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88) 아기 예수의 동정녀 탄생
상태바
사복음서(88) 아기 예수의 동정녀 탄생
  • 승인 2006.06.07 1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진교수<백석대 기독신학대학원>



메시야의 탄생은 세례 요한의 기적적인 출생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사가랴와 엘리사벳의 아들은 주님의 길을 예비하도록 먼저 보내어진 선구자이다. 그러면 하나님은 어떻게 오시는가?


이제 하나님은 아들로서 오시는데, 그렇다면 아들 예수님의 모든 삶과 사역은 이미 약속되어진 하나님의 권고 혹은 돌아보심(visitation)의 성취였던 것이다(참고, 1:68; 7:16: 19:44).

구약은 하나님 아버지 개념에 익숙해 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맏아들로 선포되기도 하였다(출 4:22; 호 11:1; 렘 31:20).



나라의 생명과 운명이 그 지도자에게 달려있었기 때문에 다윗 왕은 이러한 아들의 특별한 화신(embodiment)으로 간주되었다(삼하 7:14; 시 2:7). 그리하여 복음서에서 주님은 ‘다윗의 자손’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눅 18:38, 39; 마 1:1). 왕정(王政)이 끝나게 되자 이스라엘은 주의 기름 부음 받은 자인 메시야, ‘위대한 다윗의 위대한 아들’ 치하에서 나라의 회복을 고대하게 되었다(행 1:6). 이런 특별한 의미에서 메시야는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눅 1:32)이라 불리어질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복음서가 전개되면서, 예수님은 이러한 구약 전승의 개념을 따라 행하였을 뿐 아니라 그 자신의 경험 속에서 그것을 친히 나타내 보이셨다. 주님은 하나님을 ‘나의 아버지’로, 자신을 ‘아들’로 표현하였는데, 어떤 교리를 설명하거나 지위를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그만이 간직한 하나님과의 친밀한 인격적 관계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누가는 주님이 이 아들의 지위를 태초에 흑암 위에 운행하였던 동일한 성령의 새로운 창조적 역사에 의해 탄생함으로써 얻었다고 말한다(눅 1:35). 고대 유대 사회에서는 약혼은 곧 결혼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간주되었음으로(신 22:23-24) 결혼만큼 소중하게 지켜져야만 했다.


이런 점에서 주님이 요셉의 아들이고 동정녀 마리아로부터 탄생하였다는 사실은 마태와 누가복음 사이에 존재하는 탄생 기사의 여러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일치점으로서 지적된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주목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천주교에서는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한 인사, “마리아여, 무서워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얻었느니라.”(눅 1:30)를 마리가 은혜가 충만한 것으로 해석하여(Latin Vulgate) 마리아가 성모로서의 지위에서 부여된 은혜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헬라어에서는 그렇게 번역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마리아는 하나님의 주권적이고 무조건적인 선택의 은혜를 입은 자로서 묘사되어 있지, 은혜를 나누어줄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로 묘사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마리아는 처녀의 몸으로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을 잉태하게 된다는 이해 불가능한 하나님의 역사에 대하여 ‘주의 계집종이오니 말씀대로 이루어지이다’(눅 1:38)라고 말함으로써 순종의 모범을 보여준, 전형적인 제자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그 아들 아기 예수에게 발생한 일들과 여러 사람이 그에 대한 한 말씀들을 마음에 담아두는 것(눅 2:51) 역시 모범적 제자의 모습으로 풀이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