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인의 재판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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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인의 재판규정
  • 승인 2005.04.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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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기에는 이스라엘 공동체가 지켜야 할 규정이 소개된다. 모든 문둥병 환자와 유출병 환자는 죽은 시체와 마찬가지로 공동체로부터 격리되어야 한다(민 5:2).

죄를 지은 사람은 죄값을 배상하고 죄값을 받을 사람이 없거든 야훼 하나님께 속죄양을 바쳐야 한다(민 5:5-10). 의처증(疑妻症) 환자에 대한 이야기다. 아내를 의심하는 남자는 아내를 데리고 제사장에게 가서 판결을 받는다. 판결을 받기 위해 남자는 일정량의 보릿가루를 지참한다(민 5: 11-15).

제사장은 토기(土器)에 성수(聖水)를 담아 성막 바닥에 있는 흙을 집어넣는다. 여인을 야훼 앞에 세우고 머리를 풀게 한 다음 두 손에 가지고 온 보릿가루를 들게 한다. 이후 제사장은 독기가 있는 쓴 물을 가져다가 여인에게 먹인다.

만일 그 여인이 다른 남자와 동침했다면 여인의 넓적다리가 네 배로 부어 올라 다른 사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고, 다른 남자와의 동침 사실이 없다면 쓴 물에 있는 독의 해(害)를 면하게 된다는 이야기다(민 5:16-22).
 

의심받는 여인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그 쓴 물이 어떤 종류의 액체인지 알 수는 없으나 분명히 제사장에 의한 재판에 쓰이는 약물이었을 것이다. 고대 사회에서나 아직 미분화된 사회에서 그와 같은 주술적 방식이 범인을 색출하는데 많이 이용된다.

아프리카 사회에서 흔히 발견되는 방식이다. 혐의가 있는 사람을 불러다가 목뒤에 전갈을 놓아 한참 동안 기어가게 한다. 범인이 그 전갈에 물린단다. 그 과정에서 실재로 죄를 범한 사람은 얼굴이 파랗게 질릴 것이며 그렇지 않는 사람도 두려운 마음으로 그 과정을 겪어야 한다. 범인은 대개 이 과정에서 밝혀지기 마련이다. 심리적 동요를 이용한 주술적인 범인색출 방식(ordeal)은 도처에 널려 있다. 대개 제사장이나 주술사(magician)들이 이 일을 수행한다.



이스라엘 사회는 이것을 주술이라 생각하지 않고 하나님의 재판으로 보았다. 쓴 물을 마신 여인은 혐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누가 그 억울한 사정을 알아주겠는가? 공연히 죄 없는 사람이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그러나 고대 사회에서는 그것이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모든 것은 하나님이 주관하시며 그 결과에 인간은 순응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민간전통에도 이와 유사한 관습이 많았다.

범인을 가려내기 위해 계란을 화로 속에 묻어 두고 그 둘레에 혐의자를 앉혀 둔다. 그 계란이 파열하여 튀겨서 눈 속에 드는 사람이 진범으로 단정된다. 그러나 그것은 비과학적이요 미신적인 행위라기보다는 하나님의 판결로 간주된 것이다. 재판관으로서의 제사장의 역할을 분명하게 보여준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강남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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