • 승인 2009.12.24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를 마시는 다기는 굽는 방식에 따라 크게 장작 가마와 가스 가마로 나누어진다. 장작 가마는 말 그대로 사람이 장작을 구워 가마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고 가스 가마는 가스로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장작 가마에서 만들어진 다기는 불의 온도가 일정하지 않아 다기의 겉 표면이 거칠다. 반면에 가스 가마에서 만들어진 다기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비교적 매끄럽다. 얼핏 보면 가스 가마에서 구워진 다기가 훨씬 깨끗하고 세련되어 보이나 차를 마실수록 비록 투박하기는 하지만 장막 가마에서 구워낸 다기가 정감이 가고 볼수록 그 아름다움이 더해 간다.

다기를 만드는 과정은 장막 가마든, 가스 가마든 모두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거기에 쏟아 붓는 정성에서 차이가 난다. 장막 가마는 도공이 일일이 불의 온도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한시도 가마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고 한다. 순간적으로 불의 온도를 놓칠 경우 작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아기를 보듯 온갖 정성을 다 기울어야 한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도 처음 제작한 다기의 상당부분은 시중에 내 놓을 수 없다고 한다. 이는 도공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을 깨어 버리는 장인 정신에 기인한 것 일수도 있지만 그만큼 장막 가마에서 구워내는 작품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작품성을 인정받는 다기는 대부분 장막 가마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일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화려한 것일수록 그 속내를 살펴보면 인내와 고통으로 뒤범벅 되어있다. 화려한 백조가 물 위에서 여유롭게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수면 아래에 있는 발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 듯이 화려함의 이면에는 땀과 정성과 노력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어떤 분야에서 어떤 작품을 만들더라도 고객에 대한 사랑과 애절함이 없이는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크리스천 중 바울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바울이 걸어 온 길을 따라 걷겠느냐고 하면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바울의 인생을 세상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난 직후부터 ‘행복 끝 불행시작’의 인생을 살았다. 보장된 출세가도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미련하고 어리석은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복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역을 훌륭하게 감당하였다. 그것은 그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외 다른 것은 모두 배설물로 여기고 과감히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바울에게 하나님께서 큰 상을 내리신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서대학교 대우교수·유아다례연구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