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111강) 메시야의 왕권은 정치적 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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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111강) 메시야의 왕권은 정치적 힘이 아니다
  • 승인 2008.07.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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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에 대한 불법적 재판




주님을 잡아 죽이려는 음모는(22:1-6)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마도 다른 전승을 따르고 있는 마가복음과는 달리 누가는 그 모든 행동을 주님의 말씀에 귀속시키고 있다( 22:47-53). 유다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47-48절)과 제자들에 대한 책망(51절), 그리고 자신의 체포에 대한 설명(52-53절)이 이 단원을 구성하고 있는데, 누가만의 구조적 특징을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비록 주님은 자신의 제자 중 하나에 의해 배신당하신 죄 없는 희생자이지만, 검을 사용하는 것을 만류하신다. 앞서 주님은 “검 없는 자는 겉옷을 팔아 살지어다”(36절)라고 말하셨고, 또 제자들이 검을 가진 것을 용인하기도 하셨다(38절; “그들이 여짜오되 주여 보소서 여기 검 둘이 있나이다. 대답하시되 족하다 하시니라.”).

즉 방어적 목적으로 검을 지니는 것은 허락하셨지만, 열심당처럼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한 무력으로 사용하는 것을 거절하신 것이다. 여기서 다시금 누가는 메시야의 왕권이 정치적 힘에 의한 것이 아님을 반복하여 말하고 있다.

주님을 체포하러 온 자들은 그들보다 더 강력한 “어둠의 권세”의 손에 의해 조정당하는 도구에 불과하다(53절).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그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심지어 사탄까지라도 하나님의 거대한 계획에 있어서는 단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가룟 유다나 유대 관원들처럼 부정적 목적으로 하나님에 의해 쓰임 받는 삶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공관복음은 모두 예수님이 유대 관원들 앞에서 두 번의 재판을 받으신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첫 번째 밤중에 짧게, 두 번째는 아침에 길게 재판을 받으신 것이다. 마가와 마태복음에서는 메시야로서 주님에 대한 공격과 그에 대한 답변 가운데 주님이 자신의 메시야 됨을 인정한 것이 모두 밤에 이뤄진 것으로 되어있다(막 14:53-65; 마 26:57-68). 그러나 누가복음에서는 이것이 아침에 일어난 것으로 되어 있으며 한 밤의 재판은 거의 생략되어 나타난다(54절).

이런 차이에 대한 설명은 크게 두 가지로 제시된다. 첫째로, 마가복음과의 상당한 차이를 고려할 때 누가는 여기서 비(非) 마가 자료를 사용하였을 것이다. 둘째로, 누가복음의 주제적이고 단화(單話)적인 구조는 누가가 마가의 순서에 변화를 주었을 가능성을 가리킨다. 즉 야간 사건은 오직 베드로의 배신에 국한되고, 법적 절차는 주간 사건에 돌리고자 하였다는 것이다. 사실 마가복음 15:1에 따르면, 법적인 절차는 두 번째 재판에서 공식적으로 처리되었음을 알게 된다.

재판의 주관자인 산헤드린 공회는 회의를 위한 모임이자 동시에 기관이기도 하였다(22:66, “백성의 장로들 곧 대제사장들과 서기관”). 회합 장소는 확실하지 않으나, 아마도 성전에서 밀려나 도시의 상업용 건물에서 모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헤드린은 규정상 밤에 중요한 재판을 실시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주님에 대한 첫 번째 재판은, 누가복음에서 암시하듯이, 비공식적 심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따라서 재판으로서의 정당성이 결여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주님은 법을 빙자하여 불법적으로 정적(政敵)을 처리하는 무도한 자들의 손에 의해 십자가 죽음이 결정되고 또 처형되었는데,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인류를 죄와 죽음에서 건지려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구속 계획의 일환으로 전개되고 또 성취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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