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오경-피를 먹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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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오경-피를 먹지 말라?
  • 승인 2005.03.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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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위기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피를 먹지 말라는 규정이다(레 17:10- 16). 피는 생명 그 자체이다(14절). 피는 오직 하나님을 위한 예배를 드릴 때 단 위에 뿌려져야 한다.

그 피를 먹는 사람은 생명을 보존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을 문자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수혈(輸血)까지도 거부하고 있다. 그들은 피의 거룩함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피는 제물로 바쳐진 동물의 피를 의미한다. 사람의 피가 아니다. 피는 생명이므로 자기의 생명을 바치는 대신 동물의 피로 하나님께 제사지내야 한다. 그 피를 다른 목적, 즉 음식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피는 하나님으로부터 생명을 보장받는 거룩한 것이다. 이 피로 말미암아 인간은 생명을 얻고 하나님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의 피를 어린 양의 보혈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수혈은 피를 먹는 행위가 아니다.

물론 의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 볼 때 수혈은 음식 행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성서에서 말하는 피를 먹지 말라는 규정과는 다르다. 생명의 피를 오용하지 말라는 의미를 성서가 담고 있다면, 수혈은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나눔으로써 사람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살신성인의 거룩한 행위이다.


즉, 피는 하나님을 위한 행위 혹은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행위로 한정되어야 한다. 또한 수혈은 인간과 동물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랑의 발로이다. 사람을 살리는 거룩한 수혈을 성서에 대한 왜곡된 시각으로 평가 절하하거나 경원 시 하는 풍조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남자와 여자와의 관계도 깨끗해야 한다. 근친상간(近親相姦)은 혈연 공동체의 위계질서를 깨뜨리며 퇴폐적 풍조를 조장함으로써 사회를 병들게 하기 때문에 부정하다(레 18:1-30). 고려 시대까지만 해도 남녀간의 교제가 매우 활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풍속이 사회에 만연하면서 몇 번씩 재혼한 여자가 수두룩했으며 곳곳에서 남녀간의 정사(情事)가 부끄러움 없이 행해지기도 했다.

조선 시대에 들어와 성리학의 영향으로 남녀간의 애정이 커튼 뒤로 숨는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어쨌든 병적인 애정 행각이나 무분별한 섹스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레위기의 성결법전은 이를 주시하며 바른 성생활을 권장하고 있다.



하나님을 향한 거룩한 신앙은 현실적인 삶에 반영돼야 한다. 인간과 하나님과의 관계는 결국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의 생명을 위한 것이라야 한다. 오늘날과는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고대 이스라엘도 자본주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가나안에 정착하면서부터 사유재산제도가 생겼고 자기 부족 안에서 땅을 사고 팔 수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회는 계급 사회가 되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누어지게 된다. 그러나 레위기의 정신은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으며 더불어 살 것을 당부한다. 


 /교수·강남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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