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40) 여자들의 달라진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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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40) 여자들의 달라진 위상
  • 승인 2005.10.1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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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19장의 이혼에 대한 가르침에 있어서 마가복음이 다른 부분은 여자들이 이혼에 있어 수동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즉, 아내도 남편처럼 배우자를 버리고 재혼할 수 있음을 명기한 것이다. 이러한 관습적 제도는 유대 사회에서는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유대 사회에서는 아내들이 노예처럼 돈(결혼 기탁금)에 팔려 왔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실상 아내를 얻는 것과 여자 노예를 얻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권(父權)이 강한 유대 사회에서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아들과 딸)을 노예로 팔 수 있었다(마 18:25). 이처럼 팔려왔기에 아내들은 노예처럼 남편의 시중을 들며 온갖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해야만 했다.


특히 여자들이 시집갈 때 결혼 기탁금을 신랑 측에게서 받는 관습은 농사와 목축 등으로 노동력이 긴요했던 고대 사회의 필요성에서 생겨난 사회적 장치로 생각된다. 이런 관습은 노동력이 중시되는 아프리카나 중동의 일부 지방에서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유대 사회에서는 여러 이유로 남편에게 이혼 당할 수는 있어도 여자가 주도권을 갖고 이혼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이혼에 있어서 여자의 주도권을 언급하는 마가복음의 이 구절은 마가복음의 배경이 유대가 아니라 이방, 특히 로마적 문화권임을 가리키는 매우 중요한 구절이다. 역으로 마가복음의 이 구절이 마태복음에 없다는 것은 마태복음이 유대적 관습이 주도적인 배경에서 기록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한 곳 있다. 창세기 1:27을 암시하는 마태복음 19:4(막 10:6)에 언급된 ‘남자’와 ‘여자’라는 형용사(헬라어)가 고유의 성(性)을 표기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중성(中性)으로 표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고대 사회에 엄연히 존재했던 사회 계층 간의 불평등을 의식하고 사도 바울이 연합 및 화합을 선포하는 갈라디아서 3:28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남녀 사이의 생물학적 차이까지도 주님이 가져오신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모두 극복되어, 이제는 남녀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동등하게 하나임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런 표현이 마태, 마가복음에서 공히 발견된다는 사실은, 이혼 문제에 있어 각 복음서의 구성원 및 사회적 배경에 따라 그 내용에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남녀가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동등하다는 것을 적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내용과 함께, 앞서 언급한 1장의 족보에 4명의 여자들이 포함되었다는 것이나, 누가복음에서 여자들이 남자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함께 주님의 구속 사역에 동참하였다는 것(눅 8:1-3), 또 당대 랍비들과 달리 주님이 여자를 가르쳤다는 사실(눅 10:39)은 주님이 오심으로 달라진 여자들의 위상(位相)을 여실하게 드러내 준다.


따라서 여자들의 달라진 위상은 주님과 함께 도래한 하나님 나라의 첫번째 열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그 이전으로 되돌리려 하는 시도는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으로 보인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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