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91강) 두명의 부자(관원과 세리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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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91강) 두명의 부자(관원과 세리장) 이야기
  • 승인 2008.02.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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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부자(관원과 세리장) 이야기

재물은 집착이 아니라 나눔의 도구이다.

 

누가복음에서 부자 관원 이야기(눅 18:18-30)는 이어지는 두 개의 기사와 함께 재물에 관한 누가의 신학의 중요한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여리고 성에 들어가기 전 소경을 치유
한 사건(눅 18:35-43)과 여리고 성 내에서 세리장 삭개오가 주님 앞에서 회심한 사건(눅 19:1-10)이다. 이 가운데 특별히 삭개오의 회심은 오직 누가복음에만 등장하는 사건으로 부자들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인 누가복음에서 부자의 구원을 소개하는 소중한 자료이기도하다. 이 세 이야기가 배열된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소경 치유 사건 전후로 두 명의 부자(관원과 세리장) 이야기가 배치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즉 소경 치유 사건을 가운데 둔 채 재물과 관련하여 대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두 명의 부자들을 소개함으로써 재물에 대한 성경적 교훈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먼저 부자 관원 이야기를 좀 더 살펴보면, 누가복음이 마가, 마태복음과 구별되는 차이점은 예수님께 영생에 관한 질문을 던졌던 부자가 그에 대한 주님의 답변을 들은 후 현장을 떠나가지 않았다는 것이다(눅 18:23-24/ 비교, 막 10:22). 이 같은 차이점을 어떠한 형태로든지 하나로 조화시키고자 한다든지, 아니면 저자 누가의 실수로 치부한다면, 그것은 누가로 하여금 마가, 마태복음과 다르게 쓰도록 인도하신 성령의 영감을 무시하는 처사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과제는 왜 누가가 이 부분을 마가, 마태와 다르게 해석하고 기록하였는지 그 이유를 물어 밝히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학자들은 누가복음의 배경이 되는 공동체 내에 재물 문제로 인하여 고민하고 혹 실족할 가능성이 있는 부유한 그리스도인들이 존재하였다는 이론을 제시한다. 부자 교인들의 재물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말미암아 궁극적으로 그들의 구원마저 위태롭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문제의 답은 또 다른 부자인 여리고 세리장 삭개오의 회심에서 발견된다. 관원인 부자는 자신의 재물을 전부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고 주님을 따르라는 요청에 머뭇거리며 고민하고 있는데 반해, 세리장 삭개오는 주님을 자기 집으로 초대한 후 자신의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고, 혹 업무 상 남의 것을 속여 빼앗은 것이 있으면 네 배로 갚겠다고 약속하였다(눅 19:8). 탈취한 것을 네 배로 갚을 경우 아마도 나머지 절반의 재산 모두 없어지고 말았을 터이다.


 

그렇다면 삭개오는 부자 관원과는 달리 자신의 재산 전부를 다 포기할 각오를 가졌던 것이고, 그로 인해 주님은 그를 칭찬하며 부자 관원이 얻고자 하였던 영생(구원, 혹 천국)을 약속하였다(9절). 부자 관원이 재물에 집착하는 그릇된 청지기라면, 삭개오는 재물을 기꺼이 가난한 자들을 위한 포기함으로써 재물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착한 청지기인 셈이다.

 

이러한 대조적인 두 부자 이야기 사이에 소경 치유 사건이 배치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소경은 주님을 만나기 전에는 눈이 어두워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으나, 주님을 만난 후에는 시력을 회복하여 만물을 밝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즉 주님과의 만남을 전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결국 주님 만남 이전의 모습은 부자 관원과 같고, 만남 이후의 모습은 삭개오와 같음이 드러난다. 이로써 누가는 그 공동체 내의 재물에 집착하는 부자 교인들이 삭개오처럼 영적인 눈을 떠서 가난한 자를 위하여 재물을 선용하도록 권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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