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여호수아(38) 도피성 제도의 필요성
상태바
역사서-여호수아(38) 도피성 제도의 필요성
  • 승인 2006.01.25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




여호수아서 20장과 21장은 땅 분배를 마치면서 마무리 지어야 할 두 가지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나는 부지중 실수로 사람을 죽인 자들을 위한 도피성 설정이고, 다른 하나는 땅이 분배되지 않은 레위인들이 거주할 장소를 정하는 문제였다. 전자가 공정한 재판을 위한 사법적 조치였다면, 후자는 경제적 공평성과 관련된 사회 정의적 차원의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도피성 문제가 제일 먼저 언급된 것은 시내산에서 여호와와 언약을 맺으면서였다. 폭행과 관련된 사법적 문제를 다루는 언약법은 고의가 아닌 실수로 사람을 쳐죽었을 경우 그 사람이 도망하여 피할 수 있는 한 장소를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출 21:12-14)

민수기에서는 이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곧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되면, 요단강 동편과 서편에 각각 세 성읍씩 여섯 개의 성읍을 도피성으로 정하라는 것이다.(민 35:9-15) 그 도피성들은 모두가 레위인이 거주하게 될 성읍이기도 했다.(민 35:6)

신명기에서는 요단 동편에 세울 세 도피성이 베셀과 길르앗 라못과 바산 골란임을 밝히고 있다.(신 4:43) 여호수아 20장에서는 요단강 서편지역에서의 나머지 세 도피성을 정하게 되었다. 그 성읍들은 갈릴리 가데스와 세겜과 헤브론이었다.


도피성의 필요성은 실수로 남을 죽인 사람이 우선적으로 무분별한 피의 보복을 피하게 하고 나서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하기 위한 일종의 긴급조치였다. 그런 점에서 도피성 설정은 고의성이 없는 살인자에 대한 하나님의 은혜적 차원과 함께 인간 생명의 고귀함을 강조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도피성으로 피신한 사람이 우선적으로 할 일은 자신의 무죄함을 도피성 장로들에게 진술하는 것이다. 장로들이 그의 진술을 사실로 인정하여 그를 받아들이게 되면, 성읍의 장로들은 그가 어떤 보복도 당하지 않도록 보호를 해주어야 했다.(수 20:5) 그러나 그 사람이 도피성지역을 벗어나게 되면 그에 대한 보복은 불법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도피성으로 피신한 사람이 위협을 당하지 않고 출신 성읍으로 돌아갈 수 있는 조건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회중들 앞에 서서 재판을 받게 된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당시의 대제사장이 죽게 된 경우이다. 전자는 공정한 재판을 통하여 무죄가 선언된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러면 후자의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을까? 당시 사회에서 대제사장의 죽음은 곧 한 시대가 지나가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대제사장의 죽음과 더불어 출신 성읍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새 시대가 열리면서 일종의 대사면이 이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더 적절한 해석은 당시의 제사제도를 통해서 가능하다. 제사제도의 최고 책임자였던 대제사장의 죽음은 생명을 범한 그 살인자의 죄를 속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대제사장의 죽음 이외에 어떤 속전도 언급되지 않고 있는 것도 그런 점을 확인해 준다. 따라서 구약시대의 도피성 제도는 곧 신약시대 우리의 영원한 대 제사장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한 유형을 제시해준다. 그분은 우리들이 피하여야 할 도피성이시면서 또한 그 도피성을 떠날 수 있도록 영적 자유를 베풀어주시는 영원한 대제사장이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