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오경 - 안식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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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오경 - 안식년
  • 승인 2005.03.3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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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년’(安息年)은 이스라엘에게 해방의 해이다. 일주일 째 되는 안식일이 되면 일을 하지 않고 쉬어야 하듯이, 안식년이 되면 6년 동안의 수고를 잊고 편히 쉬면서 야훼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제 칠 년에는 땅도 쉬어야 하며 자연적으로 난 곡식도 거두어들여서는 안된다.


그것들은 종들과 나그네들과 들짐승들의 몫이다. 자기 소유를 주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안식년을 일곱 해 보낸 다음 해, 즉 50년째 되는 해는 희년(喜年)이 된다. 희년이 되면 온 나라에 자유를 선포하고 억눌린 자들과 노예된 자들은 가족에게로 돌아간다(레 25:8~11).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995년을 희년으로 선포하고 남과 북이 하나님의 은혜 아래 하나 되어 통일의 해로 기념하자고 결의했다. 1945년의 해방을 기점으로 하여 50년이 되는 해를 희년으로 간주하여 1995년을 ‘통일을 위한 희년’으로 정한 것이다.


우리 마음대로 희년을 정해도 되는가? 그렇다면 최초의 희년은 언제였으며, 지금도 희년제도가 행해지고 있는가?


사실 희년제도는 실제적으로 지켜지기란 불가능한 것이었다. 매 칠 년마다 안식년이 되면 온 땅은 쉬어야 한다. 그런데 일곱 번째 안식년은 희년과 나란히 놓이게 된다. 레위기 25:10에 의하면 50년째 되는 해가 희년이 된다. 그렇게 되면 49년째와 50년째 2년 동안 땅을 경작할 수 없게 된다. 2년 동안 생산 활동을 중단한다면 어떻게 경제 생활이 가능할까?


엄밀히 말한다면 구약시대의 안식년 제도 역시 거의 지켜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만일 실제로 안식년이 지켜졌다면 공동체별로 혹은 개개인이 정한 일곱 번째의 해가 안식년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국적으로 7년째를 안식년으로 정하게 되면 일 년 동안 생산을 전면 중단해야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안식년이나 희년은 이스라엘이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에나 가능한 일이다.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가 정한 희년은 성서적으로 볼 때 아무런 하자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민족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희년이 맞게 계수된 것인지, 혹은 49년 째가 희년인지 아니면 50년 째가 희년인지 논란을 계속하고 있지만 아무러면 어떤가?


우리 민족의 안식년과 희년은 우리 손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그것이 온 민족의 해방과 자유를 위한 것이라면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통일이 된 이후라도 계속 희년의 선포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희년을 선포한 지가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남과 북은 많은 진전이 있었다. 아무쪼록 이스라엘 사회가 바라던 이상 사회가 우리 민족에게 속히 왔으면 좋겠다. 다음 번 희년에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민족 공동체가 한 자리에 모여 하나님을 찬양하며 마음껏 즐거워 할 것을 기대한다.


“그 오십 년은 너희의 희년이니 너희는 파종하지 말며 스스로 난 것을 거두지 말며 다스리지 아니한 포도를 거두지 말라.”                   



/교수·강남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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