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재개발 방식이 국제적 망신을 샀다. 유엔 권리위원회가 23일 용산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며, 도심 재개발 사업 등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와 보상절차를 마련할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한 것이다. 위원회는 특히 “강제철거는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며 한국의 도심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제철거를 직접 언급하고, 철거대상자들에 대한 주거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는 경제성장 지상주의에서 비롯됐다.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 개발 이익 대부분을 독차지하는 개발업자와 소유주는 물론이고, 실질적인 해택이 거의 없는 상가 세입자나 전·월세 거주자까지 찬성하고 나선다.
재개발 지역의 피해는 상가임대교회 목회자들 예외가 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하다.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개척을 시작한 5년, 10년 된 미자립교회, 상가임대 교회들은 사실상 다시 개척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성도들이 재개발 사업에 밀려 떠나는 아픔도 있지만, 임대한 교회건물 자체도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떠나야 한다.
지난 16일 재개발지역 목사들이 광화문광장에 드러누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경석목사는 “용산참사 희생이 이 일을 일깨웠다. 한국처럼 무조건 토지를 수용하고 보상가격을 정부가 정하는 이런 잔인하고 사악한 개발법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진보든 보수든 이 법을 바꾸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사실상 주민을 위한 재개발이 아니며, 그동안 정부가 원주민의 희생을 통해 예산 없이 도시를 개발해 왔다는 지적이다. 재개발 후 원주민 재정착율이 10%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서목사는 또 “그동안 정부는 원주민의 희생을 배경으로 예산 한 푼 들이지 않고 도시를 개발해 왔다”며 “임대교회들은 이사비용만 받고 쫓겨나고 건물을 소유한 자립교회 조차 낮은 보상비와 높은 종교부지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미자립교회로 전락하고 있다”고 현실을 개탄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교계가 경제성장 지상주의라는 우상에 맞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재개발법 개정은 300일 넘게 방치되고 있는 용산 참사 유가족 문제와 함께 ‘친서민’을 유난히 강조해온 현 정부가 온당 책임지고 관심을 가져야 할 진짜 친서민 정책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