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사사기(21) 기드온의 소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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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사사기(21) 기드온의 소명 이야기
  • 승인 2006.08.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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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교수<연세대 연합신대 구약학>



사사기 6:11-18절은 여호와의 사자 혹은 여호와와 기드온의 대화로서 기드온의 소명이야기에 속한다. 본문의 핵심은 여호와의 사자가 기드온에게 여호와께서 함께 하심을 알려주면서 이스라엘 민족을 미디안의 손에서 구원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6:11절은 기드온과 이스라엘 사람들이 얼마나 미디안 사람들을 두려워하였는가를 보여준다. 밀을 포도주 틀에서 타작하는 것은 밀 수확을 감추기 위한 것이다. 11절에서는 여호와의 사자(‘말아크 아도나이’)가 등장한다. 여기서 여호와의 사자는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는 하나님의 메신저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6:12절 이하는 기드온의 소명기사와 같은 부분이다. 본문에서 여호와의 사자가 기드온에 대하여 큰 용사(‘기보르 헤-하일’)라고 부른다. ‘기보르 헤-하일’은 “군대의 영웅” 혹은 “군대의 강한 자”란 뜻이다. 따라서 이 단어의 사용은 기드온이 군사적 재능을 갖춘 자였음을 암시한다.

뿐만 아니라 12절에서 여호와의 사자는 여호와께서 함께 계신다는 말로서 기드온으로 하여금 전쟁에 나갈 것을 독려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사사기에서는 전쟁에 나갈 때 법궤를 앞세우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의 사자가 등장하여 하나님이 함께 계심을 확신시키고, 이 하나님의 임재를 바탕으로 전쟁에 나간다. 따라서 사사기는 여호와의 보이지 않는 임재를 강조한다.


6:13절에서 기드온은 여호와의 사자의 말에 대하여 지금까지 일어난 미디안의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공격을 통하여 하나님이 함께 하심에 대하여 의심한다. 오히려 기드온은 자신들이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드온의 항변에 대하여 6:14절에서는 하나님이 직접 나선다. 하나님이 직접 기드온을 파송하시니 미디안의 손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할 것을 명하신다. 이에 대해 기드온은 자신이 미약하기 때문에 구원할 능력이 없음을 항변한다. 이러한 기드온의 항변은, 모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기드온의 구원 행위가 하나님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여기서 우리는 기드온의 능력보다는 그에게 임하신 하나님의 능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기드온에게 하나님은 6:16절에서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하리라”는 동행의 약속을 반복적으로 말씀하신다. 보이지 않는 임재, 동행하심에 대하여 기드온은 표징을 요구한다(17절). 표징(‘오트’)은 징표, 상징을 뜻하는 것이다.


6:18절에 의하면 기드온이 요구한 표징은 기드온이 예물을 준비하여 제사를 드릴 때까지 그곳을 떠나시지 말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대하여 하나님께서 “내가 너 돌아올 때까지 머무르리라”고 말씀하신다. 기드온의 요구는 하나님이 자신과 함께 하신다면 자신이 드리는 제사를 받아달라는 요구였고, 이에 대하여 하나님께서는 기드온이 드리는 제사를 받아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기드온이 요구한 표징은 가시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성껏 드리는 예배를 하나님께서 받아주심이 곧 하나님이 함께 하심의 징표라는 것이다. 이러한 신학적 생각은 마치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벨론의 포로로 잡혀갔거나 혹은 예루살렘 성전이 없어진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하심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신학적 질문에 대한 대답과도 같다.

사사기 6:11-18절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심을 확신하는 좋은 길은 예배 가운데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고, 우리가 드리는 예배를 받아주심이 곧 하나님이 우리와 동행하시고 함께 하심을 나타내는 표징임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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